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한 노동전환 | ③ 특별기고

공정한 산업전환, 사회적 대화 강화해야

2021-10-05 12:05:50 게재
노용진 서울과학기술대학교 경영학과 교수

최근 2030년 온실가스 감축목표(NDC) 상향 조정, 유럽연합(EU)와 미국의 탄소국경세 도입 움직임, 우리 정부의 탄소배출 규제강화 등으로 정의로운 산업전환이 시급한 화두로 떠올랐다.

기후위기 대응에서 정의로운 산업전환이 특별히 강조되는 이유는 기후의 공공재적 특성 때문이다. 개인 입장에서 보면 기후위기 극복을 통해 얻는 이익이 투입비용보다 엄청나게 적다. 민간 차원에서 기후위기 극복을 위한 추진동력이 나오기 어려운 이유다.

최근의 탄소배출 규제 강화 움직임은 친환경산업으로의 전환이 경제적으로 더 이득이 되는 구조를 만드려는 것이다. 그렇지만 이런 제도적 규제도 정치나 여론에 매우 취약하다. 기후위기 극복을 위한 산업전환을 촉진하는 과정에서 어떤 사람에게도 피해가 가지 않게 하는 것이 중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산업계에 산업전환의 동인을 부여하기 위해서는 전환 비용의 상당 부분을 국가와 사회가 부담해줄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다.

현 단계에서 정의로운 산업전환의 핵심은 사회적 대화에 있다. 산업전환에서 '정의로움'은 실체적인 측면에서 공정한 고통분담과 성과배분을, 절차적인 측면에서 이해 당사자들의 사회적 대화 두 가지 요소가 필요하다.

기후위기 극복을 위한 산업전환은 이제 시작 단계다. 노사 등 여러 이해 관계자들, 전문가들의 전문성과 지혜를 모아서 공정한 산업전환을 효과적으로 이뤄내기 위해서는 사회적 대화가 중요하다.

산업전환이 어떤 형태로 나타날지는 불확실하다. 산업전환에서 어떤 기술이 지배적이 될 것인지, 우리나라 기업들은 신기술 개발에서 어떤 위치를 차지하는지, 그 기술들이 인간의 노동에 미치는 영향이 어떠할지 등에서 확실한 부분은 많지 않다. 또 산업마다 다양한 편차를 보일 전망이다. 때문에 정의로운 산업전환을 위한 사회적 대화는 다른 사회적 대화와 달리 선제적 대응의 성격을 갖는다.

이런 상황에서 현 단계의 사회적 대화는 당사자들의 이해관계 조율보다 공동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주력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파이 배분에 앞서 파이 키우기가 주된 관심사인 국면이다. 같은 이유로 기후위기 극복을 위한 정의로운 산업전환은 공동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파트너십을 요구한다.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는 모든 역량의 결집이 필요하다.

정의로운 산업전환을 위한 사회적 대화는 또한 중층적 논의구조를 요구한다. 정부의 기후위기 대응과 산업전환 정책을 논의하기 위한 전국 단위의 사회적 대화 창구는 당연히 필요하다. 그와 함께 산업전환 이슈가 있는 현장에서 문제해결을 위한 지역, 업종 단위의 사회적 대화도 중요하다. 산업전환 대상의 범위가 매우 넓고 또 산업별로 전환의 경로와 단계가 서로 달라서 각 업종이나 지역이 직면한 문제들은 현장에서 해결할 수밖에 없다.

가장 구체적인 문제의식은 해당 업종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가지고 있다.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현장의 이슈를 즉각적으로 반영할 필요가 있다. 기후위기 극복을 위한 사회적 대화는 산업전환에 따라 불이익을 보게 되는 취약계층의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

산업전환에 따른 피해는 해당기업의 근로자뿐 아니라 지역주민, 하청기업 근로자, 일반 소비자 등에게도 돌아갈 수 있다. 이들의 목소리를 어떻게 청취하고 반영할 것인가도 기후위기 극복을 위한 사회적 대화에서 중요한 이슈가 될 것이다.

산업전환 과정에서 피해를 보는 사람들은 산업전환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낼 우려가 있다. 기후위기 극복을 위한 산업전환을 촉진하려면 사회적 대화 과정에서 공익적 인사들의 참여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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