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테크 스타트업 '아이디어 실현' 판 커진다

2022-01-21 13:20:03 게재

'D-테스트베드' 2분기 본격화 … 금융당국, 금융데이터 지원범위 확대하고 상호결합 추진

핀테크 스타트업과 예비 창업자 아이디어의 사업 실현 가능성을 보다 정확히 검증할 수 있는 테스트 환경이 올해 2분기 구축된다.

지난해 금융당국이 시범사업으로 실시한 'D-테스트베드'가 한층 강화된 형태로 바뀌어 올해 정식 사업으로 실시되기 때문이다. D-테스트베드는 초창기 스타트업을 대상으로 이들의 혁신적인 기술·아이디어의 사업성, 실현가능성 등을 검증할 수 있도록 금융권 데이터 및 테스트 환경을 제공하는 사업이다.

핀테크 혁신지원을 위한 핀테크 업계 간담회│정은보 금융감독원장(가운데)은 20일 서울 마포구 공덕동 프론트원에서 열린 핀테크 혁신지원을 위한 핀테크 업계 간담회에 참석했다. 연합뉴스 류효림 기자


21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올해 2분기에 본격적으로 실시될 D-테스트베드에 금융권에서 제공하는 데이터를 대폭 확대하고, 제공 데이터 간 상호결합 등도 허용할 예정이다.

지난해 D-테스트베드를 경험한 스타트업들은 자신들이 보유한 정보와 금융데이터 결합, 제공 데이터 간의 상호결합 필요성을 언급하면서 보다 다양한 금융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도록 참여 금융회사의 확대 등의 의견을 제시했다.

◆금융데이터 모의정보 DB 구축 = 'D-테스트베드'에 참여한 고려대학교 정보보호대학원 위험관리연구실은 '대안신용평가모델 고도화를 위한 AI 기반의 사업자 활동 데이터 분석 및 대시보드 개발' 아이디어를 검증, 지난해 금융위원장상을 수상했다. D-테스트베드에서 제공된 데이터와 자체 수집한 영업활동 데이터를 활용, 온라인 소상공인 사업자 매출 예측모형 및 매출현황·신용점수 등에 대한 대시보드를 개발했다.

금융당국은 D-테스트베드를 통해 신용정보원과 금융결제원, 금융회사들이 보유한 통계성 데이터를 스타트업에 제공했다. 카드사의 경우 고객의 총 이용금액과 이용건수, 결제시간대 등 소비 관련 정보가 포함됐다. 시구군별, 업권별 매출정보 등 개인정보가 아닌 지역이나 집단에 대한 정보가 활용됐다.

금융당국은 올해 가명정보의 특징을 추출해서 만든 일종의 모의정보 성격의 합성정보를 토대로 금융데이터 모의정보 데이터베이스(DB)를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합성정보는 개인정보의 특성을 갖지만 개인정보와는 상관이 없다.

모의정보 DB가 구축되면 D-테스트베드 참가자들이 금융데이터를 자유롭게 이용해서 아이디어의 실현 가능성을 한층 강도 높게 검증할 수 있게 된다.

정은보 금융감독원장은 20일 핀테크 업계와의 간담회에서 "D-테스트베드를 통해 새로운 기술의 실현가능성을 검증하고 검증된 혁신기술을 시범운영한 결과 안정성과 효용성이 입증되는 경우 혁신에 걸림돌이 되는 규제를 정비하겠다"고 말했다.

금융위는 올해 D-테스트베드 사업을 위해 4억2900만원의 예산을 확보했다. 예산은 주로 금융회사로부터 금융데이터를 구매하는 데 쓰여질 예정이다.

◆규제 샌드박스 통해 실제 사업으로 연결 = D-테스트베드 참여기업의 아이디어는 금융규제 샌드박스 제도를 통해 실제 사업으로 이어질 수 있다. 규제 샌드박스는 기업들이 신기술을 활용한 혁신사업을 하려다 현행 규제에 막혀 시장출시가 어려운 경우 규제를 한시적으로 유예해 시장에서의 테스트 기회를 부여하는 제도다. 규제 유예 기간 동안 사업의 안전성과 유효성을 검증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규제 샌드박스를 통해 금융권에서 실행된 대표적 사업은 대출금리를 한 눈에 확인할 수 있는 '온라인 대출비교모집 플랫폼'이다.

대출모집인 제도는 현행 모범규준상 대출모집인이 단일 금융회사와만 대출모집업무 위탁계약을 체결할 수 있어, 소비자가 대출금리를 비교하기 위해서는 여러 금융회사의 금리조건을 직접 알아봐야 했다.

하지만 규제 샌드박스를 통해 온라인 대출모집인이 여러 금융회사와 동시에 대출모집업무 위탁계약을 체결할 수 있도록 관련 규제를 유예해 주는 특례가 승인되면서 지난 2019년 7월부터 관련 서비스가 시작됐다. 해당 서비스는 지난해 말까지 1100만건(15조7000억원)에 달하는 조회 건수를 기록했다.

금융위는 올해 금융규제 샌드박스 제도 내실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D-테스트베드를 정식 도입해 실현가능성을 검증하고, 샌드박스를 통해 혁신금융서비스를 출시한 이후 규제를 개선하는 디지털금융 단계별 지원체계를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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