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규투자자에게만 제공한 특약은 무효
2021-10-29 12:07:57 게재
중요결정권 사전동의권 부여
서울고법 "주주평등권 반해"
28일 서울고등법원 민사16부(차문호 부장판사)는 N사가 코스닥기업 T사를 상대로 낸 상환금 청구 소송에서 1심을 뒤집고 원고 패소판결했다.
2016년 N사는 T사의 상환전환우선주(주당 1만원, 20만주)를 20억원에 인수했다. N사는 T사가 또 다른 신주를 발행할 경우 사전 동의를 받아야 하고 이를 위반하면 투자금 조기상환과 위약벌을 부과하는 특별약정을 체결했다. 투자금 회수가 용이하도록 한 조치다.
하지만 T사는 2년 뒤 또 다른 업체로부터 20억원(상환전환우선주)을 투자받으면서 N사의 사전 동의를 받지 않았다.
N사는 T사를 상대로 투자금 조기상환 20억원, 위약벌 20억원 등 46억원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T사가 신주인수계약을 어겼다고 본 1심 재판부는 "43억원을 지급하라"며 원고일부 승소 판결을 했다.
일반적으로 기업이 투자를 유치하면 △일정 수익 보장 △투자대상회사 임원 등의 임명 또는 추천권 △투자대상회사의 중요 정책결정에 대한 사전 동의권 등을 주고 있다. 대법원은 2020년 8월 수익보장 약정에 대해 무효라고 판결했다. 다만 임원 임명권이나 정책 사전 동의권에 대한 판단이 나온 적은 없다.
이번 사건은 신주인수계약에서 정책 사전 동의권이 성립하는지가 쟁점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문제) 약정은 신주인수로 주주 지위만 갖게 된 N사에 대해 다른 주주들에게는 인정되지 않는 우월한 권리를 부여한 것"이라며 "투자금 회수를 절대적 보장하는 기능으로 주주평등의 원칙에 반해 무효"라고 봤다.
재판부는 "상법상 안전장치가 충분하지 못하다는 지적이 있다"면서도 "투자자 보호를 위한 장치도 법이 인정하는 범위 내에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를 허용하면 법이 허용하지 않는 '황제주'를 발행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고, 자금 조달을 하려는 기업이 기존 주주를 불공평하고 불리한 지위에 처하도록 한다"며 "현행법상 일부 주주에게만 특별 권한을 부여하는 주식 발행이 허용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만일 이 판결이 확정되면 주식회사가 신주발행 과정에서 투자자에게 특별한 의무나 혜택을 주는 계약이 금지돼 경영권 보호나 주주 지위 불평등 문제가 해소될 수 있다. 별도로 상법개정안 논의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2008년 일부 주주에게만 특수권한을 부여하는 종류의 주식 발행 논의가 이뤄졌지만 입법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오승완 기자 osw@naeil.com
오승완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