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금리 인상에도 채권금리 큰 폭 하락

2021-12-09 11:53:38 게재

외국인 채권보유 잔고, 매월 사상최고치 경신 … 한국 국가신용등급 대비 높은 금리 '매력'

지난달 국내 채권금리는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에도 큰 폭으로 떨어졌다. 가파른 금리인상 우려가 완화되고 오미크론 변이 확산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외국인 채권보유 잔고는 전월대비 3.5조원 증가하며 매월 사상최고치 경신을 이어갔다.

9일 금융투자협회의 '11월 장외채권시장동향'에 따르면 11월 말 국고채 금리는 전월대비 큰 폭의 하락세를 보였다. 3년 만기 국채금리는 1.799%로 전월보다 30.4bp(bp=0.01%) 떨어졌고, 5년물은 2.008%로 39.7bp, 10년물 국채금리는 2.213%로 36.2bp 하락했다.


월초에는 대외 금리 상승과 외국인의 국채선물 매도로 금리가 상승했지만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비둘기파(통화완화 선호) 성향과 기획재정부의 국고채 바이백과 한은의 단순매입 등 정부의 긴급 시장안정화 조치 등으로 금리는 큰 폭 하락했다. 중순 이후에는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를 인상했음에도 한은의 경기둔화에 대한 우려, 국내 기관의 국채선물 매수, 오미크론 변이 확산 우려 등으로 금리가 추가 하락했다.


김상훈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10월말 2.1%를 상회하던 국고채 3년 금리가 11월 금통위 이후 하락 전환하며 다시 1.8%대로 내려왔다"며 "내년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수준을 예상할 수 있는 힌트가 금리 하락을 주도했다"고 설명했다.

외국인의 국내 채권보유 잔고 규모는 208.6조원으로 전월대비 3.5조원 증가하며 사상최고치를 경신했다. 재정거래 및 국가 신용등급 대비 높은 금리 수준 때문으로 해석된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국채 3.6조원, 통안채 1.8조원, 은행채 0.5조원 등 총 6.2조원 순매수했다.

지난달 채권 발행규모는 65.8조원으로 전월대비 0.2조원 줄었다. 특히 회사채 발행은 금리 상승에 따른 크레딧물 수요 감소로 발행이 부진하면서 전월대비 1.8조원 급감했다. 다만 발행 잔액은 국채, 금융채 등의 순발행이 19.1조원 증가하면서 2469.4조원을 기록했다.

ESG 채권발행은 전월대비 3330억원 증가한 5조 9072억원으로 집계됐다. 녹색채권은 신한은행(2600억원), 한국동서발전(1200억원), 한국남부발전(1200억원), 인천항만공사(1100억원), 신한카드(1000억원), 산은캐피탈(800억원) 등 총 7900억원 발행됐다. 사회적채권은 한국주택금융공사(2조797억원), 중소기업진흥공단(5300억원), 신용보증기금(5075억원), 한국자산관리공사(3000억원), 케이비카드(2200억원), 한국장학재단(1900억원) 등 총 3조8272억원 발행됐다. 지속가능채권은 한국해양진흥공사(1500억원), 한국전력공사(4000억원), 한국수력원자력(2400억원), 전북은행(1500억원), 이랜드월드(1000억원), KB캐피탈(2000억원), JB우리캐피탈(500억원) 등 총 1조2900억원어치 발행됐다.

장외 채권거래량은 금리 변동성 증가와 발행 감소 등의 이유로 전월대비 69.2조원 증가한 442.0조원을 기록했다. 일평균 거래량은 전월대비 0.5조원 증가한 20.1조원이었다. 통안증권, 국채, 금융채는 전월대비 각각 25.4조원, 21.2조원, 13.1조원 거래가 증가했다. 투자자별로 살펴보면 발행 감소와 금리 하락에 따른 변동성 증가로 증권사간 채권 거래량은 전월대비 45.4조원 급증했다. 자산운용은 6.9조원, 기금·공제 거래량은 6.8조원, 국가·지자체의 채권 거래량은 3.2조원 증가했다.

한편 8일 서울 채권시장에서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전 거래일보다 4.1bp 떨어진 연 1.831%에 장을 마쳤다. 10년물 금리는 연 2.185%로 5.5bp 하락했다. 20년물은 연 2.220%로 4.5bp 내렸다. 30년물과 50년물은 각각 3.4bp 하락, 3.4bp 하락으로 연 2.200%, 연 2.200%를 기록했다.

안예하 키움증권 연구원은 "별다른 재료가 부재한 가운데 외국인의 채권선물 순매수로 국고채 금리가 하락 마감했다"며 "국내 코로나 확진자수가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면서 안전자산 선호가 유입된 것이 영향을 미쳤고, 최근 확진자수 증가로 인한 한은의 통화신용정책보고서 톤 변화 가능성에 시장의 관심이 높아졌다"고 판단했다.

김영숙 기자 kys@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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