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다이어트 뜨고 배달음식 지고

2021-11-09 00:00:01 게재

'코로나 특수' 라면·과자 손 덜가고 다시 빛 본 화장품 … 캠핑·환경엔 관심 여전

위드코로나(단계적 일상회복) 일주일. 코로나19와 함께 사는 걸 실감케 한다.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 확진자가 여전히 속출하고 마스크도 아직 벗지 못하지만 마음은 가볍다. 일단 외출이 자유롭다. 가족은 물론 지인과의 만남에도 꺼리김이 없다. 제한적이지만 늦은 밤 여럿이서 술자리도 가능하게 됐다. 얼마전까지 엄두도 내지 못하던 일상이었다. 달라진 건 이뿐이 아니다. 외출복 사는 사람이 확 늘었다. 화장품 매장을 찾는 이도 많아졌다. 다이어트 관심도 높아졌다. '집콕'생활의 끝자락을 알리는 신호들이다. 반면 음식 배달은 눈에 띄게 줄고 있다. 쟁여놓고 먹던 라면, 과자도 이젠 덜 찾는다. 코로나 특수가 사라지고 있다는 얘기다.

위드코로나가 소비 지형도를 또 한번 바꿔 놓을 판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중국발 요소수 대란으로 공급차질 등 물류에 문제가 올 수 있다는 우려가 있지만 위드코로나와 함께 소비가 살아나고 있다는 건 분명하다"면서 "유통업체마다 위드코로나시대에 맞는 상품을 발굴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위드코로나에 잘 나가는 상품 = 정부가 9월말 위드코로나 발표 후 10월 한달간 롯데마트에선 다이어트 관련 제품들이 잘 팔렸다. 11월 1일부터 시작한 위드코로나에 대비하기 위한 소비였다.

롯데마트에 따르면 단백질 보충 제품, 다이어트 보조식 등 체중조절식품의 경우 10월 매출이 전년동월 대비 125% 급증했다.

러닝·워킹용품도 이 기간 70%나 매출이 늘었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그동안 모임 등을 미뤄왔던 이들이 외출에 대비해 운동 용품이나 체중 조절 보조식품 등을 구매했기 때문으로 롯데마트측은 분석했다.

같은 이유로 여성복도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신세계인터내셔날에 따르면 보브, 스튜디오 톰보이 등 5개 여성의류 브랜드의 열흘간(10월 22~31일)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6%나 증가했다. 크랙 다운 베스트(조끼) 같은 일부 여성복은 준비한 물량 대부분을 다 소진해 1차 재생산에 들어갔을 정도다. 11월은 본격적인 위드코로나와 강추위가 시작되는 만큼 매출이 더욱 늘어날 것으로 신세계인터내셔날 측은 기대하고 있다.

색조화장품 매출도 함께 늘어나는 추세다. 이 기간 신세계인터내셔날 에스아이빌리지 색조화장품 매출은 38% 증가했다. 가벼운 피부화장을 위한 기초화장품과 살짝 바르는 쿠션 위주로 판매가 늘고 있다. 위드코로나로 마스크를 벗을 수 있다는 기대감에 립스틱을 찾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는 분석이다. 위드코로나로 화장품이 다시 빛을 보기 시작했다는 얘기다.

◆위드코로나에도 반전없이 인기 = 코로나 수혜 상품군으로 꼽히던 마스크와 호흡기용품은 위드코로나 시행 발표 후 되레 매출이 늘고 있다.

위드코로나에도 반전은 없다는 얘기다. 롯데마트에 따르면 마스크와 호?기용품의 1~9월 매출은 지난해 같은기간보다 12.5% 늘었지만 10월 한달 매출은 지난해 같은 달보다 38%나 급증했다.

청소·세탁용품도 마찬가지다. 올해 1~9월까지 청소·세탁용품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8% 늘었다. 10월 들어와 매출 증가율이 39%로 치솟았다. 소비자들은 위드코로나와 상관없이 청결하고 위생적인 실내 환경을 원하고 있다는 해석을 낳게 하는 대목이다.

캠핑용품도 사정은 비슷하다. 코로나 영향으로 해외여행이 어려워지며 인기를 얻었지만 위드코로나와 함께 시들해질 거란 전망을 무색케 하고 있다. 글로벌 쇼핑플랫폼 큐텐에 따르면 9월 캠핑부문 매출은 코로나 이전 2019년 9월보다 23배 이상 폭증했다. 특히 망토침낭, 야전침대는 휴대가 간편해 동절기 가벼운 캠핑이나 차박용으로 인기가 많았다. 원터치 타프, 캠핑 의자와 테이블 등도 인기다. 아웃도어용 석유난로 매출도 2019년보다 53% 늘었다. 큐텐 관계자는 "위드코로나로 추운 날씨에도 캠핑을 즐기는 소비자 관심이 지속되면서 직구용 캠핑용품 매출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백신접종 때부터 쪼그라들어 = 라면과 과자 인기는 시들해졌다. 이미 백신접종과 함께 매출이 줄기 시작했다. 실제 농심 1분기(연결기준) 매출액은 620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9.8% 줄었다. 영업이익은 283억원으로 1년새 55.5%나 급감했다.

라면 내수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5.5%나 감소했다. 반면 이 기간 해외매출은 20.6% 늘었다. 해외에선 K-라면 바람이 여전하지만 국내에선 농심라면을 찾는 소비자가 급감한 모양새다. 또 지난해 너무 잘팔려 상대적으로 감소폭이 더 도드라져 보이는 기저효과도 컸다.

코로나로 초호황을 누리던 음식배달앱도 쪼그라들 판이다.

위드코로나 첫날 배달의민족 이용자는 20% 넘게 감소했다. 빅데이터 플랫폼 기업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단계적 일상회복 1단계 이후 주요 배달 앱 사용자수(DAU, 일간 활성 이용자수)가 전반적으로 줄었다. 배달의민족은 지난 1일과 2일 DAU가 500만 이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꾸준히 500만 안팎의 DAU를 기록하던 배달의민족은 11월 1일의 경우 309만여명으로 전달 같은 요일에 비해 22% 감소했다. 같은 기간 쿠팡이츠 사용자수도 47만명으로 23% 줄었다. 식당운영이 활발해지면 당연히 배달은 줄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고병수 기자 byng8@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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