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 가로막은 구글에 과징금 2천억, 3건 더 남았다

2021-09-15 11:05:58 게재

공정위, 조사착수 5년 만에 경쟁 OS 배제한 구글 제재

인앱결제·광고갑질도 조사

공정거래위원회가 글로벌 IT기업 구글에 2000억원대 과징금을 부과했다. 삼성전자를 비롯한 스마트폰 제조사들이 안드로이드 이외의 경쟁 운영체제(OS)를 사용하지 못하도록 막은 것이 공정거래법을 위반했다는 이유에서다.

빅테크 기업의 플랫폼 독점에 대해 한 획을 긋는 강력하고 폭넓은 이번 규제를 계기로 정보기술 생태계에 상당한 변화가 예상된다. 더구나 공정위는 현재 구글의 불공정행위에 대해 별도의 3건을 조사 중이다. 조사 결과에 따라 더 큰 파장이 예상된다.


15일 공정위에 따르면 구글LLC와 구글 아시아퍼시픽, 구글 코리아 등 3사의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행위와 불공정거래행위에 대해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2074억원(잠정)을 부과했다. 2016년 현장조사에 착수한 지 5년 만이다.

◆시장독점 뒤, 경쟁 가로막아 = 공정위에 따르면 구글은 안드로이드 OS로 시장점유율을 72%까지 확대한 이후, 오픈소스에 바탕한 '포크 OS'가 등장하며 경쟁구도를 이루자 제조사들이 이 OS를 탑재하는 것을 막았다. '파편화 금지 계약(AFA)' 체결을 기기 제조사에 강요했다는 것이 공정위 설명이다.

AFA는 '제조사가 출시하는 모든 기기는 포크 OS를 탑재할 수 없고, 직접 포크 OS를 개발할 수도 없다'는 내용을 담았다.

이 계약은 스마트폰 뿐만 아니라 스마트 시계·TV 등 모든 스마트 기기에 적용됐다. AFA를 어길 경우 제조사는 앱을 다운로드받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플레이스토어 접근이 차단됐다. 6개월 전에 미리 최신 오픈소스를 제공받을 수 있는 '사전 접근권'도 박탈됐다. 구글은 제조사에 기기 출시 전 호환성 테스트를 하고, 결과를 보고해 승인받도록 하는 등 AFA 위반 여부를 철저히 통제했다. 공정위는 "구글이 사설 규제 당국처럼 행동했다"고 설명했다.

그 결과 구글의 모바일 OS시장 점유율은 2019년 97.7%까지 치솟으며 독점사업자 지위를 굳혔다. 반면 거래선을 찾지 못한 아마존, 알리바바 등의 모바일 OS 사업은 모두 실패했다.

◆미래시장까지 원천봉쇄 = 제조사들은 포크OS를 개발하거나 이를 다양한 기기에 접목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제한당했다.

삼성전자는 구글이 스마트 워치용 OS를 개발하기 이전인 2013년경 스마트 시계용 포크 OS를 개발해 '갤럭시 기어1'를 출시했지만 구글은 AFA 위반이라고 위협했다. 결국 삼성전자는 개발한 스마트 시계용 포크 OS를 포기하고, 앱 생태계가 전혀 조성되지 않았던 타이젠 OS로 변경해야 했다.

점유율을 무기 삼은 구글의 전 세계 주요 기기 제조사와의 AFA 체결 비율은 2019년 87.1%에 달했다. 개발 단계부터 경쟁 상품의 개발 자체를 철저히 통제하고, 심지어 자신이 진출하지 않는 분야까지도 포크OS가 선점하지 못하도록 원천 차단한 셈이다.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은 "이는 전례 없는 혁신저해 행위로 평가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아직 3건 더 남았다 = 공정위는 구글의 불공정행위와 관련해 3개 사건을 들여다보고 있다.

공정위에 따르면, 공정위 정보통신기술(ICT) 전담팀은 구글의 △앱마켓 경쟁제한 건 △인앱결제 강제 건 △광고시장 관련 건 조사를 진행 중이다.

이 중 구글이 국내 게임사 등에 자사 앱마켓에만 게임을 독점출시하도록 한 건은 올해 1월 조사가 마무리돼 심사보고서가 발송됐다. 여기엔 50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한다는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시장지배력을 남용해 원스토어 등 경쟁 앱마켓을 배제하고 넥슨, 엔씨소프트 등 게임사들이 더 많은 수수료를 물게 했다는 이유에서다.

모든 콘텐츠의 앱 내 결제를 의무화하고, 결제액의 30%를 수수료로 떼기로 한 '인앱결제 강제'와 관련해선 공정위가 지난해 12월 서울 강남구 구글코리아 본사를 현장조사한 바 있다.

공정위는 이같은 자사 결제시스템 이용 의무화가 '구입강제' '끼워팔기' 등에 해당하는지 여부도 살펴보는 것으로 전해졌다.

구글은 디지털 광고시장과 관련해선 방대한 소비자 데이터를 바탕으로 앱 개발사와 디지털 광고 계약을 맺으면서 부당한 조건을 요구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여기에 대해서도 공정위 시장감시국은 지난 4월말 구글코리아 본사를 현장조사했다.(내일신문 5월3일자 보도)

성홍식 기자 ki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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