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품업체 갑질한 쿠팡, 수십억 과징금 '위기'

2021-08-06 10:58:51 게재

LG생활건강 등 납품업체에 직매입 상품 반품 떠넘긴 혐의, 11일 전원회의에서 최종결론

알고리즘 조작·최저가 강요혐의 조사중 … 과징금 커지고 법인·임직원 검찰고발할 수도

LG생활건강 등 납품업체를 상대로 갑질을 한 혐의를 받고 있는 쿠팡이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수십억원대 과징금을 받을 위기에 놓였다. 공정위는 오는 11일 전원회의를 열고 최종 제재방안을 확정한다.

공정위는 이밖에도 쿠팡의 △검색 알고리즘 조작 혐의 △납품업체에 최저가 보장 강요 혐의 등에 대해서도 추가 조사를 벌이고 있다. 쿠팡의 이런 혐의가 입증된다면 과징금 규모도 훨씬 커지고, 법인과 임직원의 형사고발까지 뒤따를 수 있다.

◆직매입하고도 반품 떠넘겨 = 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최근 쿠팡의 대규모유통업법 위반 혐의 조사를 마무리하고 심사보고서(검찰 공소장 격)를 쿠팡에 통보했다. 심사보고서에 따르면 쿠팡은 LG생활건강으로부터 직매입한 상품을 일방적으로 반품하거나 계약을 종결했다. 직매입은 유통업체가 납품업체로부터 상품을 직접 사들여 소비자에게 판매하고, 미판매·재고 부담도 떠안는 방식의 거래다. 쿠팡이 직매입한 상품이 팔리지 않자,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납품업체에 부담을 떠넘겼다는 것이다.

또 쿠팡은 LG생활건강의 상품판매가 부진해 목표액을 달성하지 못한 경우 손해보전을 거론하고, 공급단가 인하를 요구한 혐의도 받고 있다. 공정위는 직권조사를 통해 LG생활건강 이외에도 다수의 납품업체들이 이런 내용의 부당행위를 강요받은 사실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는 11일 전원회의에서 이런 혐의가 인정될 경우 쿠팡은 최대 수십억원대 과징금을 부과 받게 된다.

앞서 2019년 6월 LG생활건강은 대규모유통업법과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쿠팡을 신고했다. 대기업이 '갑질' 피해를 입었다며 공정위에 신고한 경우는 처음이어서 당시에도 화제가 됐다. 공정위는 LG생활건강의 신고 내용을 토대로 검토한 끝에 혐의가 있다고 판단해 직권조사로 전환했다. 공정위는 지난달 쿠팡에 대한 마지막 현장조사를 끝으로 2년여 조사를 마무리하고 법 위반 혐의가 있다고 잠정 결론을 내렸다.

◆형사처벌로 이어지나 = 한편 공정위는 쿠팡의 오픈마켓 사업과 약관의 공정거래법 위반 여부에 대해서도 조사를 벌이고 있다.

쿠팡은 자체 브랜드(PB) 상품이 다른 납품업체 상품보다 우선 노출되도록 검색 알고리즘을 조작한 혐의로 공정위 조사를 받고 있다. 알고리즘을 '자사우대' 방식으로 바꿔 검색화면 상단에 PB 상품을 올리고 다른 상품을 하단으로 내렸다는 것이다. 공정위는 지난해 네이버가 자사에 유리하게 쇼핑 검색 알고리즘을 변경했다며 과징금 265억원을 부과하기도 했다.

입점업체들을 상대로 최저가 보장제를 강요한 혐의에 대한 조사도 진행형이다.

쿠팡 약관을 보면, 판매자는 쿠팡에서 파는 모든 상품의 거래 조건을 다른 대면·비대면 판매 채널과 비교했을 때 불리하지 않도록 규정하고 있다. 쿠팡이 벤치마킹한 것으로 알려진 아마존은 비슷한 조항을 운영하다가 비판이 일자 미국과 유럽에서 이를 폐지한 바 있다.

공정위가 이 두 가지 혐의에 대해 '위법'판단을 내린다면 처벌수위는 한층 더 높아진다.

납품업체에 대한 갑질은 대규모유통업법이 적용된다. 하지만 알고리즘 조작이나 최저가 보장제 강요 혐의는 처벌규정이 훨씬 강한 공정거래법 5조 거래상 지위남용(사업활동방해 등) 조항이 적용된다.

법위반 정도에 따라 법인과 임직원을 3년 이하의 징역형에 처할 수 있고 2억원 이하의 벌금이 나올 수도 있다. 최대 법인 매출의 6%까지 과징금도 부과할 수 있다. 쿠팡의 지난해 매출은 14억원을 넘어섰다.
성홍식 기자 ki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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