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시론

중국 투자에 실패하지 않으려면

2021-10-01 11:41:47 게재

중국은 1990년대 후반부터 기술혁신의 상징인 실리콘밸리를 적극 따라 배웠다. 이 과정에서 서구 자본은 물론 서구식 교육을 받은 중국 기업가들의 역할이 컸다. 중국정부는 구글 아마존 페이스북의 중국 버전으로 바이두 알리바바 텐센트를 선정해 이들이 미국의 거대 플랫폼기업과 경쟁하는 데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그런데 최근 중국정부의 자국 거대 플랫폼기업들에 대한 태도가 급변하고 있다. 알리바바와 텐센트, 디디추싱 등 세계적 기업들에 대한 감독당국의 규제가 강화되고 있다. 슈퍼스타 기업들에 대한 중국정부의 이런 정책이 서구 투자자들 눈에는 자해행위처럼 보인다. 세계에서 가장 성공적인 기술기업들을 무릎 꿇리고서 경제성장을 꾀하는 것을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이다.

플랫폼기업보다 제조업에 국가경제 명운 걸어

그러나 중국공산당의 입장은 다르다. 시진핑 주석은 지난해 공산당 기관지를 통해 온라인경제가 활황세라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우선순위의 비중을 정리했다. 그는 "중국은 디지털경제와 디지털사회, 디지털정부의 구축을 가속화해야 한다"면서도 "동시에 실물경제는 그 기반으로 다양한 제조업을 포기해선 안된다"고 했다. 제조업의 미래가 국가경제의 명운을 좌우할 것이라는 중국 지도부의 판단이다.

역사적으로 한 국가의 경제발전 단계를 보면 제조업이 농업을 도태시키고 나면 서비스업이 제조업을 넘어선다. 최근 수십년 동안 서구 선진국의 국내총생산 대비 제조업 비중이 하락했다. 특히 미국(11.3%)과 영국(8.6%)에서 그런 경향이 두드러졌다. 미국과 영국의 제조업 공장들은 거의 해외로 이전됐고 그 종착지는 중국이었다.

중국 역시 제조업 비중이 떨어졌지만 2019년 기준 28.8% 수준으로 아직은 다른 주요국(독일 20.8%, 일본 21.1%, 프랑스 10.4%, 한국 27.5%)보다 높다. 중국은 서구 선진국들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 제조업 주도의 경제전략을 계속 구사할 계획이다. 최근 최첨단 기술제조업을 가져야 한다는 의지는 더욱 강해졌다. 반도체와 인공지능, 전기차 배터리, 민항기, 이동통신 장비 등이 주요 대상이다.

중국의 국내 제조업 강화전략은 독일경제에서 영감을 얻은 것으로 보인다. 독일은 거대 플랫폼기업 없이 선진경제를 구축했다. 독일경제의 중추는 '미텔슈탄트'라 불리는 중소기업이다. 미텔슈탄트는 인원 500명, 매출 5000만유로(약 720억원) 미만의 기업으로 독일 전체기업의 99.6%(367만개)를 차지한다.

독일은 든든한 국영은행에다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수출제조업인 '히든챔피언'(분야별 세계시장 점유율 1~3위 기업)까지 확보하고 있어 2차세계대전 이후 경제·금융위기를 겪은 적이 없다. 최근 중국이 '입시교육 위주'의 인터넷 교육업체를 규제하면서도 독일의 직업훈련제도에 관심을 갖는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이다.

중국정부가 금년에 시행한 반독점법과 데이터보안법에 박수를 보내는 상황도 벌어지고 있다. 알리바바 등 거대 플랫폼기업들의 독점횡포에 설움을 당했던 중소기업가들과 소비자들은 당국의 제재는 진즉에 취했어야 할 사안이라고 평가한다.

중국정부는 기존의 생산요소인 토지·자본·노동·기술에다 기술 산업계가 축적한 데이터를 제5의 생산요소로 규정하고 국가가 소유·관리한다는 방침을 정했다. 2015년부터 주요도시에 데이터거래소가 설립되고 있는데 이는 국영 데이터공유시스템의 근간이 될 것이다. 중국의 중소기업들이 거대 플랫폼기업들이 독점했던 데이터에 쉽게 접근한다면 중국에서의 기업 간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수 있다.

사회주의에 무게 실은 중국공산당의 경제전략 이해해야

시 주석은 '함께 잘 살자'는 뜻의 '공동부유'를 국가의 새 목표로 세웠다. 지역 격차, 도시-농촌 간 격차, 소득 격차 등의 해결이 핵심 사안이다. 중국의 1인당 국민소득은 1만달러를 넘었지만 6억여명의 한달 수입이 17만원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공동부유'는 사회주의의 선진적 생산관계를 대표한다는 것이 중국공산당의 주장이다.

중국은 등소평 집권 이후 '개방과 개혁'을 진행하면서 '사회주의'에 '시장경제'를 적극 도입했다. 그동안 중국의 사회주의 시장경제가 '효율'에 집중했다면 최근 중국경제의 변화는 '사회주의=분배'에 방점을 찍고 있다. 앞으로 중국공산당의 입장과 일치하는 것은 중국에서 기업을 경영하는 데 필수요소가 될 것이다. 중국투자에 실패하지 않으려면 중국공산당의 경제전략을 이해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박진범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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