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시론

이재명 윤석열과 그 적(敵)들

2021-11-09 11:46:25 게재

5일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로 확정됐다. 이로써 20대 대선 대진표가 얼추 정리됐다. 앞으로 4개월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은 죽이느냐 죽느냐의 건곤일척 승부를 펼칠 것이다. 심상정 안철수 김동연 등 제3지대를 표방하는 후보가 있지만 진영의 틈바구니에서 큰 힘을 발휘하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4개월 뒤 승부를 지금 예측하기는 쉽지 않다. 대선 자체의 역동성 때문이기도 하지만 이재명 윤석열 양강후보들이 안고 있는 시한폭탄이 언제 터질지 알 수 없어서다. 비호감 선거의 특성상 네거티브 동원력의 부침도 현재 가늠하기 어렵다.

대장동에 발목 잡힌 이, 2030세대 떠나가는 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시점에서 보면 이 후보의 위기가 두드러진다. 국정감사를 통해 정면돌파를 시도했지만 여전히 '대장동'이 갈길 바쁜 이 후보의 발목을 잡는 형국이다. 최근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검찰 압수수색 직전 이 후보의 복심 인사와 통화한 사실이 밝혀지면서 의혹에 다시 불이 붙었다.

각종 여론조사 지표도 이 후보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한국갤럽의 11월 1주차 데일리오피니언에 따르면 정권재창출 여론은 33%, 정권교체는 57%로 나타났다. 둘 사이의 격차는 지난해 8월 이후 최대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의 11월 1주차 이 후보의 비호감도는 60%로 2주 전에 비해 4%p 올랐다. 같은 기간 윤 후보 비호감도가 2%p 떨어진 것과 대조적이다.

이 후보는 이 위기를 어떻게 넘길까. 일전 유시민 전 노무현재단 이사장은 이 후보더러 "트럼프 반, 노무현 반"이라고 촌평한 바 있다. 아마 이 후보도 트럼프식 인기영합 공약과 노무현식 개혁 어젠다로 위기를 돌파하려고 할 것이다. 그동안 '한 말은 지킨다'는 이미지를 만들어온 이 후보가 쓸 수 있는 유력한 무기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런 전략이 얼마나 먹힐지 미지수다. 본인은 필요하다면 포퓰리즘이라도 기꺼이 하겠다지만 '이재명표 재난지원금'에 대한 부정적 여론에서 보듯 유권자들이 그리 호락호락 한 게 아니다.

더구나 캠프 안팎의 분위기를 보면 이 후보의 가장 큰 리스크는 이재명일 것 같다. 대부분의 자수성가형 리더들이 그렇듯, 이 후보도 '나는 뭐든지 잘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하지만 과도한 자신감과 유능함에 대한 콤플렉스에 가까운 집착은 진영 내부에서조차 '너 잘났다'라는 식의 거부감을 유발할 수 있다.

이에 비해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는 상대적으로 느긋해 보인다. 정권교체 지수가 더 높아진 데다 경선 후유증도 그닥 크지 않다. 그럼에도 대선출마 후 그가 보여준 근본적 한계는 대선기간 내내 족쇄로 작용할 전망이다.

대선후보 결정 국민 여론조사에서 윤 후보는 홍준표 후보에게 10%p 이상 뒤졌다. 윤 후보측이 주장한 '민주당 지지층의 역선택' 때문이 아니라 그동안 확고한 지지를 보였던 일부 고령보수층의 이탈이 주된 이유였다. 도덕성이나 다른 자질보다 '유능한 보수'를 원하는 그들에게 윤 후보의 준비안된 모습은 "보수의 로열티를 훼손시킬 것"이라는 우려를 자아내기 충분했다.

더구나 윤 후보는 제대로 된 미래비전을 보여주지 못했다. 그간의 언행을 보면 오히려 과거회귀적이다. 이 후보의 1/4에도 못 미치는 2030세대 지지율(한국갤럽), 후보선출 후 "노인의힘을 떠난다"는 인증을 올리며 반발하는 미래세대 당원들의 탈당러시가 그 반증이다. '대선은 미래를 선택하는 전망적 투표(Prospective Vote)'라는 고전적 선거이론이 맞다면 윤 후보는 결정적 핸디캡을 갖고 있는 셈이다.

게다가 평생을 상명하복의 위계질서 속에 살아온 그가 주권자의 정치적 효능감이 극대화된 민주화시대, 백가쟁명의 다원사회를 감당할 수 있을까하는 의문부호가 꼬리표처럼 붙어다닐 것이다. 그래서 윤 후보의 가장 큰 적도 윤석열 자신일 것 같다.

누가 먼저 큰 실수를 하느냐가 관건인 선거

역대 대선이 그랬듯 남은 4개월 판세는 몇번이고 출렁거릴 것이다. 야당 입장에선 대선 내내 대장동 의혹을 끌고 가고 싶겠지만 단일 이슈가 그렇게 지속된 적은 없었다. 여권이 부풀리고 싶어하는 고발사주·수사방해·도이치모터스 의혹도 마찬가지다.

어쨌거나 분명한 사실은 남은 기간 양강 후보 스스로가 약점을 극복해서 선거지형을 바꿀 일은 없을 거라는 점이다. 오히려 후보들의 잦은 실수가 쌓이고 큰 실수가 터지면서 판이 흔들릴 가능성이 크다. 과연 실수의 주인공은 누가 될까.

남봉우 논설주간
남봉우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