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이준석 '아슬아슬' … 의원총회선 대표 사퇴 결의 제안
2022-01-06 13:34:34 게재
윤, 여의도역 출근길 인사 … 이 대표 제안 중 하나
권영세.원희룡.이철규 등 임명안 논란 끝 통과
전날 청년 간담회 노쇼 논란에 '이준석 배후론' 공방
"기다렸다는 듯 페북에" "윤핵관 판단 안일" 냉기류 여전
이런 가운데 의원총회에서는 재선 그룹을 중심으로 이 대표 사퇴 결의 제안이 나왔다.
◆추경호 "도저히 참을 수가 없다" = 국민의힘 원내지도부에 속한 추경호 원내수석부대표는 6일 이준석 당 대표의 탄핵을 공식 제안했다.
당 혼란상이 이어지고 윤석열 후보의 지지율이 급락하며 '이준석 책임론'이 제기된 상황에 따른 비상 조치로 해석된다.
추경호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날 비공개 의원총회에서 "오늘 우리 당이 새롭게 태어나는 의총인데 당 대표가 변하는 모습을 아직 볼 수 없다"며 "도저히 참을 수가 없다. 이제 당 대표 사퇴에 대해 결심을 할 때가 됐고 여기서 결정하자"고 제안했다고 복수의 참석자가 전했다.
오전 11시 현재 이어 발언자로 나선 태영호 의원은 이 대표 탄핵 추진을 위한 무기명 투표를 제안한 상태다.
◆윤, 거부했다던 출근길 인사 나서 = 앞서 국민의힘은 6일 신임 사무총장에 4선의 권영세 의원을 임명했다.
당 최고위원회는 이날 오전 회의를 열어 권 총장 임명안을 의결했다. 권 총장은 선대본부장을 겸임하게 된다.
이날 권 총장 인선안은 이견 없이 만장일치로 통과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대표는 애초 이철규 의원의 전략기획부총장 임명 반대하며 "오늘 임명안 상정은 전면 거부하겠다"는 뜻을 밝혔지만 막판 찬성으로 입장을 선회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 후보 선거대책위원회 정책본부장을 맡았던 원희룡 전 제주도지사에 대한선거대책본부 정책본부장 인선안도 통과됐다.
이철규 전략기획부총장은 사무총장과 함께 인사, 재정 등 당의 사무를 관장하는 역할을 하게 됐다. 전임자는 '윤핵관 논란'에 휩싸였던 윤한홍 의원이었다.
윤 후보는 이날 아침 서울 여의도역에서 첫 지하철 출근길 인사에 나섰다. 윤 후보는 이날 오전 8시부터 약 40분 동안 여의도역 5번 출구 입구에서 출근길시민들을 만나 인사했다.
검은색 코트와 정장 차림의 윤 후보는 시민들에게 허리를 숙이며 "새해 복 많이받으십시오"라고 인사를 건넸다.
윤 후보는 코로나19 때문에 먼저 요청하는 시민들과 악수를 했고 일부 시민의 사진촬영 요청에도 응했다. "후보님 응원합니다" 등 응원을 보내는 시민들에게 '손가락 하트'를 보내기도 했다. 어린 아이를 만나서는 쪼그려 앉은 자세로 눈높이를 맞추며 "춥겠다. 학교에 가니, 유치원에 가니"라며 인사를 하고 머리를 쓰다듬기도 했다.
이날 현장에는 수행단장인 이만희 의원이 윤 후보와 함께 서서 인사를 했다. 원희룡 신임 선거대책본부 정책본부장과 사의를 표명한 권성동 사무총장, 김은혜 대변인은 거리를 두고 지켜봤다.
윤 후보는 "시간에 워낙 바쁘시니까 혹시 폐가 되는게 아닐까 싶기도 했는데, 또 아침 일찍 일터로 나가시는 분들께 조금이라도좀 신나게 해드리는 일이라면 언제든 마다않고 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서로 요구 수용하는 듯 했지만 = 지하철역 앞 출근길 인사는 전날 이 대표가 권영세 신임 선거대책본부장에게 제안한 3건의 '연습문제' 중 하나였지만 수용되지 않았다.
이 대표는 전날 기자들과 만나 "명시적으로 권 의원에게 '연습문제'를 드렸고, 어떻게 풀어주시느냐에 따라 앞으로 신뢰 관계나 협력관계가 어느 정도 될지 알 것"이라며 관계 개선 가능성을 시사한 바 있다. 그러나 이후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그 제안은 방금 거부됐다"며 "3월 9일 윤석열 후보의 당선을 기원하며 무운을 빈다. 당 대표로서 당무에는 충실하겠다"고 밝혔다.
윤 후보의 이날 아침 출근길 인사가 이 대표에게 화답하기 위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지만 두 사람 모두 거리를 두는 모습이다.
윤 후보는 "그건 뭐, 국민과 소통을 많이 해야 하니까"라고 웃으며 즉답을 피했다. 이 대표도 국회에서 만난 기자들에게 "연락받은 바도 없다"며 "그렇게 생각하지 말라" "관심없다"고 일축했다.
◆부글부글 끓는 윤-이 = 윤 후보와 이 대표가 가까스로 서로를 배려하는 모양새가 됐지만 내부적으로는 서로에 대한 불만이 여전히 쌓여있는 상황이다.
윤 후보 쪽 관계자는 "(이 대표가 제안을) 하인한테 시키듯이 한다"며 "시간 보고 의논하면 될 일을 기다렸다는 듯이 페이스북에 올리는 것은 심하지 않으냐"고 하소연했다. 이 관계자는 "후보가 대표와 더 가까워져도 언제든지 이럴 수 있고 그때마다 같은 문제가 생길 것"이라며 "서로 해꼬지 말고 각자 역할을 하면서 지내는 게 낫지 않을까 싶다"고도 했다.
이 후보 쪽 관계자는 "선대위 해체를 공식화했으면 어떻게 바뀌었는지를 바로 다음날에 보여줘야 하는데 여유를 부린다. 그게 윤핵관의 사고방식이라 지금 이 상태"라며 "윤석열다움을 친근함이라고 생각하는 데 이를 살릴 줄 모르는 윤 후보 주변 사람들의 판단이 답답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대표는 선거를 이기기 위해 뭐든 한다는 입장"이라며 "앞으로는 후보 쪽에 선을 긋고 당무에 충실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5일 윤 후보는 "오늘 기존 선대위 국민소통본부의 청년간담회 행사로 인해 청년들에게 큰 실망을 드려 죄송하다"고 밝혔다.
국민의힘 기존 선대위의 국민소통본부가 주최한 청년 간담회 행사에 윤 후보가 참석할 거라고 공지된 것과 달리 '스피커폰'으로 등장하고, 사태를 수습하는 과정에서 이 대표를 배후로 지목하는 해명이 나오면서 논란이 커진 탓이다.
윤 후보는 밤 늦게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저의 참석 일정이 확정되지 않은 상황이었음에도, 국민소통본부에서참석 예정이라 공지한 것은 분명한 잘못"이라며 "오늘 선대위를 해체하며 2030의 마음을 세심히 읽지 못한 저를 반성하고 잘 하겠다 다짐했다. 그런 와중에 이런 사태가 벌어져 면목이 없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재걸 기자 claritas@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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