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눈

원전을 정치에 이용하지 말라

2021-08-19 11:25:25 게재

지난 2011년 우리나라 에너지정책에 큰 충격을 준 두 개의 사건이 있었다. 3월에 발생한 일본 후쿠시마원전 사고와 9월에 일어난 국내 순환정전(일명 블랙아웃) 사태다. 후쿠시마원전 사고는 원전 발전비중을 2030년 59%까지 확대하겠다던 이명박정부의 '묻지마 원전' 정책에 제동을 걸었다. 탈원전 공감대가 확산되는 계기가 됐다.

순환정전 사고는 전력수급의 안정성을 각인시키는 변곡점이 됐다. 순환정전으로 액화천연가스(LNG) 발전의 위상이 커졌고, 위축됐던 원전역할론도 다시 고개를 들었다. 우리는 이 두 사건을 통해 안전한 에너지원을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 절감했다.

이러한 분위기는 10년이 흐른 2021년 여름에도 별반 달라지지 않았다. 전력수급은 여전히 불안하고, 탄소중립이 세계적 화두로 등장하면서 원전에 대한 사회갈등은 더 커졌다. 특히 원전문제는 내년 3월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진영논리에 이용되고 있다. 국민의힘 유력 대선주자들은 탈원전 폐기를 핵심 공약으로 내걸었다.

하지만 탄소중립과 전력수급 문제를 해결하려면 '친원전이냐, 탈원전이냐'를 주장하기에 앞서 공정한 가격체계와 균형잡힌 에너지믹스가 요구된다.

친원전을 주장하려면 전기요금 현실화와 에너지세제의 공정한 개편을 함께 주장해야 한다. 원전에 제공해온 각종 혜택(세제, 규제 등)은 반대하면서 원전을 더 지으라는 건 말이 안된다.

탈원전을 주장하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원전 축소뿐만 아니라 정부개입 축소에 대해서도 목소리를 높여야 한다. 불공정한 전기요금과 세제구조를 바로 잡는 일에 적극 나서야 한다.

지금까지 우리나라는 원자력발전을 통한 값싼 전기로 경제성장을 일궈왔다. 그러나 이면에는 세제혜택, 사회적비용 제외 등 가격적인 특혜가 있었던 게 사실이다. 왜곡된 요금체계는 급격한 전기소비 증가를 가져왔다. 전력수급 불안은 연례행사처럼 됐다.

재생에너지 확대를 통한 에너지전환은 구호로만 될 일이 아니다. 우리나라는 햇빛과 바람, 부지가 부족해 재생에너지 확대에 한계가 있다. 또 재생에너지는 간헐성이 커 계통 안정성과 품질유지를 위한 적지않은 백업비용이 필요하다.

우리나라 에너지정책을 살펴보면 과거 정부는 원전에 올인했고, 현재 정부는 재생에너지에 올인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한가지 에너지원에 전부를 걸고, 다른 에너지를 배척할 때 문제점은 여과없이 드러났다. 사회적 비용도 그만큼 불어났다.

에너지는 공기처럼 고마움을 잊고 살지만 하루하루 우리의 삶과 직결돼있다. 정치논리로 왈가왈부할 일이 아니다.

[관련기사]
원전 설비비중, 이명박정부 41%, 문재인정부 10%
연착륙·생태계 조성·구조개혁 삼박자 맞아야
불공정한 에너지세제, 전력소비 부추겨

이재호 기자 jhlee@naeil.com
이재호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