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눈

국민의힘 앞에 숨은 '신구갈등' 암초

2021-08-23 11:49:55 게재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 일부 대선후보 및 지지그룹 사이의 갈등이 멈출 듯 이어지면서 진화되지 않고 있다. 이 과정에서 경선 불공정 논란이 점점 '신구갈등'으로 전화되는 양상이다.

20일 한 시사주간지는 윤석열 예비후보 캠프가 이 대표의 공정성을 의심해 비상대책위원회 출범을 추진하고 있다는 취지의 보도를 했다. 윤 후보는 22일 "상식적으로 말이 되지 않는 황당무계한 일"이라고 일축했다.

그러나 이 대표 체제로 경선을 치르긴 싫다는 속내를 굳이 숨기지도 않는다. 민영삼 윤 후보 캠프 국민통합특보는 같은 날 오전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준석 대표는 대표 사퇴 후 유승민 캠프로 가서 본인 맘대로 하고 싶은 말 다 하든지 대표직 유지하며 대선 때까지 묵언수행 하든지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며 대놓고 이 대표 거취를 거론했다. 앞서 신지호 총괄부실장의 '탄핵' 언급보다 더 노골적이다. 민 특보는 이날 오후 '개인적인 생각'이었다며 글을 닫고 사의를 표명했다.

통화녹취 논란으로 18일 이후 언론대응과 SNS를 자제하던 이 대표는 사흘 만에 '묵언수행'을 깼다. 그는 21일 MBC라디오에 출연해 "대선 경선버스를 8월 말에 출발시키려고 기다렸더니 사람들이 운전대를 뽑아가고, 페인트로 낙서하고, 의자 부수는 상황"이라고 울분을 토했다.

그는 후보 토론회 갈등에 대해 "특정 캠프가 비전발표회(토론회)에 반발하니 경선준비위원회가 열 받았고, 캠프는 '이준석이 (개입)한 게 아니구나' 하고 알면서도 '이준석이나 때리자' 해서 제게 뭐라고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경준위원장에서 물러난 서병수 의원을 놓고도 "저는 오히려 (제가) 유승민계라는 논란을 의식해 친박(친박근혜) 색채가 강한 서 의원을 경준위원장으로 모신 건데 거기에 불공정 프레임을 씌우면 어떤 분을 모셔야 하느냐"고 반문했다.

당초 '사사건건 말싸움 거는 당 대표'에게 화살이 향하는 듯했던 국민의힘 당내갈등은 시간이 지나면서 '각 캠프에 줄 선 구시대 정치인들의 젊은 당대표 집단린치'로 보이기 시작하고 있다.

이 대표와의 사적 통화내용으로 '진실게임'을 벌이려던 원희룡 후보, "당에 어른을 모셔오는 게 훨씬 낫겠다"며 자당 대표를 방송에서 '철부지' 취급한 김재원 최고위원도 국민에게 그런 인상을 주는 데 한몫했다.

탄핵정국 이후 연전연패하던 국민의힘은 4.7재보궐선거와 전당대회를 거치면서 겨우 민심의 바다 위에 떴다. '세대확장'은 중요한 요소였다. 대선행 '키'를 둘러싼 신경전은 자연스럽다. 하지만 과하면 자칫 배에 구멍을 내는 암초가 될 수도 있다.
이재걸 기자 claritas@naeil.com
이재걸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