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직역이기주의 넘어 간호법 제정을

2021-12-01 16:06:56 게재
신경림 대한간호협회장

간호법은 왜 필요할까. 현행 의료법의 기본틀인 국민의료법은 과거 의료기관이 매우 부족하던 시절인 한국전쟁 중에 만들어졌다. 70년이 지난 지금도 법의 틀은 그대로다. 하지만 지금의 의료법만으로는 2025년에 도래할 초고령사회를 대비할 수 없다. 만성질환 중심의 질병구조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예방과 건강증진을 위한 보건의료정책이 필요하다.

우리는 코로나19 팬데믹의 재난적 의료위기 상황에서 간호사 등 의료인력 확보가 얼마나 중요한지 깨달았다. 이런 이유로 간호법은 반드시 제정돼야 한다.

간호법 관련 허위사실 유포 중지해야

현재 국회에 계류중인 간호법은 지역공공의료와 지역사회 통합돌봄을 위한 간호정책과 간호인력 확보에 대한 국가와 지방정부의 책임을 명확히 규정해놓고 있다. 진료와 치료를 지원하고, 노인·장애인 등에게 절실하게 요구되는 간호·돌봄 제공체계를 법제화했다.

그런데도 대한의사협회와 대한병원협회는 간호법이 불법진료의 주범인 양 그릇된 주장을 하고 있다. 간호법에 진료와 치료는 의사의 지도와 처방에 따라야 한다고 명백하게 규정하고 있는데도 말이다.

대한의사협회는 간호법이 향후 간호사의 단독개원까지 염두에 둔다는 엉뚱한 예언까지 하며 간호법 제정을 반대한다. 실상은 그렇지 않다. 오로지 자신들의 기득권과 이익을 위해 보건의료 패러다임 변화를 부정하고, 간호·돌봄에 대한 국민들의 필요와 요구를 묵살하려는 것이다. 불법진료 근절을 위해 목포의대 창원의대, 폐교된 서남의대 정원을 확대한 공공의대의 조속한 설립 및 의대정원 확대를 즉시 시행해야 한다.

간호사는 의료기관의 노동자다. 인구 대비 활동 간호사는 OECD 국가 평균의 절반 수준이다. 반면 입원환자 재원일수는 OECD 국가 평균의 2배 이상 높다. 우리나라 간호사는 OECD 평균의 4배 이상 높은 살인적 노동강도에 신음하는 셈이다.

최근 일부 병원 간호사에게 발생한 비극의 근본적 원인은 불법진료를 조장하고, 간호사에게 살인적인 노동을 강요하는 불법의료기관에 있었다. 그런데 어처구니없게도 이런 의료기관들을 회원으로 둔 대한병원협회가 간호법 제정을 반대하고 있다.

법정 간호인력은 최소한의 기준이다. 지난 국정감사에 의하면 이 최소기준마저도 지키지 않는 의료기관이 62%에 이르고 있다고 한다.

공공의료와 통합돌봄 위해서도 절실

간호조무사의 열악한 처우의 주범은 의원급 의료기관을 운영하는 의사들이다. 그리고 정책적으로는 간호조무사 자격자 과잉공급이 그 원인이다. 활동 간호사는 OECD 국가 평균의 절반 수준이지만 간호조무사는 OECD 평균의 2배에 달한다. 그리고 활동 간호조무사는 자격자 대비 20%대에 불과하다.

우리나라 자영업자 중 가장 돈을 많이 버는 분야가 의원급 의료기관이다. 간호조무사의 80%가 의원급 의료기관에 종사하고 있고, 활동 간호조무사 60%가 최저임금 수준의 급여를 받는다고 한다. 의원급 의료기관, 소규모 의료기관의 탐욕과 이기주의, 그리고 과잉공급돼 시장에 의해 가치가 절하된 것이 간호조무사 정책의 가장 큰 문제다.

그런데 어찌 대한간호조무사협회는 그들과 연대해 적정한 간호인력 확보 및 배치를 위한 간호법 제정에 반대하는 것인지 묻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