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는 '물·에너지·식량·토지' 연계관리 고민

2021-09-06 11:30:10 게재

지속가능한 물관리 위해 미래지향 거버넌스 확대

지속가능한 물 관리를 위해서 미래지향적 거버넌스 확대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물 하나만 보고 정책을 세울 게 아니라 에너지, 식량은 물론 토지 이용 부분까지 연계해 고민을 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이른바 '물·에너지·식량·토지(WEFL)' 넥서스가 전세계적으로 화두다.

넥서스(nexus)는 별개처럼 보이는 것들이 하나로 연계된 시스템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강조할 때 사용한다.


한혜진 한국환경연구원 통합물관리연구실장은 "탄소중립은 기본적으로 공편익(co-benefit: 특정 대책이 다른 쪽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침)을 원칙으로 해야 한다"며 "넥서스적인 접근은 물 관리 등 원래 있던 순기능을 배제한 채 탄소중립이 더 중요한 것처럼 가는 게 아니라 모든 부분의 공편익을 살리는 데 중점을 둔다"고 말했다.

WEFL넥서스에 대한 연구는 '본 2011 컨퍼런스'에서 출발됐다고 볼 수 있다. 당시 회의 주제는 '물·에너지·식량(WEF) 안보 넥서스'로, 물 에너지 식량 등 각 분야의 '연계성'에 주목하면 자원생산성을 높여 위기를 기회로 만들 수 있다는 점을 대중에게 알렸다. 물 에너지 식량 등 각각을 생산해 공급하기까지 소모되는 다른 자원 현황까지 파악할 수 있다면 불필요한 낭비를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본 회의 이후 세계식량기구(FAO)와 국제재생에너지기구(IRENA) 등 국제기구들과 각국 정부들은 WEF넥서스의 중요성을 앞다투어 강조했다. 미국 국가정보위원회(NIC)가 '글로벌 트렌드 2030' 보고서를 내면서 4대 메가트렌드에 WEF넥서스를 포함시킬 정도로 중요해졌다.

한국환경연구원의 '물관리의 전환적 혁신을 위한 그린뉴딜 정책 및 사업기획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식량 물 에너지 안보에 대한 기본권과 보편적 권리를 제공하기 위한 자원 사용간의 연결을 촉진하려는 목적에서 넥서스적 접근이 시작됐지만 최근에는 수자원을 중심 구성 요소로 하는 '토지이용-물-에너지 및 토지-물'에 식량을 연계하는 방식 등 다양하게 발전 중이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4가지 영역을 모두 연계한 접근은 드물다. 장기적으로 물 에너지 식량 등을 연계해 관련 제도를 만들고 있는 경우가 많다. 아니면 단기적으로 물과 에너지 식으로 2가지 개념을 연계한 접근을 하고 있는 국가들이 대부분이다.

물 에너지 식량 등의 연계 정도는 각 국가가 처해있는 내외적인 조건에 따라 다르기 때문에 각각의 상황에 맞춰 정책을 만들고 있다.

미국 프랑스 등은 물·에너지 넥서스를 통한 혁신에 집중하고 있다. 2012년 극심한 가뭄으로 미국의 1/3 이상에 영향을 받으면서 일부 발전소와 에너지 생산 활동에 제약이 걸렸다. 기후위기가 미국 전역 강수량과 기온 패턴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고 판단, 미국 에너지부에서는 물 자원의 제한이나 불확실성에 대응하기 위한 기술 개발을 하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이 같은 어려움을 이미 겪었다. 2015년 가을 충남지역 석탄화력 발전소들은 비상이 걸렸다. 극한 가뭄이 2년째 지속되면서 보령댐 수위가 임계점 수준까지 낮아졌기 때문이다. 보령댐을 관리하는 한국수자원공사는 발전사들이 사용하는 공업용수를 줄여서 공급할 수밖에 없었다.

물은 에너지를 만드는 데 필요하지만, 의외로 물 사용에도 에너지가 들어간다.

물을 취수하고 정화한 뒤 소비자에게 보내고 사용한 물을 처리해 자연 상태로 돌려보내는 일련의 과정에서 에너지가 쓰이기 때문이다. 영국의 경우 물사용에 따른 에너지 소비량이 전체 에너지 사용량에서 4위를 차지한다.

김아영 기자 ay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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