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기물소각업체의 요소수 품귀 해법 제안

"음식물폐수는 소각장 요소수 대체 가능"

2021-11-03 13:27:06 게재

정부기관도 질소산화물 저감 효과 인정

업체 재활용 신청 … 환경부 "심의 중"

요소수 부족하면 미세먼지 대란 발생

요소수 품귀현상으로 산업계가 긴장하고 있다. 정부도 긴급회의를 열며 대책마련에 나섰다. 전국에 산재해 있는 폐기물소각장들도 요소수 부족이 미세먼지 대란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최근 요소수가격이 급등했다. 요소수는 경유차량 등에서 발생하는 발암물질인 질소산화물(NOx)을 물과 질소로 바꿔주는 성분이다. 화물차 버스 트렉터 등 디젤엔진차량에 의무 장착하는 질소산화물저감장치(SCR)에 들어가는 필수품이다. 주로 디젤차량에 쓰이고 있어 요소수 부족은 물류를 비롯해 건설 농업 등 여러 분야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국내에선 롯데정밀화학 휴켐스 KG케미칼 등이 수입한 요소를 활용해 요소수를 생산하고 있다.

최근 중국이 전력난 사태로 요소 수출을 제한하면서 요소수 품귀 현상이 발생했다. 요소 수입량의 약 3분의 2를 중국에 의존하고 있어 요소수 수급에 비상이 걸린 것이다.


◆"11월이면 재고 바닥" = 폐기물소각장들이 요소수 품귀 현상을 걱정하는 이유는 요소수가 미세먼지 저감물질로 쓰이고 있어서다.

요소수는 폐기물소각장에서 발생하는 미세먼지 주요 원인물질인 질소산화물을 질소로 환원시켜 배출하는데 필요한 촉매환원제다. 미세먼지를 줄이는데 꼭 필요한 물질인 셈이다.

현재 전국에는 지방자치단체가 운영하는 230기 소각로와 민간 114기 소각로가 있다. 요소수를 투입하지 못할 경우 소각로의 미세먼지 배출은 급격히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요소수 부족이 자칫 국가 미세먼지 대란으로까지 연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한 소각업체 대표는 "작년 kg당 300~400원하던 요소가 1000~1500원으로 3배 이상 올랐고 요소 물량입고도 중단되고 있다"며 "이 조차도 11월이면 재고가 바닥이 난다고 약품업체에서 연락이 왔다"고 전했다.

산업계 마다 중국에 의존하던 요소를 대신할 수 있는 대체제가 있는지 다방면으로 알아보고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는 마땅한 대체제가 없는 상황이다.

다행스러운 건 소각시설의 경우 요소수 대체제 방법이 있다는 점이다. 폐기물소각 업체들은 10년 전 음식물류 폐수인 '음폐수'를 요소수 대체 방법으로 찾았다. 실제 요소수 대신 사용했다.

학계와 정부기관도 음폐수의 질소산화물 저감 효과를 확인했다.

국립환경과학원은 2019년 업무보고에서 음폐수 활용 소각시설의 질소산화물 저감효과는 최대 82%이며 대기오염물질(다이옥신·SOx·CO·HCl)의 배출허용기준을 충족한다는 선행연구결과를 보고했다.

환경부도 음폐수 효과를 인정하고 '환경오염시설의 통합관리에 관한 법률'에서 최적가용기법으로 인정했다. 최적가용기법(BAT)은 오염배출량을 효과적으로 저감하면서 에너지 소비량을 절감하는 등 경제성도 갖춘 환경관리 기술을 일컫는다. 음폐수를 환경관리기술로 인정한 셈이다.

지난해 한국폐기물자원순환학회의 추계학술발표 논문집에도 음폐수 효과가 실렸다. '음폐수 처리를 위한 사업장폐기물 소각시설에서의 질소산화물 저감 특성 분석'(권영현외 3인) 논문에 따르면 사업장폐기물 소각시설(3개소)에서 질소산화물 제거를 위해 사용하는 약품(요소수, 암모니아수)을 음폐수로 대체한 결과 질소산화물 제거효율과 재활용 가능성이 증명됐다.

A 시설은 최대 투입량 조건(1톤/hr)에서 약 35.1%의 제거효율을 나타냈다. B 시설은 최대 투입량 조건(2톤/hr)에서 약 56.1 %의 제거효율을 보였다. 음폐수 효과가 확인됐는데도 여전히 상용화하지 못하고 있다. 음폐수가 폐기물로 분류돼 있기 때문이다.

◆음폐수 여전히 폐기물로 분류 = 2019년 음폐수 활용을 위해 발의된 '폐기물관리법 개정안'는 시민단체 반발로 국회를 통과하지 못했다. 정부 재활용환경성평가에서도 탈락했다. 음폐수가 재활용 자원이라기보다 소각용 폐기물에 가깝다는 게 탈락 이유였다.

업계에서는 지난해 재활용환경성평가를 다시 신청했다. 환경부 관계자는 "현재 음폐수는 폐기물로 분류돼 있어 재활용할 수 없다"면서 "절차에 따라 검토 중"이라고 전했다.

이에대해 업체 관계자는 "환경부는 재활용환경성평가를 소각로별로 검토하는데 100기가 넘는 소각로를 모두 평가하려면 100년 이상 걸릴 것"이라며 환경부에 적극적인 행정을 주문했다. 한국음식물자원화협회에 따르면 전국 폐기물소각장들이 연간 사용하는 요소수는 2만6500톤이다. 이를 음폐수로 대체할 경우 50% 이상의 요소수 수입을 대체할 수 있다.

이석길 한국음식물자원화협회 사무국장은 "음폐수를 사용해도 대기오염에 전혀 문제가 없는데도 상용화되지 못하고 있어 안타깝다"며 "음폐수를 요소수 대체로 활용하면 매년 발생하는 음폐수처리 문제와 요소수 품귀현상 해결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김형수 기자 hs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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