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당국 '대기업 감사 감리결과 공개' 요구 직면
2021-10-18 11:33:13 게재
7대 회계법인 감사 29% 부실
감리결과발표, 명단 비공개
시민단체 "기업 이름 공개"
18일 파이낸셜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영국 규제기관은 재무제표의 왜곡으로 인해 주주들과 기타 이해관계자들이 입을 수 있는 손실로부터 그들을 보호하기 위해 대기업 감사에 대한 정기 감리결과를 공개하라는 압력을 받고 있다. 기업의 책임 증대를 주장하는 단체들은 최근 영국 재무보고위원회(FRC)에 보낸 서한에서 상당수의 감사가 많은 개선이 필요한 것으로 간주됐으며, 부실한 품질 관리의 영향을 받은 기업 명단을 공개해야 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FRC는 올해 7월 영국 상위 7개 회계법인에 대해 연례 품질 검토를 진행한 결과를 발표했으며 103건의 감사 중 29%가 개선 또는 상당한 개선이 필요한 상태이며 그 수준은 수용할 수 없을 정도로 높다고 밝혔다.
FRC는 7개 회계법인 각각에 대한 감사품질 점수를 발표하고 있지만 어느 기업에 대한 회계감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는지에 대해 자세히 밝히지 않고 있다.
단체들은 FRC 최고책임자인 존 톰슨(Jon Thompson)에게 보낸 서한을 통해 "기준 미달 감사의 영향을 받은 기업 명단과 확인된 문제들에 대한 세부사항을 공개하지 않는 것은 회계법인이 승인한 모든 재무제표에 대한 신뢰를 훼손시킬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
스포트라이트 온 코렉션(Spotlight on Correction)과 그린피스 영국(Greenpeace UK) 등이 서한에 서명한 것으로 전해졌으며, 이들은 "투명성의 부족은 감사에 대한 전반적인 신뢰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카페 체인 파티셰리 발레리(Patisserie Valerie)의 감사 실패 사례가 품질 검사와 관련해 투명성 강화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증명한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파티셰리 발레리는 회계부정 혐의가 드러난 후 2019년에 법정관리를 신청했으며, 감사인이었던 회계법인 그랜트 손튼(Grant Thornton)은 '심각한 역량 부족'을 이유로 최근 230만 파운드의 벌금을 부과받았다. 파티셰리 발레리가 법정관리에 들어가기 몇 달 전 FRC가 정기 감리의 일환으로 파티셰리 발레리에 대한 감사를 검토했으나, 조사 결과를 발표하지 않아 이해관계자들은 FRC가 어떤 문제점을 발견했는지에 대해 알 수 없었다.
정부책임네트워크 프로젝트(Project On Government Accountability Network), 클라이언트어스(ClientEarth) 및 GLAN(Global Legal Action Network)의 대표자들을 포함한 캠페인 운동가들은 "일정한 수준에 미치지 못하는 개별 감사들은 충분한 근거와 함께 식별해야 한다"고 FRC에 요구했다. 이들은 "그렇지 않으면 감사가 미흡한 기업의 주주 및 기타 이해관계자들은 이해관계가 있는 기업의 감사가 요구되는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없다"고 덧붙였다.
FRC는 현재 영국 법률에 따라 회사의 동의를 얻지 않는 한 감사 부실 기업 명단을 밝힐 수 없다. 이에 대해 단체들은 감독당국이 기업 명단 공개를 위해 기업에 동의를 구했는지 여부와 기업의 감사위원회가 지적된 문제를 해결하도록 하기 위해 감독당국이 어떻게 관여하고 있는지 설명해줄 것을 요구했다.
지난 3월 발표된 영국 정부의 감사개혁 백서에는 감독당국이 기업이나 회계법인의 동의없이 감사품질검사 결과를 공표할 수 있도록 하는 제안이 포함돼 있다. 조사결과 전체를 공개할지 아니면 요약만 공개할지는 감독당국이 자유롭게 결정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단체들은 "FRC 와 신설 감독 기관인 감사보고지배구조당국(ARGA)이 상업적 기밀 및 법적 특권 문제가 불충분한 감사와 투명성 훼손을 야기하지 않도록 하기 위한 메커니즘을 마련할 것을 촉구한다"고 주장했다. FRC는 "감리 결과를 발표하자는 제안을 지지하지만, 입법적인 변화가 전제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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