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기업 감사실패' KPMG 840만달러 배상

2021-08-05 11:36:42 게재

홍콩법원 재판 직전 합의

중국기업 감사 '정밀조사'

미국에 상장된 중국기업의 회계감사 문제를 놓고 미·중 갈등이 벌어지고 있는 가운데 중국기업에 대한 감사실패로 글로벌 회계·컨설팅그룹인 KPMG가 홍콩에서 거액을 배상하게 됐다.

5일 파이낸셜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KPMG는 중국의 목재회사인 차이나 포리스트리(China Forestry)의 심각한 회계부정을 발견하지 못한 혐의와 관련해 최근 홍콩법원의 재판을 앞두고 840만달러(6억5000만원 홍콩달러)를 지급하기로 했다. 차이나 포리스트리의 청산인들은 KPMG가 2009년 회사의 상장을 앞두고 일부 최고 경영진이 저지른 심각한 허위회계를 적발하지 못한 것에 대해 과실이 있다고 주장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관계자들을 통해 KPMG가 10주간의 재판이 시작되기 직전에 합의를 했다고 보도했다.

KPMG를 상대로 홍콩에서 제기된 이번 소송은 중국 본토 밖에 상장된 중국기업의 회계감사 자료에 대한 정밀조사가 이뤄진 사건이다. 중국은 외국 규제당국이 중국기업의 감사 문서를 포함한 중요 문서를 보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최근 미 증시에 상장한 중국 최대 차량공유업체 디디추싱을 둘러싼 논란과 관련해 중국은 미국에 상장된 중국기업들이 미 당국의 감사에 응하도록 하는 법률로 인해 중요한 데이터가 국경을 넘어 해외로 유출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글로벌 빅4 회계법인은 미국 규제당국의 조사를 위해 뉴욕에 상장된 중국 기업들의 감사 자료를 넘겨야 한다는 압박에 직면해 있다.

차이나 포리스트리는 홍콩 상장 당시 2억1600만달러를 조달했지만 감사인으로부터 회계부정을 지적받은 후 1년여 만에 거래가 중단됐고, 2017년 상장폐지됐다.

차이나 포리스트리는 홍콩 상장 당시 2억1600만달러를 조달했지만 감사인으로부터 회계부정을 지적받은 후 1년여 만에 거래가 중단됐고, 2017년 상장폐지됐다. 차이나 포리스트리 청산인들은 경영진이 예비 IPO 감사에서 위조된 은행 명세서와 고객 기록을 제출해 회사의 자산과 수익을 위조했지만 KPMG는 이같은 사실을 발견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뿐만 아니라 KPMG 직원 일부가 작업 수행 중 감사문서를 조작했다고 주장했다.

KPMG는 혐의를 부인했고 부정행위를 적발하는데 소홀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KPMG가 소송 합의에 대한 언급 요청에는 응답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차이나 포리스트리 청산인과 변호사들도 언급을 거부했다. 하지만 파이낸셜타임스는 관계자 발언을 통해 합의금은 청산인들이 청구한 손실 13억 홍콩달러의 절반에 해당한다.

홍콩 증권선물위원회(SFC)는 2019년 차이나 포리스트리를 비롯한 일련의 기업공개(IPO) 실사 실패의 책임을 물어 UBS, 스탠다드차타드, 모건스탠리, 뱅크오브아메리카 메릴린치 등 4개 기관에 총 1억달러의 벌금을 부과했다.

상장을 주관한 UBS는 홍콩에서 1년간 IPO 주관이 금지됐다. 이는 새로 상장된 기업들에서 잇따라 문제가 발생한 이후 부실 상장들을 막기 위해 당시 홍콩 규제당국이 취한 조치 중 가장 강경했다. 과징금 규모는 홍콩 IPO에 대한 규제 강화의 역사적인 순간으로 평가받고 있다.

홍콩 당국은 거래소 시장가치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중국 상장법인들에게 홍콩이 매력적인 지역이라는 점과 중국 상장법인들에 의한 사기 및 부정보고에 대한 단속을 강화하는 것 사이에서 균형을 잡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파이낸셜타임스는 보도했다.

KPMG은 차이나 포리스트리에 이어 '차이나 메디컬 테크놀로지' 사건으로 내년 홍콩에서 열릴 것으로 예상되는 민사소송에도 직면해 있다.

차이나 메디컬 테크놀로지는 미 증시에 상장한 중국기업으로 4억달러 규모의 회계부정으로 무너진 이후 청산과정을 밟고 있다. KPMG는 베이징에 위치한 회사의 감사를 진행했지만 감사자료 양도를 거부하다가 회사 청산인들이 KPMG 감사인들을 고소하려고 하자, 문서 접근 권한을 허용한 바 있다.

외국 규제당국은 중국 기업에 대한 감사자료에 접근할 수 없지만 홍콩은 2019년 중국과의 협약을 통해 중국 본토에 있는 상장기업의 실체와 구성원을 조사할 때 홍콩 회계법인이 작성한 본토에 있는 감사문건의 접근이 가능하게 됐다.
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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