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울어진 운동장' 공방하는 여야

2021-11-16 11:06:26 게재

2007년 유시민, 2018년 홍준표, 2021년 이재명

'기울어진 운동장' 이론이 다시 화제다. 이번에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기울어져도 너무 기울어진 운동장, 너무 심각한 언론환경"이라고 하면서 재등장했다.

언론환경이 자신이 속한 정치세력에게 불리하니 지지층의 활발한 SNS 활동으로 대항해야 한다는 논리는 2000년대 이후 여야가 번갈아가면서 활용한 것으로 나타난다.

정치권에서는 '기울어진 운동장' 언급이 2007년 대선을 앞두고 처음 등장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해 7월 19일 유시민 열린우리당 의원이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일부 거대신문들의 몇몇 오너와 경영진, 편집권을 행사하는 분들이 사실상의 정치활동을 하고 있고 특정정당과 연계돼 있다"며 "여야를 놓고 본다면 기울어진 축구장에서 축구를 하는 것과 비슷한 상황"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일부 언론은 몇 년 전부터 이미 정권교체 투쟁에 나서서 공공연하게 정권 교체의 필요성을 역설하는 지경에 이르렀다"고도 했다.

그는 이후 2012년 3월에도 그해 총선 의석수 전망에 대해 "새누리당은 무슨 짓을 해도 약 3분의 1 정도의 국민들은 변함 없이 지지한다. 그래서 '신이 내린 정당'이라는 말도 있다"며 "우리나라 정치지형은 야당이 아래쪽에 있는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하는 축구와 비슷해 야당이 한 골을 넣으려면 굉장히 어렵다"고 말했다.

탄핵정국 이후에는 보수야당에서 '기울어진 운동장' 이론을 썼다.

2017년 12월 당시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는 당 SNS커뮤니티 대표단을 향해 "포털이 저들의 지배 속에 들어가 있고, 언론이 여전히 기울어진 운동장이고, 방송이 또 장악이 돼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우리가 믿을 곳은 사회관계망네트워크(SNS) 밖에 없다"고 했다.

그는 "이런 말을 해본들 방송에 안 나간다"며 "우리 당을 험담하는 사이코패스 같은 사람들 말만 포털에 올라간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여러분들이 SNS를 통해서 국민들에게 퍼뜨리는 방법 밖에 없다"며 "언론의 역할을 우리가 대신한다는 점을 명심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여론환경의 불리함을 주장하며 지지층의 SNS활동을 독려했다는 점에서 최근 이 후보 주장과 판박이다.

장성철 대구가톨릭대 특임교수는 "정치지형적으로 불리하다고 느낄 때 주로 쓰는 게 '기울어진 운동장' 이론인데 효과도 의미도 없다"며 "야당 때야 세 자체가 불리했지만 180석 여당이 이 이론을 꺼냈다는 사실이 의아하다"고 지적했다.
이재걸 기자 claritas@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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