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새 다문화 학생 4배 이상 증가

2021-11-05 12:10:43 게재

출산율 감소로 같은 기간 전체 학생 24% 감소

전체 출생아 중 다문화 출생아 비중 5.9% 차지

국내 체류 외국인이 전체 인구의 4%(230만명)를 넘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준 다문화·다인종 국가(이주배경인구가 총인구의 5% 이상) 진입에 임박한 것이다. 이런 변화는 학교 현장에서 가장 쉽게 경험할 수 있다.

5일 교육부 등에 따르면 올해 초·중·고교에 재학 중인 다문화 학생은 16만명으로 전체 학생의 3%에 달한다. 2011년 3만8000여명(전체 학생의 0.55%)에 비해 4.2배나 증가했다. 반면 전체 학생 수는 저출산 영향으로 2011년 698만여명에서 지난해 533만여명으로 줄었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전체 출생아 중 다문화 출생아가 차지하는 비중은 5.9%에 달한다. 단순 계산만으로도 다문화 학생 비율은 최소 6% 수준까지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다문화 학생은 우리 사회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언어, 정체성 혼란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다. 이 때문에 교육부는 중도입국 학생 등의 조기 적응을 돕기 위해 2020년 372개교에 한국어 학급을 개설하고 지역 교육청 산하 다문화 교육지원센터와 연계해 한국어 교육을 지원하고 있다.

하지만 다문화 학생의 중도탈락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학업 중단율은 상급학교로 올라갈수록 높아진다. 2017년 기준 다문화 학생의 학업 중단율은 초등학생 1.3%, 중학생 2.1%, 고등학생 2.7%로 나타났다. 초등학생의 경우 다문화 가정 학생 학업 중단율이 일반 가정 자녀에 비해 약 4.5배나 높았다.

다문화 가정 자녀들이 자퇴를 결심하는 가장 큰 이유는 친구 관계의 어려움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여성가족부가 2016년 발표한 '전국 다문화 가족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다문화 가정 자녀가 학교에 적응하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친구들과 어울리지 못해서'(64.7%·복수응답)로 나타났다. 이어 '학교 공부에 흥미가 없어서'(45.2%), '한국어를 잘하지 못해서'(25.3%) 등이 뒤를 이었다. '외모 때문'도 7.7%를 차지했다. 다문화 가정 자녀들의 이국적인 외모는 친구들에게 괴롭힘을 당하는 빌미가 되기도 한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학생뿐 아니라 다문화 사회로 빠르게 진입하면서 곳곳에서 갈등과 마찰이 발생하고 있다. 다문화 관련 정책과 제도, 인식이 변화 속도를 따라잡지 못한 탓이란 분석이다.

국가인권위원회가 지난해 3월 공개한 '한국사회의 인종차별 실태와 인종차별 철폐를 위한 법제화 연구' 보고서는 다문화 사회 진입을 앞둔 우리 사회의 현실을 잘 보여준다. 결혼이민자, 동포, 난민, 유학생, 전문직, 이주노동자, 탈북민 등 이주민 300여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면접조사 결과 68%가 '인종차별이 존재한다'고 답했다.

다만, 이미 다문화 국가에 진입한 서구 국가에서 많이 나타나는 피부색(24%) 종교(18%)를 이유로 한 차별은 상대적으로 낮았다. 반면 한국어 능력(62%) 말투(56%) 출신국(56%) 등으로 차별을 경험한 비율이 높았다. 우리 사회의 인종차별은 출신국 경제 수준이나 말투 같은 일상적 이유로 많이 발생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한국은 세계에서 출산율이 가장 낮다. 반면 국제결혼·유학·이주노동 등은 빠르게 늘고 있다. 특히 통계청의 '다문화 인구동태 통계'에 따르면 2018년 다문화 결혼은 전년 대비 4.0% 증가한 2만4721건으로 전체 결혼의 10.3%를 차지했다. 전문가들은 이는 미래 교육현장과 사회의 변화를 예고하는 것이라 갈등과 마찰을 최소화하는 대책 마련을 고민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이런 가운데 지난해 의미 있는 통계가 발표됐다.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다문화 학생들이 우리 사회에 잘 적응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내용이라 앞으로 노력에 따라 융합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전망된다.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이 지난해 광복절을 맞아 서울·경기지역 중학생 200명(다문화가정 87명, 비다문화 가정 11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다문화·비다문화 가정 아동 국가 및 사회인식 비교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나는 다른 나라 사람이기보다 대한민국 국민이고 싶다' 질문에 다문화가정 응답자 78.2%가 '매우 그렇다'나 '대체로 그렇다'고 답했다. 반면 비다문화가정 학생은 60.2%였다. '한국에 살고 있다는 것이 자랑스럽다'는 문항에 동의하는 응답자 비율도 다문화가정(94.3%)이 비다문화가정(86.7%)보다 높았다. '앞으로 한국에 살고 싶다'는 문항 역시 다문화 가정(93.1%)이 비다문화 가정(87.6%)보다 높았다.

또한 다문화가정 아이들은 한국사회에 대한 신뢰도 더 강한 것으로 조사됐다. '우리 사회가 어느 정도 믿을 수 있는 사회라고 생각하나' 묻는 항목에서는 다문화가정 학생의 응답이 '그렇다'(47.7%) '보통이다'(46.5%), '그렇지 않다'(5.8%) 순으로 높은 데 반해 비다문화가정 학생은 '보통이다'(65.2%) '그렇지 않다'(20.5%) '그렇다'(14.3%) 순이었다.

발표 당시 재단 관계자는 "다문화 가정 정책 기조인 '동화주의 모델'은 이주민이 한국의 주류 문화를 수용해 다른 구성원들과 차이 없이 흡수되는 것을 지향하는 통합정책"이라며 "이 과정에서 다문화 가정 자녀들이 한국사회의 긍정성을 강조한 적응 교육을 받게 되고 그 결과 한국인으로서 정체성이 '과잉 내재화'된 영향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다문화 가정 아동이 한국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와 달리 원활하게 적응했다는 점을 보여준다"면서도 "우리 문화를 지나치게 강조해 여러 문화를 포용하는 역량이 여전히 부족하고, 그 결과 다문화 가정 아동이 이중문화 경험을 바탕으로 펼칠 수 있는 잠재력을 제한한다는 점은 우려스럽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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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선 · 박광철 · 장세풍 기자 spj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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