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폄훼' 2년여 만에 … 국민의힘, 또 '전두환' 수렁

2021-10-21 16:18:02 게재

김재원 "부동산·원전정책 배워야"

대선토론서도 '전두환 옹호' 공방

국민의힘이 '전두환' 논쟁의 수렁에 스스로 발을 빠뜨리며 잇따라 자책골을 넣고 있다. 대선주자들은 물론 최고위원, 전직 의원까지 가세했다. 2년 전 자유한국당 시절 5.18 폄훼 발언으로 국민들의 외면을 받은 지 2년 만이다.

김재원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21일 "부동산·원전정책 두 가지만은 문재인 대통령이 전두환 전 대통령에게 배웠으면 좋겠다"고 주장했다. 윤석열 대선 예비후보의 '전두환 옹호' 발언을 두둔하는 과정에서 나온 말이다.

김 최고위원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문 대통령 임기가 6개월 남았는데 전두환 전 대통령에게 가서 물어보면 분명히 '국내 최고 전문가들에게 맡기고 고집부리지 말라'고 하지 않겠느냐"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저는 전두환 정권 같은 정치 체제가 다시 우리나라에 등장해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면서도 "그런데 그 시절엔 취직도 잘 됐고 아파트 당첨도 쉬웠다. 적어도 먹고사는 문제에선 그렇게 희망이 좌절된 시대는 아니었다"고 했다.

이어 현 정부의 부동산정책 실패, 탈원전 정책 강행을 비판하며 "전두환 시대 때는 하다못해 자기들이 경제 모른다고 해서 경제 정책만큼은 대한민국 최고 일류들에게 맡겼다" "역사적으로 모든 것이 암울했던 5공 치하 전두환 정권 시절이지만, 적어도 부동산, 탈원전 정책은 문재인 정권이 훨씬 더 암울하다"고 비교했다.

보수야당에서 전두환 논란이 파문을 일으킨 것은 2019년 2월 김순례·김진태·이종명 의원이 한 토론회에서 5.18 폄훼발언을 한 지 2년여 만이다. 당시 김순례 의원은 "종북좌파들이 판을 치면서 5·18 유공자라는 괴물 집단을 만들어내 우리의 세금을 축내고 있다" 이종명 의원은 "5.18폭동이 민주화운동으로 변질됐다"고 주장했다.

앞서 20일 대구MBC에서 열린 대선경선토론에서도 윤 후보의 전두환 옹호 발언을 둘러싼 공방이 이어졌다.

유승민 후보는 "5.18과 12.12를 빼고 (전 전 대통령을) 평가를 할 수가 있느냐"며 "'부동산 문제, 조국 문제를 빼면 문재인 정권 잘했다' '일본에 나라 팔아넘기지 않았으면 친일파들 잘했다' '병역 기피만 안 했으면 스티브 유 잘했다'는 것과 유사한 발언"이라고 지적했다.

홍준표 후보도 "저는 5공 시절 검사로서 전두환 전 대통령의 형도 잡아넣었던 사람"이라며 "우리가 5공과 단절하기 위해 30여 년간 피어린 노력을 했다. 5공 시대에 정치가 있었나. 독재만 있었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윤 후보는 사과하지 않았다. 그는 유 후보를 향해서는 "경제를 살리고 청년에게 미래를 주기 위해서는 어느 나라, 어떤 정부의 누가 한 것이라도 정치적인, 종합적인 공과를 넘어서서 할 건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홍 후보를 향해서는 "지난번 대선에 나오셔서는 박정희 전두환을 계승하겠다고 하시지 않았나. 본인도 전두환 (전) 대통령을 계승하겠다 하지 않았느냐"고 받았다.

홍 후보는 페이스북을 통해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 이명박 박근혜처럼 TK출신 대통령이 되겠다고 말을 한 기억은 있지만 그게 어찌 전두환을 계승 한다는 말로 둔갑 할수가 있느냐"며 윤 후보 주장이 거짓말이라고 항변했다.

후보들간의 논란에 전여옥 전 새누리당 의원도 가세했다. 전 전 의원은 20일 페이스북을 통해 "홍준표 의원은 지난 2017년 '박정희와 전두환을 잇는 TK 희망이 되겠다'라고 했다. 옹호 발언보다 수위가 높지 않으냐"며 "원희룡 전 제주지사도 윤 전 총장에게 직격타를 날렸지만 전 전 대통령에게 넙죽 엎드려 큰 절도 했었다"고 꼬집었다.
이재걸 기자 claritas@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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