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시론

과연 폭락장이 올까

2022-02-11 12:13:24 게재

우리나라를 비롯해 글로벌 자산시장이 불안하다. 주식은 조정세가 완연하고, 끝없이 오를 것 같던 주택시장에도 찬바람이 분다. 가상자산의 상승세도 한풀 꺾이고 있다. 이러다 폭락장이 오는 게 아닐까?

주식시장의 앞날을 예측하는 것은 쉽지 않다. 각종 통계 데이터, 예측도구 등을 통해 전망을 제시할 수 있지만 시장 참가자들의 심리적인 군집행동까지 측정해 정확하게 예측하는 것은 신의 영역이다. 확률적인 것일 뿐 정확하게 맞힐 수는 없다.

연준 최악의 악몽 '1994년 대학살'

미 연준이 올 3월부터 시작할 금융긴축(금리인상+대차대조표 축소)의 폭과 속도는 향후 글로벌 주식시장을 사실상 좌지우지할 것이다.

1990년대 이후 미국이 추세적으로 금리를 인상한 시기는 1994년 1999년 2004년 등이다. 최악의 악몽은 이른바 '1994년의 대학살'이다. 연준은 1990년 시작된 경기침체에서 벗어나기 위해 1992년 9월부터 17개월간 기준금리를 사상최저 수준인 3%로 유지했다. 이 조치로 인플레이션 조짐이 보이자 연준은 사전 예고없이 1994년 2월 금리를 올리기 시작, 1년 만에 6.0%까지 무려 7차례 인상했다.

저금리에 기반한 대량의 유동성에 취했던 멕시코 아르헨티나 등 주가가 1년 만에 고점 대비 50% 이상 폭락하는 등 중남미 금융시장에 위기가 닥쳤다. 멕시코는 '테킬라 위기'로 잘 알려진 외환위기를 맞아 미국과 국제통화기금(IMF)의 구제금융을 받는 신세가 됐다.

이 위기는 연쇄파동을 일으켜 1996~1997년 우리나라를 포함한 동아시아 외환위기, 1998년 러시아 모라토리엄(Moratorium)으로 이어졌다. 1987년 5%대의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앨런 그린스펀 의장은 취임 한달 만에 금리인상을 단행했는데 10월 19일 뉴욕 증시가 22.6% 폭락하는 '블랙 먼데이'가 터졌다. 영국 일본 싱가포르 홍콩 등 전 세계 주요 증시에도 연쇄반응을 일으켜 전세계적으로 1조7000억달러가 하루 만에 증발했다.

연준의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보면 인플레이션 파이터 볼커 의장의 '토요일 밤 학살'이 있다. 오일쇼크 등의 영향으로 치솟는 물가를 잡기 위해 1979년 10월 6일 경기침체 (Recession) 상황에도 기준금리를 15.5%로 4%p 올린 데 이어 1981년에는 무려 21.5%까지 인상했다. 물론 볼커는 인플레이션과 실업률이라는 두마리 토끼를 잡아 이후 미국경제를 안정시킨 공을 인정받았지만 당시 금융시장은 쑥대밭이 됐다.

파월도 '에클스 실수' 되풀이할지 관심

제롬 파월 의장의 선택은 어떨까. 1930대 대공황기에 연준 의장으로서 미국 경제가 비상대책으로 회복세를 잠시 보이자마자 서둘러 출구전략을 추진해 금융시장과 경기를 최악으로 망친 '에클스 실수'(Eccles's failure)나, 1994년 위기 때의 '그린스펀 실수'를 부를지, 인플레이션 파이터 볼커의 길을 갈지, 양적완화(QE)와 테이퍼링, 대차대조표 축소(QT) 등 비전통적 방법을 과감히 연준에 도입해 2008년 금융위기의 구원투수가 된 벤 버냉키의 업데이트 버전일지 두고볼 일이다.

정보가 부족한 개인 투자자들이 시장의 흐름을 정확히 예측할 수는 없다. 다만 시장의 폭락 조짐을 미리 탐지할 수 있는 유용한 도구는 있다. 미국 12개 연방준비은행 중 하나인 세인트루이스 연은이 발표하는 통계(FRED)로 '10Y2YS'(10년물 국채 수익률에서 2년물 국채 수익률을 뺀 값) 지표가 그것이다.

이 값이 0에 가까워지거나 마이너스(장단기 금리 역전)가 되면 대부분 270일 이내에 미국에서 경기침체가 왔고 주가가 큰 조정을 겪었다. 코로나19 때의 경우 2019년 8월 -0.20을 기록한 뒤 2020년 2월 20일부터, 2008년 월가발 리먼파산 사태 때는 2006년 2월 -0.14를 기록한 뒤 2007년 7월 16일부터, 미국 닷컴버블 때는 2000년 4월 -0.07을 기록한 뒤 2000년 9월 1일부터 주가가 폭락했다.

지난 20년간 지표의 최고값은 2011년 초의 2.91, 최저치는 2000년 닷컴버블 때 -0.52다(1990년대 이전 데이터는 제외). 10일(현지시간) 현재 이 값은 0.42이다. 아직 마이너스 구간으로 내려가지 않아서 이 지표로 판단해보자면 당장 폭락장이 올 것 같지는 않다. 다만 지난해 11월 30일 0.91로 내려간 후 기울기가 급하게 떨어지고 있어 대비가 필요하다. 개미 투자자분들은 폭락장이 올지 어떨지 궁금하면 노트북을 켜고 구글 사이트에서 'FRED 10Y2YS'를 입력하고 수시로 확인하시라.

안찬수 경제편집위원
안찬수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