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 강우 심해질수록 '탁수' 위험도 커져

2021-09-27 11:33:36 게재

미국 뉴욕주 아소칸 저수지 탁도 17% 증가

한국도 마찬가지, 비점오염원 관리에 중점

약 20년 동안 계속되어온 도암댐 탁수(turbid water, 흐리고 더러운 물) 문제는 기후위기 시대에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제다. 이상강우가 심화할수록 탁수 피해가 더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경향은 전세계적으로도 비슷하다. 안정적인 물 이용을 위해 탁수 관리에 신경을 쓰는 국가들이 늘고 있다.

한국수자원학회지 '물과 미래'에 실린 '극한사상(기상이변처럼 기상관측에서 드물게 발생하는, 30년간 평균치 기준으로 상위 95% 이상에 해당하거나 하위 5% 이하에 속하는 현상)에 대한 탁수 저감 및 관리기술 개발 소개' 저널에 따르면 미국 뉴욕시 수자원시설관리 기구는 기후위기에 따른 강한 강우사상 발생 증가를 수자원관리의 주요 사안 중 하나로 설정했다.

평년보다 강한 강수는 상수원수가 되는 저수지들 일부에서 탁도를 법적 원수 수질 기준치보다 최대 100배까지 높일 수 있어 음용수 안전은 물론 추가 수처리 및 모니터링 비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탁수란 물 속 무기·유기물질 때문에 빛 투과기능이 저하돼 혼탁해진 상태를 말한다. 수량이 늘거나 강우강도가 강할수록 토양 침식작용이 활발해져 하천과 저수지 부유물질 농도와 탁도를 증가시킨다. 기후위기로 이상강우 현상이 심해지면 탁도가 문제가 된다는 지적도 이런 논리에서다.

실제로 '미국 뉴욕주의 상수원인 아소칸 저수지에서 기후위기에 따른 탁수 발생 부하 변화'를 연구한 결과에 따르면 겨울철 하천 평균 유출량은 12~20% 증가하고 저수지 내 탁도는 2046~2065년 11% 늘어나는 것으로 예측됐다. 이 같은 경향은 시간이 흐를수록 심화돼 2081~2100년에는 아소칸 저수지 내 탁도가 17% 증가할 전망이다.

우리나라도 기후위기로 인한 탁수 위험으로부터 자유롭지는 못하다. 환경부의 '제2차 물환경관리 기본계획'에 따르면 한반도의 연평균 강수량은 지난 10년간(2001~2010년) 1412mm다. 이는 지난 30년간 평균 연강수량 약 1315mm에 비해 약 7.4% 증가한 수치다. 현 추세가 지속된다면 우리나라는 2100년까지 강수량이 17%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만큼 탁수 관리 중요성이 높아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미 약 10년 전인 2012년 옛 국토해양부와 한국건설기술교통평가원에서 발간한 '기후변화 시나리오에 따른 수자원 적응전략 수립 연구 기획 보고서'에서도 홍수 등 극한상황에 따른 탁수 관리 기술 개발의 중요성을 언급한 바 있다.

정세웅 충북대 환경공학과 교수 연구팀의 '미래 기후변화에 따른 탁수 영향평가' 연구 결과(2017)에 따르면, 기후위기에 따라 국내 탁수 영향이 커지는 것으로 예측됐다. 기후변화에 따른 극한수문사상을 선정해 소양호 및 하류하천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결과, 총부유물질(TSS)농도가 소양호 2250ppm, 의암호 548.2ppm, 청평호 358.6ppm, 팔당호 165.4ppm으로 최고 수문사상이 발생한 2006년 댐 방류수 TSS농도를 크게 상회했다.

특히 팔당호의 경우 TSS 25ppm 이상의 고탁수 방류도 158일간 지속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대 탁수사상이 발생한 2006년보다 117일 증가한 수치다. 이는 지역기후모델 'APCC RCP 4.5 HadGEM2_AO' 시나리오를 적용한 SWAT(Soil and Water Assessment Tool)모형을 통해 모의한 2013~2099년 소양강댐의 일 단위 유입 유량자료를 토대로 분석한 결과다.

여러 자연적인 원인도 있지만 하천과 저수지 등에 발생하는 장기간 탁수 현상은 상류 토지 이용과 댐을 이용한 수자원 확보 등이 원인이 되는 경우가 많다. 때문에 미국은 탁수대책으로 개별 호수에 대한 탁수관리보다는 원인이 되는 비점오염원(축사 유출물 등 장소를 특정할 수 없이 다수의 공급원에서 배출되는 오염물질) 관리에 중점을 두고 있다. 각 기관별로 탁수관리 대책을 집행하고 탁도 규제를 통해서 표토유출 자체를 저감하는 데 집중한다.

우리나라도 기후위기 심화에 따른 물관리 불확실성 해소를 위해 다양한 전략을 펼치고 있다. 환경부 산하 한국수자원공사는 기후위기로 인한 물환경 관리여건 악화에 대비하기 위해 '신유형 비점오염저감시설 개발과 사업화'를 추진 중이다.

홍수터를 중심으로 장치형과 자연형 물환경관리시설을 복합 구성해 강우 및 비강우시 비점오염물질이 집중적으로 저감될 수 있도록 한다. 장치형이란 강우시 오염기여율이 높은(80~90%) 비점 집중처리를 위한 다기능저류조, 고속여과시설 등 최적 처리공정을 도입하는 것을 말한다. 다기능 저류조는 오염농도가 높은 초기 강우 유출수의 저류·침강 및 홍수예방 효과가 있다.
김아영 기자 ay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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