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눈

예술인 권리보장, 시행령에 달렸다

2021-10-08 10:49:50 게재
8월 예술인의 지위와 권리의 보장에 관한 법률(예술인 권리보장법)이 제정됐다.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사태와 미투 운동을 거치면서 우리나라에서 문화예술인들의 사회적 권리를 보장하고자 만들어졌다. 이제 법에 명시된 예술인 권리보장 및 성희롱·성폭력 피해구제위원회(위원회), 예술인보호관(보호관)과 관련된 내용을 보다 면밀하게 검토해 시행령에 담아야 하는 과제가 남았다.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사태는 2015년 국정감사에서 드러났다. 정부의 지원사업을 이용한 새로운 유형의 예술탄압으로 국제보고서에 등재되기도 했다. 미투운동은 2016년 SNS에서 시작해 각계각층으로 널리 확산됐다. 이와 같은 배경에 따라 예술인 권리보장법에는 △예술 표현의 자유 보장 △예술인의 직업적 권리의 보호와 증진 △성평등한 예술 환경 조성 등의 내용이 담겼다.

법에 '예술인의 직업적 권리의 보호와 증진'을 명시한 것은,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사태와 미투 운동 둘 다 예술인의 직업적 권리 보호가 미진하기 때문에 시작됐다는 판단 때문이다.

문화예술인들은 대체로 비사업장 기반 업무에 종사하는데 사업장 기반 기존 법안으로는 이들을 보호할 수 없다. 실제로 가장 최근 조사인 2018 예술인 실태조사에 따르면 전업예술인 중 76.0%는 프리랜서로 활동하고 있다.

다행히 예술인 권리보장법은 제정 과정에서 현장 문화예술인들이 많이 참여했다. 특히, 미투운동 국면에서 새롭게 만들어진 여러 문화예술계 단체들이 법 제정을 위해 힘을 모았다. 또 SNS에서는 예술인 권리보장법 제정을 위한 캠페인이 진행되기도 했다.

현장 문화예술인들의 뜻을 모아 어렵게 만들어진 법안이 실제로 의미 있게 준수되려면 시행령 제정이 중요하다. 법에 따르면 예술인 관련 정책 전반에 대한 심의·의결권을 가진 위원회와 위원회의 심의·의결에 따라 예술인의 지위와 권리 보장에 관한 업무를 하는 보호관을 두게 돼 있다. 위원회는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소속으로 두며 보호관은 문체부 직제 내 포함된다. 다만 위원회 구성과 운영에 관한 사항, 보호관의 자격·직무·권한, 보호관 업무를 보조하는 담당관, 보호관 제도 운영에 관한 사항 등은 시행령에 위임돼 있다.

여러 세부사항이 시행령에 위임된 만큼 시행령이 어떻게 마련되는지가 법을 준수하는 데 중요할 것이다. 예술인 권리보장법 제정 과정이 그러했듯이 시행령 제정 과정에도 현장 문화예술인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하여 법의 취지에 맞게 시행령이 제정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송현경 기자 funnyso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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