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물가안정목표치) 2% 넘어서나
계란 등 농축수산물 상승세에 국제유가도 고공행진
'하반기엔 안정될 것' 장담하던 정부도 '우려'로 선회
정부가 연간 물가안정목표치인 '2%'를 지켜낼 수 있을까. 현재로서는 2% 안팎에서 관리될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이 많다. 하지만 최근 계란 등 식료품 값 급등 추세나 국제유가 상승세가 꺾이지 않고 있어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여기에 34조9000억원 규모의 2차 추가경정예산(추경)까지 시장에 풀리면 공급뿐 아니라 수요 측면에서도 물가상승 요인이 될 수 있다.
실제 '하반기엔 안정될 것'이라던 기획재정부의 인식도 최근 바뀌고 있다. 그동안 기재부는 2%대 물가상승률이 하반기에는 하향 안정될 수 있다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7월 소비자물가상승률이 2.6%로 넉 달 연속 2%대에서 떨어지지 않았다. 기재부가 3일 발표한 보도자료에서도 "물가 상방압력이 지속 확대될 가능성"에 대해 처음 언급했다. 하반기에도 현재의 흐름이 지속되면서 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를 넘을 수 있다는 우려를 전달한 것으로 보인다.
◆국회 예정처도 우려 = 4일 국회예산정책처의 '최근 국내 소비자물가의 특징 및 향후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하반기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9%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반기 기준으로는 2017년 상반기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당초 예정처는 올해 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1.8%로 전망했다. 정부의 물가 안정 목표치에 근접한 수준까지 오를 수 있다고 본 것이다. 근거로는 기조적인 물가 흐름을 알 수 있는 근원물가(농산물 및 석유류 제외 지수)와 원자재 가격에 영향을 받는 에너지 물가를 꼽았다.
먼저 근원물가는 계절적인 요인이나 일시적인 충격에 의한 물가 변동분을 제외한 지표다. 소비자물가지수에 활용되는 460개 품목 가운데 농산물과 석유류 관련 품목을 제외한 407개 품목으로 작성된다.
통계청 자료를 보면 지난 7월 근원물가 지수는 107.64로 전년 대비 1.7% 올랐다. 이는 2017년 8월 이후 최대치로 최근 5개월 연속 1%대 상승이 이어지는 추세다.
앞으로 경기 회복에 속도가 붙을수록 근원물가는 더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국제유가도 물가인상 압력요인 = 현재의 물가 상승이 농축수산물 등 공급 부족에 기인한 것임을 고려하면 소비심리 회복에 따른 수요 확대는 인플레이션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여기에 정부의 2차 추경에 담긴 소비 진작책이 예정대로 추진되면 가계의 소비 여력이 쌓이게 되는데 이 역시 인플레이션 우려를 키우는 요소 가운데 하나다.
보고서는 "최근 물가 상승은 지난해 낮은 물가의 기저효과와 공급 측면의 물가 상승 압력 확대 등 비교적 단기적인 충격에 따른 것"이라며 "근원물가 상승세가 지속된다면 기조적인 인플레이션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내다봤다.
계속 오르는 국제유가도 물가인상 압력요인이다.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과 10개 주요 산유국으로 구성된 OPEC 플러스(OPEC+)의 산유량 합의가 지연되면서 지난 7월 두바이유는 배럴당 72.9달러로 1년 새 70% 가까이 올랐다.
이 영향으로 지난달 석유류 물가 지수는 1년 전과 비교해 19.7% 뛴 108.24를 기록했다. 경유(21.9%), 휘발유(19.3%), 자동차용LPG(19.2%) 가격도 모두 급등세다.
◆정부 '물가안정 총력전' = 상황이 이렇게 되자 최근에는 대통령까지 나섰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민생경제장관회의에서 최근의 달걀 가격 상승과 관련해 "계란은 필수 먹거리인 만큼 양계업계뿐 아니라 계란 소비자들에게도 피해가 갈 수 있으니 생산단계, 유통단계, 판매단계를 점검하고, 수입 계란의 충분한 확보를 농림축산식품부와 함께 특별하게 살피라"고 지시한 바 있다.
그 뒤 기재부와 농식품부 등 관련 부처는 계란을 비롯한 물가안정대책 마련에 골몰하고 있다. 지난 3일에는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물가 점검을 위해 대전 오정 농수산도매시장과 이마트 둔산점을 방문하기도 했다.
이 자리에서 홍 부총리는 내달까지 계란 2억개를 수입해 계란 가격 안정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수입한 계란은 대형마트에 절반 이상 공급해 소비자 직접 판매를 늘린다. 그동안 수입 계란은 급식업체나 가공업체에 주로 공급됐는데, 앞으로는 소비자들이 직접 수입 계란을 구매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의 수입 계란 공급 가격(30개 1판 기준)도 오는 5일부터 기존 4000원에서 3천원으로 1000원 인하한다.
정부는 또 선물 수요 등이 증가하는 추석 기간 축산물 물가 안정을 위해 소고기공급량을 평시 대비 1.6배, 돼지고기는 1.25배로 각각 늘리기로 했다. 수입도 평년 대비 소고기는 10%, 돼지고기는 5%씩 확대하고, 이를 위해 수입 검사 절차 간소화를 추진한다. 배추·무 비축 물량은 전년 대비 3배 이상, 추석 전 사과·배 계약 재배 물량은최대 2배까지 확대하고 추석 16대 성수품 공급도 예년보다 일찍 늘린다. 홍 부총리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오늘 발표된 소비자물가동향 지표와 현장 물가를 함께 보니, 고강도 물가안정대책에 일부 효과도 있었지만 아직 소비자가 이를 체감하기에는 여전히 장바구니 물가가 높았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