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장애인 위한 우호적 차별조항 헌법 개정

2022-01-13 11:23:18 게재
나운환 대구대 재활의학과 교수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차기 정부가 해야 할 정치 의제들이 나열되곤 한다. 특히 장애를 가진 사람들처럼 사회적 약자의 처지는 이 시기가 아니면 개선이 어렵기 때문에 더욱 강하게 요구하게 된다. 때로는 정치지도자들에 의해 빠른 시간에 문제해결이 이루어지기도 한다.

인권을 강조한 김대중정부는 국가인권위원회법과 장애인 인권헌장을 제정했다. 노무현정부에서는 장애를 가진 사람들의 사회참여를 보장하기 위한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에 관한 법률을 제정했다. 이명박정부는 능동적 복지를 강조하면서 장애인일자리정책을 시작했다. 박근혜정부는 창조경제와 맞춤형 복지에 따른 발달장애인권리보장 및 지원에 관한 법률 제정과 장애문화예술인 지원정책을 전개했다. 문재인정부에서는 장애등급제 폐지와 커뮤니티 케어 체계 구축 등이 이루어졌다.

이 같은 과정을 거치면서 정작 장애를 가진 사람들의 삶과 사회참여는 얼마나 달라졌는지를 살펴보자.

3년마다 실시하는 장애인실태조사에서 장애인 중 국민기초생활보장 생계급여 수급자 비율은 2020년 19%로 2017년 조사에서의 15%보다 오히려 4%p 증가했다. 이는 전체 국민기초생활보장 수급률 3.6%에 비해 5.3배 높은 수준으로 삶의 수준이 열악하고 상황은 더 나빠진 것을 보여준다.

15세 이상 장애인구의 경제활동 참여의 경우도 2017년 38.5%에서 2020년 37%로 감소했고 전체 인구 경제활동 참여율 63%에 비해 격차도 크다. 역대 정부에서 장애를 가진 사람들을 위한 많은 정책을 쏟아내고 비용을 동원했지만 이들의 삶과 사회참여 수준은 변한 것이 없다는 뜻이다.

헌법에 장애인 '우호적 차별조항' 필요

대한민국 헌법은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며 건강과 교육, 노동, 인간다운 생활을 위한 기본권을 규정하고 있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장애 여부를 떠나 평등하며 교육이나 노동, 건강 등에 있어 기본적 권리를 행사할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권리행사가 어렵다면 권리를 행사할 수 있도록 하는 우호적 차별적 성향의 조처를 할 필요가 있다.

장애를 가진 사람들은 헌법에서 장애를 고려하지 않은 평등권과 기본권의 설계 때문에 삶의 과정에서 평등과 교육, 노동, 건강, 인간다운 생활권과 같은 기본권에서 차별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이 결과 이들은 마치 능력이 없어 온정주의적 차원에서 배려받아야 할 국민으로 취급되고 사회로부터 점차 분리된 삶을 살게 된 것이다.

장애를 가진 사람들에 대한 평등권·기본권의 보장은 그동안의 차별적 상황의 결과를 짧은 시간에 극복할 수 있는 적극적 우대조치(Affirmative Action), 즉 우호적 차별조항이 헌법에 포함되어야만 가능하다.

이에 대해서는 2006년 UN장애인권리협약도 주지하고 있다. 우리 헌법도 여성이나 청소년 국가보훈대상자와 같은 사람들에게는 이 같은 조치를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장애를 가진 사람들에 대해서만 헌법정신은 인색하기 짝이 없다.

장애인, 기본권 행사 요구할 권리 필요

장애를 가진 사람들에게 있어 가장 필요한 것은 온정주의적 차원에서의 급여가 아닌 대한민국 국민의 한 사람으로 평등한 삶을 살면서 국가가 최소한 책임져야 할 기본권을 행사하도록 요구할 수 있는 권리의 확보다. 이를 위해 차기 정부에서 헌법 개정은 절대적으로 필요한 이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