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눈

반드시 기억해야할 교훈 '대우조선 사태'

2021-08-10 11:10:37 게재
대우조선해양 분식회계 사건으로 피해를 본 투자자들이 항소심에서 승소해 배상을 받게 됐다.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한 지 6년 만이다. 재판부는 대우조선의 책임을 70%, 안진회계법인의 책임을 30%로 판단했다.

대우조선은 해양플랜트 사업에서 발생한 손실을 제 때 인식하지 않고 자산과 수익을 부풀렸고, 2015년 2분기에 3조399억원의 영업손실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당시 대우조선의 재무제표를 믿고 주식을 산 투자자들은 기업가치 하락에 따른 주가급락으로 큰 피해를 입었다.

대우조선측은 주가하락의 대부분은 시장상황에 의한 것이고 분식회계로 투자자들이 손해를 입은 부분은 19.13%에 불과하다는 점을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상식적으로도 말이 안되는 주장이다.

또한 대우조선은 다수의 소송에 의해 과다한 배상책임을 부담할 경우 기업의 존속에 영향이 있다며 책임을 대폭 제한해달라고 했다. 미국과 유럽의 경우 대규모 회계 부정 사건이 터진 대기업들은 대부분 문을 닫았다. 대형 건설사와 유통업체, 잘나가던 핀테크 업체들도 한순간에 무너졌다.

대우조선이 살아남은 것은 정부의 공적자금이 투입된 결과다. 2015년 정부가 서별관회의를 통해 4조2000억원의 지원을 결정했고, 2017년에 2조9000억원을 추가 투입하기로 하면서 7조원이 넘는 국민 혈세가 들어갔다. 투자자 배상액이 약 1000억원(1심 기준)인 것과는 비교조차 할 수 없는 규모다.

대우조선 사건을 계기로 회계감사의 중요성이 크게 부각됐다. 투자자들이 치열하게 소송을 벌이는 동안 우리 사회는 회계개혁을 통해 감사시간을 늘리고 기업과 회계업계의 책임을 강화했다. 그 결과 회계분야 국가경쟁력은 최근 2년간 급상승했다. 다만 조사대상 64개국 중에서 37위로 아직 만족할 만한 수준은 아니다.

코로나로 당초 예정됐던 기업의 내부회계관리제도 감사 시행이 늦춰졌다. 기업들은 코로나로 어려워진 경영 현실을 호소하면서 회계감사의 감시망을 완화해달라고 요구한다. 코로나로 인한 어려움을 이해하지만 회계투명성이 높다고 평가받아온 영국과 독일조차 분식회계에 따른 충격으로 현재 회계개혁을 추진하고 있다. 감시망이 흐트러지는 순간 자본시장의 규모가 큰 국가일수록 겪게 되는 충격이 클 수밖에 없다.

투자자 신뢰를 기반으로 자본시장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회계투명성이 반드시 뒷받침돼야 한다. 투자자금이 몰리면서 자본시장이 도약할 수 있는 과도기에 놓인 현실에서 대우조선 사태는 반드시 기억해야 할 교훈이다.
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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