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 가로막은 구글에 과징금 2천억, 3건 더 남았다
공정위, 조사착수 5년 만에 경쟁 OS 배제한 구글 제재
인앱결제·광고갑질도 조사
빅테크 기업의 플랫폼 독점에 대해 한 획을 긋는 강력하고 폭넓은 이번 규제를 계기로 정보기술 생태계에 상당한 변화가 예상된다. 더구나 공정위는 현재 구글의 불공정행위에 대해 별도의 3건을 조사 중이다. 조사 결과에 따라 더 큰 파장이 예상된다.
15일 공정위에 따르면 구글LLC와 구글 아시아퍼시픽, 구글 코리아 등 3사의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행위와 불공정거래행위에 대해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2074억원(잠정)을 부과했다. 2016년 현장조사에 착수한 지 5년 만이다.
◆시장독점 뒤, 경쟁 가로막아 = 공정위에 따르면 구글은 안드로이드 OS로 시장점유율을 72%까지 확대한 이후, 오픈소스에 바탕한 '포크 OS'가 등장하며 경쟁구도를 이루자 제조사들이 이 OS를 탑재하는 것을 막았다. '파편화 금지 계약(AFA)' 체결을 기기 제조사에 강요했다는 것이 공정위 설명이다.
AFA는 '제조사가 출시하는 모든 기기는 포크 OS를 탑재할 수 없고, 직접 포크 OS를 개발할 수도 없다'는 내용을 담았다.
이 계약은 스마트폰 뿐만 아니라 스마트 시계·TV 등 모든 스마트 기기에 적용됐다. AFA를 어길 경우 제조사는 앱을 다운로드받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플레이스토어 접근이 차단됐다. 6개월 전에 미리 최신 오픈소스를 제공받을 수 있는 '사전 접근권'도 박탈됐다. 구글은 제조사에 기기 출시 전 호환성 테스트를 하고, 결과를 보고해 승인받도록 하는 등 AFA 위반 여부를 철저히 통제했다. 공정위는 "구글이 사설 규제 당국처럼 행동했다"고 설명했다.
그 결과 구글의 모바일 OS시장 점유율은 2019년 97.7%까지 치솟으며 독점사업자 지위를 굳혔다. 반면 거래선을 찾지 못한 아마존, 알리바바 등의 모바일 OS 사업은 모두 실패했다.
◆미래시장까지 원천봉쇄 = 제조사들은 포크OS를 개발하거나 이를 다양한 기기에 접목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제한당했다.
삼성전자는 구글이 스마트 워치용 OS를 개발하기 이전인 2013년경 스마트 시계용 포크 OS를 개발해 '갤럭시 기어1'를 출시했지만 구글은 AFA 위반이라고 위협했다. 결국 삼성전자는 개발한 스마트 시계용 포크 OS를 포기하고, 앱 생태계가 전혀 조성되지 않았던 타이젠 OS로 변경해야 했다.
점유율을 무기 삼은 구글의 전 세계 주요 기기 제조사와의 AFA 체결 비율은 2019년 87.1%에 달했다. 개발 단계부터 경쟁 상품의 개발 자체를 철저히 통제하고, 심지어 자신이 진출하지 않는 분야까지도 포크OS가 선점하지 못하도록 원천 차단한 셈이다.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은 "이는 전례 없는 혁신저해 행위로 평가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아직 3건 더 남았다 = 공정위는 구글의 불공정행위와 관련해 3개 사건을 들여다보고 있다.
공정위에 따르면, 공정위 정보통신기술(ICT) 전담팀은 구글의 △앱마켓 경쟁제한 건 △인앱결제 강제 건 △광고시장 관련 건 조사를 진행 중이다.
이 중 구글이 국내 게임사 등에 자사 앱마켓에만 게임을 독점출시하도록 한 건은 올해 1월 조사가 마무리돼 심사보고서가 발송됐다. 여기엔 50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한다는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시장지배력을 남용해 원스토어 등 경쟁 앱마켓을 배제하고 넥슨, 엔씨소프트 등 게임사들이 더 많은 수수료를 물게 했다는 이유에서다.
모든 콘텐츠의 앱 내 결제를 의무화하고, 결제액의 30%를 수수료로 떼기로 한 '인앱결제 강제'와 관련해선 공정위가 지난해 12월 서울 강남구 구글코리아 본사를 현장조사한 바 있다.
공정위는 이같은 자사 결제시스템 이용 의무화가 '구입강제' '끼워팔기' 등에 해당하는지 여부도 살펴보는 것으로 전해졌다.
구글은 디지털 광고시장과 관련해선 방대한 소비자 데이터를 바탕으로 앱 개발사와 디지털 광고 계약을 맺으면서 부당한 조건을 요구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여기에 대해서도 공정위 시장감시국은 지난 4월말 구글코리아 본사를 현장조사했다.(내일신문 5월3일자 보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