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눈

구태 플랫폼기업에 대한 관용은 이제 그만

2021-12-23 11:15:16 게재
먹고 입고 자고 타고 즐기는 모든 소비생활이 플랫폼기업을 통해 이뤄지는 시대가 됐다. 그렇지 않아도 그 방향으로 진행되던 사회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더 가속화됐다.

전통적인 플랫폼의 의미는 정거장이다. 목적지를 가기 위해 교통수단을 이용하려면 반드시 거쳐야 하는 곳이다. 플랫폼기업 또한 마찬가지다.

그런데 이들 플랫폼기업들이 소비자와 판매자의 길목에 자리잡고 앉아 과도한 이윤을 챙기고 있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편리함을 앞세워 스마트한 생활을 주창한 플랫폼기업은 스스로 비대해지면 재벌기업 흉내까지 내고 있다는 것이다.

소상공인들은 플랫폼기업 없이 영업하기 힘든 실정까지 됐다. 그만큼 플랫폼기업에 종속당하는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최근 중소벤처기업부 자료에 따르면 중소사업자 74.1%가 지난해 매출 중 온라인 플랫폼기업을 통한 매출이 50% 이상을 차지한다고 응답했다. 특히 오픈마켓 사업자의 51.5%가 온라인플랫폼을 통한 매출에 전적으로 의존한다고 답했다. 이들 소상공인 59.2%는 "플랫폼을 이용하지 않으면 영업을 지속하기 어렵다"고 했다. 이용사업자 82.3%는 온라인플랫폼에 '수수료 인하'를 요구하고 있다.

플랫폼기업에 의존하는 소상공인 삶은 눈물겹다. 2021년 10월 기준 자영업자들 부채는 1년 전보다 28.8% 증가했다. '빚투' 열풍속에 소상공인들은 대출로 목숨을 부지하고 있다. 자영업자 소득대비 부채비율은 2020년 말 기준 238.7%까지 치솟았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다시 시작된 사회적 거리두기는 소상공인의 숨통을 조인다. 반면 플랫폼기업들은 비대면시대가 될수록 신바람 난 성장을 즐기고 있다.

그런데도 플랫폼기업에 대한 규제조자 제대로 마련돼 있지 않다. 온라인플랫폼 관련 공정화법안과 이용자보호법안 등 규제법안(온플법)은 1년째 국회에 표류중이다.

플랫폼 유통업체는 자사에만 특정상품을 독점 납품하도록 강요하기도 한다. 최근 마켓컬리는 납품업체에게 판매장려금공제를 미끼로 자사에만 제품 독점공급을 요구해 물의를 일으켰다. 2015년 매출 29억원에 불과했던 마켓컬리는 지난해 매출 9523억원을 기록했다. 소상공인과 소비자 사이 길목에서 거둬들인 매출이다. 플랫폼 유통업체 상당수가 이제는 사라진 재벌 유통기업들이 하던 구태를 자행하고 있는 것이다.

불공정행위를 일삼는 플랫폼기업에 대해 더 이상 4차산업 선도기업 혹은 유니콘기업으로 포장하던 시대는 지났다. 코로나19로 고통을 겪는 소상공인에게 빨대를 꽂고 재벌행세를 하는 플랫폼기업에 대한 관용은 없어져야 한다.
정석용 기자 sy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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