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전두환 옹호 발언' 사과 진정성 논란

2021-10-22 11:39:40 게재

'페이스북 유감표명' 후 반려견 인스타그램에 사과 사진

김대업 '사과상자' 회자 … 캠프 "논란 일으킨 점 사과"

"전두환 불쌍" 정법 강의 재조명 … 무속 논란 재발 우려

'전두환 옹호' 논란을 일으킨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예비후보가 유감표명을 했지만 그 과정에서 진정성 논란이 불거졌다.

21일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 반려견 인스타그램에 게시됐다 삭제된 사과 게시물. 인스타그램 캡쳐

윤 후보는 21일 오후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소중한 비판을 겸허하게 인정한다"며 "그 누구보다 전두환 정권에 고통을 당하신 분들께 송구하다"고 밝혔다. 그는 "제 발언의 진의는 결코 전두환에 대한 '찬양'이나 '옹호'가 아니었다"면서 "그러나 독재자의 통치행위를 거론한 것은 옳지 못했다"고 인정했다. "'발언의 진의가 왜곡되었다'며 책임을 돌린 것 역시 현명하지 못했다"며 "정치인이라면 '자기 발언이 늘 편집될 수 있다'는 생각까지 해야 한다는 지적을 받아들인다"고 했다.

윤 후보는 앞서 이날 오전 같은 문제에 대해 "설명과 비유가 부적절했다는 많은 분들의 지적과 비판을 겸허히 수용하고 유감을 표한다"고 했지만 사과나 사죄로 해석해도 되느냐는 질문에는 부정적인 태도를 보였다. 윤 후보 인스타그램에도 돌 사진과 함께 '어릴 때부터 사과를 좋아했다'는 내용이 게시되면서 '사과가 아닌 조롱'이라는 비판이 일었다.

저녁 페이스북 사과로 일단락되는 듯 했던 전두환 논란은 윤 후보 및 반려견 인스타그램에서 다시 부각됐다. 두 장의 사과 사진이 각 SNS에 잇따라 게시됐는데 각각 윤 후보가 어린 시절 부친이 사온 사과를 맛있게 먹은 내용, 반려견 토리에게 사과를 주는 내용이 실린 것.

해당 게시물들은 누리꾼들이 윤 후보의 진정성을 문제삼으며 논란이 커지자 삭제된 상태다.

권성동 의원은 MBC라디오 '시선집중'에서 "공식입장은 본인의 페이스북과 어제 기자회견에서 유감표명 여기가 공식입장이라고 보면 되고 인스타그램은 그냥 약간 재미를 가미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윤 후보 캠프는 공식 입장문을 내고 사과했다. 윤 후보 캠프는 "토리(반려견) 인스타 계정은 평소 의인화해서 반어적으로 표현하는 소통수단으로 활용했다"며 "실무자가 가볍게 생각해 사진을 게재했다가 실수를 인정하고 바로 내렸다"고 해명했다. 이어 "앞으로 캠프에서는 인스타 게시물 하나하나 신중하게 게시하겠다"며 "논란을 일으킨 점 깊이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윤 후보 SNS의 사과사진 논란으로 2002년 대선 당시 '사과상자' 사건이 회자된다.

이회창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 아들의 병역의혹을 제기한 김대업씨가 한나라당에 사과를 하겠다며 사과상자를 택배로 한나라당 사무처에 보낸 일이다. 김씨는 사과상자 겉면에 김문수·김무성·전여옥·박근혜를 수신자로 쓰고 발신자 이름에는 '사과 받기를 그토록 간절하게 원하시니 사과를 드리오니 사과를 받으시오(김대업 보냄)'이라고 썼다.

한나라당은 '당을 우롱하는 것'이라며 수신을 거부한 바 있다.

여당은 다시 공세를 폈다.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22일 KBS라디오 '최강시사'에서 "(윤 후보의 전두환 옹호발언은) 평소에 본인의 생각이 그대로 표현된 것"이라며 "평소의 소신 아니겠느냐"고 꼬집었다. 송 대표는 이날 국회 최고위회의에서도 "이런 식의 국민을 조롱하는 행위를 해서는 정말 안 된다"며 "사과를 하려면 제대로 좀 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얼마 전 '무속논란'의 중심에 있었던 '정법강의'도 다시 도마에 오를 조짐이다. 유튜브 정법강의는 2013년 7월경 전두환 은닉재산 논란과 관련해 3차례 콘텐츠를 내보내면서 "우리가 전두환을 미워하는 게 아니고 불쌍해한다" "전두환을 뭐라 해야 할 일이 아니고 (그에게 가르침을 주지 못한) 정신적 지도자들을 뭐라 해야 한다" 등 전두환을 두둔하는 내용들이 곳곳에서 등장했다.

이재걸 기자 claritas@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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