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조건부 수용' 의사에 야, '대장동 특검' 공세 재점화

2021-11-11 11:35:29 게재

이준석 "애매한 입장 통해 시간벌기 … 국정농단 전례 준용해야"

김기현 "여야 원내대표 만나자" … 윤석열측 "사실상 특검 거부"

정성호 "검찰 수사 곧 종료 … 기본적인 입장 크게 달라지지 않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대장동 게이트'에 대한 검찰 수사가 미진할 경우 특검을 수용할 수도 있다는 입장을 밝히자 야권의 특검 압박 공세에 다시 불이 붙었다. 특검 여론에 이 후보가 반응하자 '문지방'을 넘어섰다는 판단이다.

◆"대한민국 운전대, 음주운전자에 못 맡겨" =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11일 "이재명 후보가 궁지에 몰렸다. 젊은 사람들 용어로 '가불기(방어가 불가능한 기술)'"이라며 이 후보의 '조건부 특검 수용' 발언을 겨냥했다. 앞서 이 후보는 11일 관훈토론에서 "(검찰 수사에) 미진한 점이 있거나 또는 의문이 남는다면 특검 형식이든 어떤 형태로든 더 완벽한 철저한 진상규명(에 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의 부산저축은행 부실수사 의혹, 곽상도 의원 아들 퇴직금 50억원 의혹 등에 대해서도 특검이 이뤄져야 한다는 '전제조건'을 내걸었다.
재등장한 대검 앞 근조화환 지난 3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앞에 화천대유 관련 특검을 촉구하는 근조화환이 설치돼 있다. 연합뉴스 이지은 기자


이 대표는 11일 국회에서 최고위원회의를 열고 "(이 후보가) 특검을 즉각 수용하지 않으면 특검을 거부하는 자가 범인이라는 국민의 확신에 따라 선거에 질 것이고, 새로 탄생한 정부에서 어차피 엄정한 수사를 받을테니 조건부 수용이라는 애매한 입장을 통해 시간벌기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며 "국민은 초대형 부동산사건의 수사대상인 이 후보가 앞으로 이런저런 조건을 내세우는 것을 좋게 바라보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특검은 즉각 구성돼야 하고 실질적인 임명권도 여당이 가지면 안된다"며 "야당이 갖거나 국민이 신뢰할 수 있는 그런 단체가 하는 게 옳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정농단 특검 당시 특별검사 임명권을 야당해서 행사했던 전례를 준용해야 한다"고도 했다.

이 대표는 "원내지도부가 이 후보의 궁여지책 특검수용 의사에 대해서 일체의 꼼수를 허용하지 말고 야당의 권리를, 국민의 권리를 주장할 것을 주문하겠다"고 말했다.

김기현 원내대표는 "내가 뭘 잘못했느냐며 여전히 적반하장식 태도를 보이는 것을 볼 때 적당히 시간 끌며 버티다 유야무야 뭉개버리고 싶은 마음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어떻든 만시지탄이지만 특검을 수용키로 한 것을 적극 환영한다"고 밝혔다.

그는 "검찰 수사는 이미 국민신뢰를 완전히 잃었다. 민주당이 검찰만 믿고 버티다가 나중에 국민여론이 잠잠해질 거라고 생각한다면 커다란 오산"이라며 "이 후보가 대장동 특검을 수용키로 한 이상 오늘 당장이라도 여야 원내대표가 특검법 처리를 위해 만날 것을 제안한다. 민주당의 신속한 답변을 촉구한다"고 했다.

김 원내대표는 또 전날 '음주운전 경력자보다 초보운전자가 더 위험하다'는 취지로 말한 이 후보를 겨냥해 "명색이 집권여당 대선후보로서 전과4범인 자신의 범죄사실을 국민 앞에 100번 천번 사죄해도 모자랄 판인데 부끄러움조차 찾아볼 수 없다"며 "대한민국 운전대를 결코 음주운전자에게 맡길 수 없다"고 꼬집었다.

윤석열 후보 캠프 측은 '물타기'라고 비판했다. 윤 후보 캠프 관계자는 "'대장동 탈출'을 위해 안간힘을 써도 안 되니 결국 조건을 달고 특검을 수용하는 척 했지만 이것은 전형적인 특검 거부를 위한 물타기이자 사실상 특검 거부"라고 비판했다.

앞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도 10일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이 후보를 향해 "검찰수사가 미진하면 특검을 받겠다는 것은 안 받겠다는 말장난"이라며 "지도자는 국민 앞에 정직하고 당당해야하며 거짓이 없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도 쌍특검을 받겠다고 했으니 거부할 명분도 없다"며 "즉각 특검을 수용하는 게 떳떳한 자세"라고 압박했다.

정의당도 거들었다. 이동영 정의당 수석대변인은 10일 브리핑을 통해 "조건부 수용은 책임 있는 태도도 아니고 궁색한 답변"이라며 "이 후보는 조건부 수용이 아니라 결자해지의 자세로 '특검 전면 수용'을 결단하기를 바란다"고 촉구했다. 이 대변인은 "이 후보와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 모두 대장동 의혹에 연루되어 있다"며 "시민들의 미래를 책임지는 대선이 아니라 누가 덜 나쁜지를 경쟁하는 '대장동 아수라장' 대선판으로는 대한민국의 미래를 열 수 없다"고 비판했다.

◆여, 12월 특검논의 가능성 "여야 합의만 되면" = 여당은 검찰수사가 선결돼야 한다는 데서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민주당 선대위 총괄특보단장인 정성호 의원은 11일 전날 이 후보의 발언에 대해 "검찰 수사가 끝나도 의혹이 해소되지 않았다고 (야당에서) 주장할 것이기 때문에 그렇다면 특검도 수용할 수 있지 않냐는 의지를 표시한 것"이라고 설명하며 "기본적인 입장이 크게 달라졌다고 보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정 의원은 이날 CBS라디오 '뉴스쇼' 인터뷰에서 "야당이 결국 대선 국면을 대장동 국면으로 끌고 가겠다는 저의가 있었기 때문에 (특검) 결론이 나지 않은 상태에서 대선이 치러지면 문제가 있고, 그런 면에서 특검이 적절치 않다는 주장을 했었다"며 "검찰 수사가 곧 종료될 것이라고 본다. 여당도 수사가 미진할 것으로 보고 있다. 결국 (특검을) 해야되지 않겠냐"고 말했다.

이어 "부산저축은행 사건 때 대장동 관련자들이 대출을 받았는데 그 부분은 수사가 안 되고 덮였다"며 "거기에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도 관여돼있기 때문에 전반적인 범위까지 넓혀져서 분명히 의혹이 해소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12월부터라도 특검논의가 가능하겠느냐는 질문에는 "여야 합의만 하면 되지 않겠냐"며 "야당에서도 윤석열 후보 관련된 고발사주 물타기 하지 말고 대장동 사건과 관련된 모든 사안을 함께 특검 수사 대상과 범위에 넣어서 협의할 수 있다"고 답했다.

이재걸 기자 claritas@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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