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그린 공적개발원조(ODA)로 새로운 도약을

2021-12-22 11:46:52 게재
유제철 한국환경산업기술원 원장

지난 7월 유엔무역개발회의는 우리나라의 지위를 선진국 그룹으로 변경했다. 1964년 유엔무역개발회의 설립 이래 개별 국가의 지위 변경은 처음이다. 원조 수혜국에서 원조 공여국으로 성장한 경험과 경제발전 과정에서 겪은 환경오염을 극복한 경험, 그리고 그 과정에서 축적한 환경기술은 개도국들이 직면한 문제를 해결하는데 결정적 도움이 될 자산으로 평가받는다.

선진국과 개도국 연대 위한 한국의 역할

영국 글래스고에서 열린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가 지난달 13일 막을 내렸다. 200여 참가국이 글래스고 기후합의(Glasgow Climate Pact)에 서명했지만 그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석탄 등 화석연료에 대한 보조금 삭감, 온실가스 감축목표 이행 기간 등을 놓고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간 이견이 뚜렷했다.

기후위기는 선진국과 개도국 모두에게 당면한 현실이다. 그러나 세부 이슈마다 서로 현재의 처지와 미래에 대한 기대가 달라 국제사회가 공동 노력을 기울이기는 매우 어렵다. 전문가들은 이들의 의견대립이 모두가 망하는 치킨게임으로 비화할 것을 우려한다. 국제사회는 선진국과 개도국 양측의 연대를 이끌어 내고 파국을 막는 일에 대한민국이 적극적으로 나서 주었으면 하는 기대를 숨기지 않는다.

그동안 우리나라는 개발도상국에 대한 공적개발원조(ODA) 예산을 꾸준히 확대해왔다. 2010년 1조3000억원에서 2021년 3조7000억원까지 늘렸고, 5월 P4G 서울정상회의에서는 환경 ODA 비중을 2025년까지 경제협력개발기구 평균인 28.1% 이상으로 대폭 확대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향후 탄소중립과 그린뉴딜 등 환경 분야 사업을 적극 발굴하고 지원을 늘려야 하는 이유다.

온실가스 감축 잠재력이 높은 지역을 우선적으로 찾고, 이곳에서 상하수도, 자원순환, 폐자원 에너지화 등 우리가 강점이 있는 분야를 중심으로 사업화를 모색할 필요가 있다. 한국환경산업기술원은 작년부터 그린뉴딜 탄소중립 ODA 사업 발굴의 일환으로 라오스의 기후적응형 홍수예보 및 경보시스템 구축, 우간다의 분뇨자원화시설 설치, 몽골의 위생환경 개선 등 3개 사업의 마스터플랜을 수립했다. 이를 토대로 내년 초 이 사업을 현실화할 프로젝트를 구체화하고 사업을 수행할 국내 환경기업을 공모할 계획이다.

기후위기 대응 리더십 확고히 할 기회

개도국을 대상으로 하는 ODA 사업에 대한 노하우와 경험을 가진 전문기관과의 협력은 우리에게 큰 도움이 된다. 환경산업기술원은 2016년부터 세계은행 미주개발은행 아시아개발은행 등 국제금융기관과 협력해 다양한 공동사업을 수행하고 있다. 지난달에는 COP26이 열린 영국에서 글로벌녹색성장연구소와도 협약을 맺었다. 협력사업 발굴부터 사업화까지 국제협력 채널을 다양화하기 위해서다.

개도국의 탄소중립과 녹색전환을 위한 정책자문과 기술지원에까지 활동 범위를 넓히면 대한민국의 기후위기 대응 리더십을 확고히 할 수 있을 것이다.

이제부터 국제사회의 요구에 부응한 정부의 환경외교 노력과 더불어 민관 공동노력이 이전과는 질적으로 다른 차원으로 전개될 것이다. 이러한 활동은 향후 우리나라의 환경기업이 국제무대에서의 활동을 넓히는 데 큰 힘이 될 것이다.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지혜가 절실히 필요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