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경수 말라죽은 아파트, 책임은 관리사무소
2022-01-10 11:47:27 게재
비료 과다 투여가 원인
법원 "책임 60%로 제한"
10일 법조계에 따르면 2019년 초 서울 동대문구 A아파트에서 조경수가 말라죽는 일이 벌어졌다. 입주민들은 관리사무소에서 뿌린 비료가 잘못된 것이라고 의심했다.
직전 관리사무소가 비료 시비를 입주자대표회의에 제안했고, 복합비료와 요소비료 등 20kg짜리 220포를 구입해 뿌리면서 조경수에 이상 증상이 보였기 때문이다. 입주자대표회의는 "적절하지 않은 비료를 잘못된 방법으로 시비하면서 피해가 발생했다"며 "관리사무소 운영회사인 H사, 관리소장, 조경·영선반장 등이 공동불법행위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8억5900만원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합의24부는 "H사는 입주자대표자회의에 5억1500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다. 다만 관리사무소장과 조경·영선반장에 대한 책임은 인정하지 않았다. 아파트 관련소송에서는 관리소장 등 개인 상대 소송은 구분소유자(아파트소유자)들의 고유 권리에 해당한다. 재판부는 입주자대표회의가 관리소장 등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것은 권한을 넘어선 것으로 봤다.
법원 조사결과 아파트 조경수에는 2~3년에 한번씩 20kg짜리 유기질 비료 500포가 화단 전체에 흙과 고루 섞이는 방식으로 뿌려지는게 적절했다.
재판부에 자문한 모 대학 교수도 '과다한 비료 투여'를 고사 원인으로 꼽았다. 화학비료는 독성이 강하고 효과가 짧아 조경수에는 거의 사용하지 않고, 사용하더라도 주당 50~100g을 훌뿌려야 한다고 부연했다. 하지만 관리사무소 측은 수목 1주당 뿌리를 중심으로 평균 15.7kg의 비료를 한꺼번에 투여했다. 이럴 경우 역삼투압현상에 의해 어떤 식물이든 뿌리가 수분을 잃어 고사할 수밖에 없다.
재판부는 "비료의 종류와 시비방법, 시비량 모두 적절하지 않아 수목이 고사했다"며 "비료의 종류와 시비 방법, 양 등을 확인하는 주의를 결여한 채 직무를 수행한 것은 중과실로 평가할 수 있다"고 밝혔다.
다만 입주자대표회의가 전문가 조언이나 주의를 기울였다면 피해를 예방할 수 있었고, 전문용역업체에 맡기지 않은 점 등이 지적됐다. 재판부는 H사 책임을 60%로 제한했다. H사는 1심 판결에 불복해 법원에 항소장을 제출했다.
오승완 기자 osw@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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