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부터 아동·청소년 온라인 그루밍 처벌

2021-09-23 12:22:55 게재

여가부, 개정 청소년성보호법 시행 … 경찰 디지털 성범죄 위장수사 허용도

아동·청소년 대상 온라인 성범죄 처벌을 강화한다. 24일부터 심리적인 지배나 신뢰 관계를 바탕으로 성폭력을 저지르는 '온라인 그루밍'도 형사처벌을 받는다. 또한 경찰이 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디지털 성범죄를 수사할 때 신분을 속여 범죄자에게 접근하는 위장 수사가 허용된다.

여성가족부(장관 정영애)는 이같은 내용을 담은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청소년성보호법) 일부개정법률이 24일 시행된다고 23일 밝혔다. 텔레그램 엔(n)번방 디지털 성범죄 사건을 계기로 관계부처 합동으로 마련한 '디지털 성범죄 근절 대책(2020년 4월)에 담긴 아동·청소년 보호를 위한 입법조치의 하나다.
2013년 네덜란드의 아동 인권 보호 단체인 '인간의 대지'가 '스위티'라 불리는 가상 소녀를 이용해 10주 동안 전 세계에서 아동 성매수자 1000명을 적발했다.사진은 가상 10세 소녀 스위티의 모습. 자료 유튜브 영상


이번 개정 법률 시행에 따라 온라인에서 아동·청소년을 성적으로 착취하기 위한 목적으로 △성적 욕망이나 수치심, 혐오감을 유발하는 대화를 지속적·반복적으로 하거나 △성적 행위를 하도록 유인·권유하는 그루밍 행위가 처벌(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된다. 또한 경찰이 신분을 비공개하거나 위장하여 수사할 수 있는 특례가 마련돼 아동·청소년 대상 디지털 성범죄를 사전에 효과적으로 적발하고 예방할 수 있게 됐다. △신분을 밝히지 않고 범죄자에게 접근해 범죄와 관련된 증거 및 자료 등을 수집할 수 있으며(신분비공개수사) △범죄 혐의점이 충분히 있는 경우 수사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부득이한 때에는 법원의 허가를 받아 신분을 위장해 수사(신분위장수사)를 할 수 있게 된다.

종전에는 판례에서 인정되던 범위 내에서만 '기회제공형 수사'를 진행할 수 있었기 때문에 증거 능력의 적법성이 법원의 사후적 판단에 따라 달라질 수 있었다.

탁틴내일 등 시민사회에서는 온라인 상에서 광범위하게 퍼지고 있는 아동·청소년 성범죄 예방을 위해 제한적으로 기회제공형 함정수사 방식의 '유도수사'를 허용해야 한다는 주장을 끊임없이 해왔다. 실제로 2013년 네덜란드의 아동 인권 보호 단체인 '인간의 대지'는 '스위티'라 불리는 가상 소녀를 이용해 10주 동안 전세계에서 아동 성매수자 1000명을 적발했다. 인간의 대지는 필리핀 소녀 아바타를 만들어 온라인 채팅방에 사진을 올려놓는 방법으로 함정수사를 했다. 10주 동안 2만명이 스위티에게 접근했다. '인간의 대지'는 온라인 성행위를 요구한 1000명의 정보를 인터폴에 넘겼다.

여가부는 "정보통신기술의 발달로 성범죄 수법이 교묘해지고 청소년들의 사이버 활동이 용이해지는 환경을 고려할 때 '성착취 목적의 접근'을 제재할 수 있는 수단이 예방적으로 필요하다는 지적이 많았다"며 "온라인 그루밍은 우리나라에서 신종 성범죄로서 범죄 구성요건이 규정돼 처벌이 가능하게 됐고 범죄 피해를 사전에 막기 위한 경찰의 신분 비공개·위장수사 특례 역시 처음으로 제도화되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여가부는 법무부 경찰청 등과 협의를 통해 범의유발(범행을 저지를 생각이 없는데 범행을 유도) 등에 대한 우려를 막기 위한 내용 등을 담은 시행령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수사 시 사법경찰관리가 준수해야 할 사항으로 본래 범죄 의도를 가지지 않은 자에게 수사관이 범의를 유발하지 않도록 하며 피해 아동·청소년에 대한 추가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함 등을 명시했다.

또한 △신분비공개수사의 세부 방법과 승인 절차 △신분비공개수사 시 국가경찰위원회 및 국회에 보고해야 하는 사항 등의 통제 방안을 담았다.

정영애 여가부 장관은 "온라인 그루밍 행위 처벌과 신분비공개·위장수사 시행을 계기로 아동·청소년 대상 디지털 성범죄 근절과 피해자 보호를 위해 더욱 힘써나가겠다"고 밝혔다.

김아영 기자 aykim@naeil.com
김아영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