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책 | 히틀러 시대의 여행자들

여행자가 본 히틀러 시대 독일

2021-09-15 11:53:09 게재
줄리아 보이드/이종인 옮김 /페이퍼로드/ 3만3000원

사업가 외교관 정치인 종교인부터 전현직 군인들과 일반 시민에 유학생까지 1차 세계대전 이후 독일로 앞 다투어 여행을 떠났다. 그리고 여행을 가기 전에나 돌아온 뒤에나 이들은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대부분 독일에 대한 호의를 접지 않았다. 어째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역사의 경과와 세계대전의 결말을 고스란히 알고 있는 오늘날 우리들에게 이러한 현상은 이해하기 어렵다. 그러나 한꺼풀만 벗겨놓고 생각해보면 이러한 모순적인 일들이 지금 현실에서도 여전히 벌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어느 시대이든 사람들은 실제보다는 믿고 싶은 것을 믿었다.

책 '히틀러 시대의 여행자들'은 학생 정치인 음악가 외교관 공산주의자 학자 운동선수 시인 언론인 파시스트 예술가 그리고 여러 저명인사들의 기록을 바탕으로 나치시대의 모습을 우리 눈앞에 생생하게 재연한다. 저자의 말에 따르면 이들 모두는 역사에 대한 '우연한' 목격자다.

시대 전체를 조망한 사람들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자신의 주변만을 목격했고 그다지 넓은 시야를 갖고 있지도 않았다.

이 좁고 짧은 시야를 한데 모아 저자는 '히틀러 시대의 독일 전체'에 대한 그림을 우리 앞에 펼쳐놓았다. 그 작업은 지난하기도 했지만 평범한 영화나 뉴스, 혹은 역사책이나 안내서에서는 결코 찾아낼 수 없는 통찰을 제시한다. 그 시대 사람들이 겪었을 혼란과 부조리, 감동과 비극, 사소함과 무거움이 치밀한 옴니버스 영화처럼 교차해가며 드러난다. 저자는 이 모든 것을 하나의 인과처럼 재조합해냈다.

저자의 말을 빌리자면 이 책은 "황당하기도 하고, 어리석기도 하고, 아주 사소한가 하면, 아주 비극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출간한 그 해 '가디언' 지 '독자의 선택'에 선정됐으며 유수의 언론과 기관에서 그 해 최고의 역사 도서로 선정됐다.

송현경 기자 funnyso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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