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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시아의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은 언제?

2021-12-27 11:44:43 게재
최준석 언론인·과학작가

25일 크리스마스 밤에 성공적으로 발사된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은 대서양 양안 국가들의 작품이다. 미국과 유럽연합, 캐나다가 전체 100억달러(11조원)라는 막대한 돈을 투자했다. 천문학 분야 역대 최고의 빅 사이언스다. 허블 우주망원경의 후속 프로그램인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은 빅뱅 이후 우주에 출현한 첫번째 별을 관측할 수 있을 걸로 기대된다. 우주의 시작점을 인류가 더 가까이 들여다볼 수 있는 것이다.

한국의 한 언론은 성공적인 발사 소식을 전하며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을 '인류의 눈'이라고 표현했다. 이것은 한국인을 오도할 수 있는 단어라고 생각한다. 이제 한국은 1970년대 아폴로 우주선 시대처럼, 미국이 뭘 보내면 바라보고 박수만 치고 있을 때가 아니다. 그래서 필자는 제임스 웹 망원경이 '인류의 눈'이라기보다 '대서양 국가의 눈'이라고 생각해야 한다고 본다. 그런 경우에야 한국이 속한 '동아시아의 눈'은 없는가 하는 걸 생각할 여지가 생긴다.

한국 천문학계, 주어진 시간도 못 따내

미국 항공우주국(NASA)과 유럽연합 우주국(ESA)은 1990년 발사된 허블 우주망원경 때부터 손을 잡았다. 그리고 이번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에는 또 하나의 대서양 국가인 캐나다가 참여했다. 캐나다 우주국(CSA) 사이트에 따르면 캐나다는 망원경의 4대 관측 장비 중 하나인 정밀유도센서/근적외선 이미저와 슬럿리스 분광기(FGS/NIRISS)를 만들었다. 이 장비는 멀리 떨어진 은하나, 외계행성의 대기를 관측해 인간이 살 수 있는 곳인지를 예측한다. 캐나다 우주국은 "이 같은 기여의 대가로 캐나다 과학자는 제임스 웹 망원경의 전체 관측 시간 중 5%를 할당받게 됐다"고 밝혔다. 몬트리얼대학 맥길대학 요크대학 알버타대학의 천문학자와 천체물리학자가 수혜 그룹이다.

유럽연합 우주국은 제임스 웹 프로젝트에 15%를 기여했다. 미광천체카메라(Faint Object Camera) 같은 관측 장비와, 우주망원경에 동력을 제공할 태양전지 쪽을 제작했다. ESA는 또 아리안5 로켓에 실어 우주에 올리는 발사를 책임졌고, 제임스 웹 망원경 운영에 필요한 인력을 지원한다. 이 같은 기여의 대가로 확보한 건 유럽 과학자들을 위한 관측시간이다. 전체 관측시간의 15%를 얻었다.

한국 천문학자들은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 사용 시간을 확보했나? 당연히 아니다. 너그럽게도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 측은 회원국 외 국가의 과학자에게 일부 관측시간을 제공한다. 지난 4월 마감한 이 프로그램 신청에 따른 심사 결과를 보면 한국 천문학자는 한 사람도 책임 연구자(CI)로서 관측시간을 따내지 못했다. 이건 뭘 뜻하는 것인가? 한국 천문학계가 주는 시간을 따낼 역량조차 충분히 갖고 있지 않다는 걸로 해석할 수 있다.

한국 천문학이 왜 이 정도 수준인가 하면 그간 이렇다 할 천문학 프로그램을 갖고 있지 않은 탓이다. 현재는 그냥 영세한 수준의 프로그램과 장비를 운영하는 데 그친다. 한국천문연구원의 과학자에게 한국 천문학 발전을 위해 한국사회가 해야할 일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그들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해야 할 일을 줄줄이 쏟아낼 것이다.

특히 요즘은 빅 사이언스 실험 시대이고, 과학적으로 큰 의미 있는 결과가 거기에서 나온다. 그러니 한국도 천문학 분야 빅 사이언스에 기꺼이 참여해야 하고, 더 나아가 빅 사이언스를 주도해야 한다.

한중일 3국이 긴장수위를 낮춰야할 이유

빅 사이언스는 막대한 돈이 들어가기에 한 나라가 감당할 정도를 넘어선다. '대서양 국가'들의 프로젝트에 끼면 한국의 존재감도 낮으니, 동아시아의 이웃들과 빅사이언스를 같이 하면 좋다.

문제는 동아시아는 빅 사이언스에서 협력한 경험이 많지 않다는 거다. 일본의 고에너지 물리연구소(KEK)가 1980년대 이후 진행한 입자가속기 실험 트리스탄에 한중일 그룹이 참여했고, 현재 진행 중인 벨(Belle)2 실험도 국제실험으로 진행되고 있기는 하다.

하지만 세 나라 사이의 미묘한 관계는 긴밀한 과학 협력 역시 어렵게 하고 있다. 결국 삼국은 각자도생의 길을 가고 있지 않나 싶다. 그러니 과학 분야를 봐도, 동아시아 국가들이 왜 지역 내 긴장수위를 낮추고 상호신뢰를 구축해야하는지가 명확하다는 걸 재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