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조선, 경쟁당국 결정 '촉각'

2022-01-05 11:21:26 게재

공정위 해운과징금 12일 결정

EU 대우조선 결합심사 20일까지

국내 해운·조선업계는 연초 국내외 경쟁당국의 입을 주시하고 있다. 해운과징금 부과 여부나 규모에 따라 다른 해운국·다른 해운항로에 미칠 파장이 달라지고,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결합 승인 여부에 따라 조선업계 투자도 영향을 받게 된다.
해운재건5개년 계획에 따라 HMM(옛 현대상선)이 발주한 초대형 컨테이너선 20척이 지난해까지 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에서 건조됐다. 사진은 삼성중공업에서 건조한 2만4000TEU급 선박 HMM 상트페테르부르크호. 사진 HMM 제공


◆경쟁당국 결정 따라 파장 달라져 = 해운업계는 12일 공정거래위원회 전원회의를 주목하고 있다. 지난해 5월 공정위가 국내외 23개 해운사에 8000억원 규모(국내선사 12곳 5600억원, 해외선사 11곳 2300억원)의 과징금 부과 의견을 통보(심사보고서)한 후 7개월 동안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에 대한 과징금 문제'는 해운업계의 최대 현안 중 하나였다.

4일에도 한국해운협회, 해양수산부 등은 공정위가 부과할 과징금 규모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심사보고서에는 매출액의 10%에 해당하는 8000억원 규모의 과징금 부과 의견을 냈지만 최종 부과 비율이 2~3% 구간, 1% 구간, 1% 미만 구간이냐에 따라 후속 파장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업계는 2~3%대는 통상적인 과징금 부과 수준이므로 후속 파장이 클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 결정에 따라 한일, 한중 운송구간에도 같은 혐의가 적용될 수 있고, 다른 해운국가들도 같은 논리로 국내외 해운기업에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다.

정태순 해운협회장은 3일 발표한 신년사에서 "공정위는 동남아항로에 취항하는 12개 국적선사와 11개 외국선사에게 8000억원의 과징금 부과조치를 제안하는 심사보고서를 내놓아 해운업계를 충격에 빠트렸다"고 지적했다.

조선업계는 유럽연합(EU) 경쟁당국이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결합에 대해 어떤 판단을 할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EU 집행위원회는 2019년 12월 양사의 기업결합 심사를 시작했지만 그동안 세 차례 심사를 유예하고 지난해 11월 재개했다. 심사기간은 오는 20일까지로 공지했다.

양사 결합은 국내 조선산업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구조조정 차원에서 시작됐다.

대우조선에 대한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은 2019년 3월 대우조선 지분 56%를 현대중공업 조선부문 중간지주사인 한국조선해양에 넘기고, 같은 값의 한국조선해양 주식을 받는 '지분 맞교환 방식'으로 매각을 결정했다. 한국조선해양은 대우조선에 1조5000억원을 투입해 경쟁력 회복 작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하지만 유럽연합에서 이를 승인하지 않으면 대우조선 회생계획은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게 된다. 대우조선은 지난해 3분기까지 영업손실액이 1조원을 넘어서 대규모 자금 수혈이 절실한 상황이다.

현대중공업은 상대적으로 자금흐름에 여유가 생겨 4차산업혁명에 탈탄소 전환에 따른 투자에 집중할 여유가 생길 수도 있다.

◆시장은 팬데믹·4차산업혁명·탈탄소 영향 계속 = 세계 해운조선시장은 여전히 코로나19, 4차산업혁명, 탈탄소 등에 대응하는 게 과제다. 국내 대표적인 해운조선기업 경영자들의 신년사도 이를 적시하고 있다.

배재훈 HMM 사장은 신년사에서 "글로벌 해운업계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며 "우리도 물류와 정보기술(IT) 역량 강화를 통해 서비스 경쟁력을 더욱 강화하고 새로운 사업기회 개발에 기반한 중장기 로드맵을 구체화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밝혔다.

코로나19 이후 글로벌 해운기업들과 함께 최대 실적을 기록하고 있지만 지속가능한 성장에 필요한 체질개선에 뒤처지고 있다는 위기감이 배어 있다. 배 사장은 "글로벌 경쟁선사들과 화주들은 공급망 지배력을 높이기 위해 수직적 통합, 공급망 직접 관리, 연관 산업 진출을 통해 기존 사업영역에 머무르는 게 아니라 패러다임 변화를 주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권오갑 현대중공업 회장도 신년사에서 "우리가 영위하고 있는 사업의 모든 영역에서 디지털 전환도 빠르게 진행해야 한다"며 "조선해양 부문에서는 탈탄소 선박과 자율운항 기술 고도화를 통한 해양 모빌리티 시장을 선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빅데이터 분석에 기반한 물류서비스를 제공하는 남영수 밸류링크유 대표도 산업·업종간 경계를 넘어 서비스 영역을 확대하는 '빅블러'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남 대표는 "글로벌 해운 1위 기업인 덴마크 머스크의 경우 담코의 3자물류 합병, 스타에어 운영, 신젠타와 같은 항공, 창고 및 4자물류기업 인수는 물론 이커머스 물류 기업들도 인수하며 서비스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며 "세계 3위 해운기업인 프랑스의 CGA-CGM도 해상운송을 넘어서는 영역으로 서비스를 확대해 나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연근 기자 yg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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