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시가총액으로 본 글로벌 완성차업체 경쟁력

테슬라 독주 속 도요타·폭스바겐·BYD 입지도 '탄탄'

2022-02-11 11:00:45 게재

시가총액 '1천억달러 글로벌 클럽'은 4개사

11~20위권 지각변동 심해, 볼보·르노 급락

내일신문-한국자동차연구원 공동 조사·분석

글로벌 자동차업계에서 테슬라의 독주가 지속되는 가운데 도요타 폭스바겐 BYD도 입지를 굳건히 다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1일 내일신문이 한국자동차연구원 도움을 받아 글로벌 완성차업체들의 시가총액을 분석(출처 companiesmarketcap, 2월 8일 16시 기준)한 결과 테슬라 시총은 9112억달러(약 1090조686억원)로 독보적 1위를 차지했다. 현대차보다는 26배, BMW보다는 14배 큰 수치다.


◆테슬라, 자동차를 인지·판단주체로 끌어올려 = 테슬라 시총은 2위 도요타 2743억달러보다도 3.4배 많다. 두 회사 시총은 2018년(종가)만 하더라도 도요타가 1652억달러로 테슬라 573억달러보다 세배 가까이 많았다. 하지만 2020년말 테슬라 6689억달러, 도요타 2161억달러로 역전된 뒤 격차가 크게 벌어졌다.

3위는 폭스바겐 1244억달러, 4위는 BYD 1071억달러였다. BYD는 전기차버스 세계 1위일 뿐만 아니라 2차전지사업에서의 경쟁력이 시장에서 높이 평가받고 있다. 각 업체별 시총은 해당국가 증권거래소에 상장돼 있는 금액을 달러로 환산했다.

시총이 1000억달러(119조6300억원) 이상인 기업은 4개사였다. 테슬라 도요타 폭스바겐 BYD 이들 4개사는 2020년에도 1~4위를 차지, 탄탄한 입지를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다임러(858억달러)와 GM(737억달러)은 각각 전년보다 한 계단씩 오른 5~6위를 기록했다. 이어 7위 포드(716억달러), 8위 BMW(668억달러), 9위 스탤란티스(585억달러), 10위 혼다(517억달러) 순이었다. 5위 기업부터는 테슬라 시총의 10%에도 못 미친다.

고태봉 하이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시장에선 테슬라를 단순 전기차 업체로 보지 않는다"며 "테슬라는 1년에 100억마일의 데이터를 모으며 플릿러닝(Fleet Learning) 네트워크 효과를 극대화하는 한편 자동차를 인지판단의 주체로 끌어올렸다"고 말했다. 이어 "반면 전통 완성차업체들은 향후 내연기관차를 전기차로 전환할 때 비용이 들어간다"며 "내연기관차를 많이 판매해온 브랜드일수록 전환비용이 막대하게 소요될 전망이어서 기업가치를 끌어내리고 있다"고 덧붙였다.

◆리비안·루시드 '제2의 테슬라'로 주목 = 11~20위 사이는 1년새 지각변동이 컸다. 지난해 11월 상장한 미국의 전기차기업 리비안은 516억달러로 단숨에 11위에 이름을 올렸다. 이 회사는 2009년 설립후 10년 이상 뚜렷한 결과물을 만들지 못했으나 아마존 창업자 베이존스의 투자를 이끌어내면서 '제2의 테슬라'로 주목받았다. 리비안은 2025년까지 아마존에 전기차밴 10만대를 납품할 예정이다.

12위는 중국의 장성자동차(Great Wall)다. 시총은 476억달러로 전년 275억달러(15위)보다 73% 늘었다. 13위는 지난해 6월 나스닥에 상장한 루시드(Lucid Motors, 444억달러)가 차지했다. 루시드는 테슬라의 핵심 엔지니어들이 퇴사후 옮겨와 기술력이 뛰어난 것으로 알려졌으며, 프리미엄 전기차 모델 '루시드 에어'에 대한 호평이 잇따르고 있다.

14위는 이탈리아의 고급차 브랜드 페라리(414억달러), 15위는 중국의 유망 스타트업 니오(NIO, 382억달러)였다. 니오는 2020년말 760억달러에서 거의 반토막 났다.

16위는 현대차(353억달러)로, 전년 조사보다 4계단 하락했다. 현대차는 2021년 1월 애플과의 전기차 협력방안이 제기되면서 주가가 급등해 시총 474억달러에 이르기도 했다. 하지만 애플과의 협상중단 소식이 전해진 후 급락했다.

고 센터장은 "현대차의 사업 포토폴리오는 잘 짜여져 있지만 도심형항공모빌리티(UAM)·로봇사업 등이 현 주가에 반영안되고 있다"며 "시장에서는 현대차가 실질적으로 미래기술 경쟁력이 있는지, 매출과 이익으로 연결될 수 있는지 검증을 요하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중국 스타트업 3인방은 추락 = 이어 17위 상하이자동차(SAIC, 350억달러), 18위 마루티 스즈끼 인디아(344억달러), 19위 샤오펑(317억달러), 20위 리오토(296억달러)로 조사됐다.

지난해 초까지만 해도 중국의 전기차 스타트업 3인방으로 주목받던 니오, 샤오펑, 리오토는 모두 순위가 하락했다. 니오는 2018년 9월, 리오토는 2020년 7월, 샤오펑은 2020년 8월 각각 뉴욕증시에 상장했다.

중국 전기차 스타트업의 주가하락은 핵심주주인 알리바바, 텐센트 등 '테크 자이언트'(거대 플랫폼 기업)의 고전에서 비롯된 것으로 분석된다.

시총 상위 1~10위 업체의 국가별 분포는 미국(테슬라 GM 포드)과 독일(폭스바겐 다임러 BMW)이 각각 3개사였고, 일본 2개사(도요타 혼다), 중국 1개사(BYD)였다.

하지만 1~20위 업체는 중국이 6개(BYD 장성자동차 니오 SAIC 샤오펑 리오토)로 가장 많았다. 이어 미국 5개사, 독일 3개사, 일본 2개사였으며, 한국과 네덜란드 이탈리아 인도가 각각 1개사씩 이름을 올렸다.

한국의 기아는 266억달러로 21위였으며, 인도의 타타는 221억달러로 22위였다.

볼보는 2020년말 10위(484억달러)에서 올 2월 8일 23위(221억달러)로 곤두박질쳤으며, 같은 기간 지리자동차도 13위(334억달러)에서 24위(219억달러)로 하락했다.

2020년말 각각 17위, 18위였던 닛산과 르노는 이번 조사에서 26위(201억달러), 31위(118억달러)로 떨어졌다. 자율주행차와 전기차 등 미래 모빌리티의 경쟁력 여부에 희비가 크게 엇갈린 것으로 분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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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호 기자 jhlee@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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