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시론

온라인플랫폼 기업, 초심으로 돌아가라

2021-08-31 12:58:42 게재

우리나라는 재벌 이슈로 항상 시끄럽다. 삼성은 총수가 불법 승계 문제로 재판 중이다. SK는 총수의 사익편취로 공정위 제재대상으로 거론되고 있다.

요즘은 카카오 네이버로 대변되는 신흥재벌 온라인플랫폼 기업들이 세상을 더 시끄럽게 만든다. 최근 카카오는 택시 호출비를 두배 인상했다. 카카오의 인상 뒷배는 시장 독점이다. 전국 택시기사 25만명 가운데 23만명이 카카오T에 가입돼 있다. 카카오T를 이용하는 고객은 2800만명, 카카오톡 월간 이용자는 4662만명에 이른다.

전국민의 80% 이상인 4106만명이 사용하는 네이버도 마찬가지다. 고객 개인화 정보를 독점한 네이버는 전통 대기업 독과점보다 폐해가 심각하다. 네이버는 경쟁 플랫폼의 시장 진입을 원천적으로 차단할 수 있다. 이들 플랫폼 기업은 미용실 예약, 스크린 골프, 방문 수리, 퀵 서비스, 어린이 영어교육 등 생활밀착형 업종과 골목상권까지 침투하는 중이다.

혁신의 상징에서 재벌 아류가 된 온라인플랫폼 기업

얼마 전까지만 해도 카카오 네이버 등 온라인플랫폼 기업은 혁신의 상징이었다. 이들은 공유와 개방이 특징인 인터넷을 바탕으로 소비자와 소상공인을 연결하는 구원자였다. 하지만 이들도 덩치가 커지면서 재벌 흉내를 내고 있다. 성장과 이윤 창출이라는 논리를 앞세워 소상공인들에게서 한푼이라도 더 수수료를 챙기려고 기를 쓴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유통산업이 급격히 온라인으로 재편되면서 온라인플랫폼 거래 비중이 크게 늘었다. 정부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플랫폼 거래액은 126조원 규모다. 전년 대비 30% 가량 증가했다.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은 온라인플랫폼을 통하지 않고서는 시장에 접근할 수 없다고 하소연한다. 온라인플랫폼 기업들은 자신들의 서비스에 길들여진 소비자들에게도 편리함의 대가를 요구한다. 그 결과 카카오는 계열사 158개로 재계 순위 18위, 네이버는 계열사 145개로 27위의 대그룹이 됐다.(6월 말 국내외 계열사 기준)

지난 23일 8개 소상공인 및 시민사회단체가 서울 여의도에서 '온라인플랫폼 공정화법' 처리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지난해 6월 상정된 이 법의 조속한 국회 통과로 온라인플랫폼 기업의 '갑질'을 방지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배달앱·오픈마켓·숙박앱·앱마켓 플랫폼 등의 수수료·광고비 논란, '카카오T' 불공정배차와 수수료 문제, 쿠팡 '아이템위너'의 판매자 간 출혈경쟁과 소비자 기만 문제, '네이버쇼핑' 알고리즘 조작 논란, 배달의민족 '깃발꽂기' 등의 문제가 끊이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이들은 정보의 투명한 공개, 당사자 간 협의기구 구축, 수수료 등 부가비용 한도제, 플랫폼서비스 간 호환 협력의무, 불공정행위 금지 등을 입법 필요성으로 꼽았다.

그동안 대한민국은 재벌공화국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국민 대다수에게 가장 영향 있는 기업을 꼽으라면 온라인플랫폼 기업이다. 이제는 '시장의 지배와 경제력의 남용을 방지하며, 경제주체 간의 조화를 통한 경제의 민주화를 위하여 경제에 관한 규제와 조정을 할 수 있다'는 헌법 119조를 이들 기업에 적용해야 할 때다.

온라인플랫폼 기업 규제는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다. 미국에선 구글 페이스북 아마존 등의 독점력 남용을 억제하는 플랫폼 반독점법안이 하원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했다. 우리나라도 때마침 25일 구글 인앱결제 강제 금지법이 국회 법사위를 통과했다. 본회의를 통과하면 글로벌 플랫폼의 횡포를 견제하는 세계 첫 입법사례가 된다. 정무위 법안심사제2소위에 계류돼 있는 온라인플랫폼 공정화법도 조속히 법제화돼야 한다.

투명경영 정도경영의 기업가정신 갖추길

올바른 기업가정신 실현도 급선무다. KSS해운 창업자인 박종규 고문은 "기업은 개인의 사유물이 아니라 사회의 공기다. 도덕관념, 공공성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박 고문은 28년 동안 바른경제동인회장으로 활동하면서 투명경영 정도경영을 몸소 실천해온 기업가정신의 산 증인이다. 그는 또한 "기업인이 개인적 사리를 추구하지 않고 사회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면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믿는다"고 말한다. 박 고문은 리베이트가 관행이던 시절, 리베이트 없는 계약을 고수했다. 국내 독점적 수송시장에서도 선청선적(先請先積) 원칙으로 공정하게 시장을 운영했다.

온라인플랫폼 기업들이 어설픈 재벌 흉내보다 사회의 모범이 되는 이런 기업가정신을 배워야 한다. 혁신의 초심에 정도경영의 기업가정신을 갖춰야 온라인플랫폼 기업도 존경을 받는다.

이선우 산업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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