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시평

오판은 국가를 위기에 빠뜨린다

2021-11-25 12:25:01 게재
장윤종 전 포스코경영연구원 원장

미중갈등은 정치 지도자의 오판이 국가를 위기에 빠뜨린 사례라는 점에서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지난주 열린 미중 정상회담은 서로의 입장만 피력한 메아리 없는 발표회가 되고 말았다. 이 회담은 미국이 더 이상 무소불위의 유일 강국이 아님을 보여준 사건이었다.

미국이 이 지경에 이르게 된 원인은 무엇일까? '잠자는 사자'였던 중국이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하면서 파죽지세로 성장해 세계의 공장이 되고 G2로 급부상한 것이 1차 원인이다. 중국은 2009년 수출 세계 1위로 올라섰으며, 2010년 일본을 제치고 세계 2위 경제대국이 됐다. 중국의 국내총생산(GDP)은 WTO에 가입한 2001년 미국의 12.6%에 불과했으나 2020년 71.2%로 급성장했다. 기술력도 이미지 인식 인공지능 분야에서는 미국을 능가할 정도로 급성장해 미국의 위협감이 증폭하고 있다.

미국은 패권경쟁의 승기 잡을 기회 실기

그러면 중국의 급성장은 불가항력이었나? 그렇지 않다. 미국이 정책조합 순서를 1980년대 일본 도전에 대한 대응처럼 했더라면 지금과 같은 급박한 상황에 몰리지는 않았을 것이다. 1980년대 레이건정부는 플라자합의 반도체협정 수출자율규제 등을 통해 일본 견제에 집중했고 1990년대 클린턴정부는 인터넷 혁명과 신경제를 통해 미국산업을 재창조했다.

이에 비해 중국에 대한 대응은 반대다. 오바마정부에서 첨단 제조업 육성 등 자국 경쟁력 강화에 집중한 반면, 트럼프정부에서는 기술·기업에 대한 제재 등에 초점을 맞추었다. 현 바이든정부는 동맹국 결집 및 집단대응에 역점을 둔다. 만약 트럼프-오바마-바이든 순서였다면 미국은 패권경쟁에서 유리한 위치를 차지했을 것이다.

돌이켜볼 때 오바마정부는 미래를 꿰뚫어보는 통찰력이 미흡했다. 당시 중국은 경제력 확대를 토대로 덩샤오핑이 강조했던 도광양회 기조를 버리고 신형대국관계를 내세우면서 미국에게 대등한 지위를 요구하고 일대일로를 통해 독자적인 세계경영에 착수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중국의 도전을 인식했지만 경제회복에 대한 중국의 협조와 지원이 필요해 중국 견제를 외면했다. 당시 중국은 세계경제 회복의 35% 이상을 견인했기 때문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2011년 말 중국 견제의 필요성을 느껴 아시아 중시전략(Pivot to Asia)을 발표하고 경제 분야에서는 중국을 배제한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 역점을 두었으나 추진력 결여로 모두 레토릭에 끝나고 말았다.

오바마정부는 중국 견제보다 자국의 경쟁력 강화, 특히 첨단 제조업의 발전을 통해 대처하려고 했다. 2012년 '첨단 제조업을 위한 국가전략계획'과 '첨단 제조업 분야 국내 경쟁력 제고 방안'을 발표했고 2013년에는 '국가 제조혁신 네트워크' 구상을 제시했다. 이러한 오바마정부의 경쟁력 전략은 국내 경제회복에는 성과를 거두었으나 중국 대응전략으로서는 전혀 역할을 하지 못했다.

한국 지도층은 '오바마정부의 우'를 조심해야

오바마 집권 8년은 중국 성장의 결정적 시기라는 점에서 중국에는 행운이고 미국에는 치명적 실수가 됐다. 이 기간에 중국은 해외투자를 통한 서구기업 인수, 투자유치를 통한 선진기업의 현지화, 천인계획(국가 해외 고급인재 유치계획)을 통한 우수 과학자 영입 및 교류와 기술력의 급속한 발전을 이루고 혁신 시스템을 확립하며 중국제조2025 등 기술강국의 발판을 구축했다.

이 사례는 우리나라에도 적용되는 타산지석이다. 현재 대선의 계절을 맞아 공약이 쏟아지지만 국가 성쇠를 좌우할 핵심과제 찾기에 더 많은 고민이 요구된다. 필자는 중국의 기술력 추월에 대한 국내산업의 대안 마련이 국운을 결정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차제에 이에 대한 국가명운을 건 전략을 마련하지 못하면 '오바마정부의 우'를 범하는 것이 되지 않을까 마음이 무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