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 후 40분만에 수술 "의료진 설명의무 위반"

2022-02-14 11:57:38 게재

1.2심, 적법 … 대법, 위법 파기환송

"환자 스스로 선택할 기회 보장해야"

수술 시작 40분 전에 수술 합병증으로 인한 후유증을 의료진이 설명했다면 '설명의무'를 위반한 것일까. 1.2심은 설명의무 위반이 아니라고 판단했지만, 대법원은 환자에게 스스로 선택할 기회를 보장하지 않았다며 설명의무 위반이라고 판단했다.

대법원 3부(주심 안철상 대법관)는 환자 A씨가 평택의 한 병원에 대해 제기한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수원고등법원으로 환송했다고 14일 밝혔다.

A씨는 지난 2018년 6월 7일 요통과 근력저하 등 때문에 평택의 B병원을 찾았다 추체간 유합술, 인공디스크 치환 수술 등이 필요하다는 진단을 받았다. 같은 날 수술 동의서를 작성했다.

6월 11일 수술 당일 B병원에서 근무하는 내과의사는 수술 전 평가를 하기 위해 경동맥 및 심장초음파 검사를 한 뒤 이날 오전 10시30분 A씨 보호자에게 "원고(A씨)가 동맥경화가 없는 사람들에 비해 뇌졸중 위험이 상대적으로 높다"고 설명했다. 이어 같은 날 11시10분 B병원 마취과 의사는 A씨에 대한 마취를 시작하면서 수술이 시작됐다.

A씨는 수술이 끝나고 같은 날 오후 6시30분 회복실로 옮겨졌다. 그러나 의료진은 A씨가 자발적인 의사표현을 하지 못하고 좌측 상하지 근력이 저하된 사실을 확인했다. 뇌 CT검사를 시행한 결과 뇌경색 소견이 관찰된 A씨는 전원돼 치료를 받았다. 이후 좌측 편마비와 함께 인지장애로 스스로 대소변을 조절할 수 없을 정도로 일상생활에 어려움을 겪게 됐다.

A씨는 "병원 의료진이 주의의무 및 설명의무를 위반했다"며 병원을 상대로 4억4300만원의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

1심과 2심 재판부는 A씨 측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1심 재판부는 주의의무 위반에 대해 "의료진의 이 사건 수술 결정이 합리적인 범위를 벗어난 선택이었다고 보기 어렵다"며 "경과관찰을 게을리했다는 것을 인정할 증거도 없다"고 판시했다. 설명의무 위반 주장에 대해서도 "처음 내원한 6월 7일 A씨 보호자 가족에게 수술의 목적, 방법 및 신경손상을 포함한 예상치 못한 합병증 등에 대해 설명한 것으로 보인다"며 원고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2심 재판부 또한 "수술 당일인 6월 11일 A씨 보호자에게 A씨가 동맥경화가 없는 사람들에 비해 뇌졸중 위험이 상대적으로 높을 수 있다는 사실을 설명했고, 수술을 집도하는 의사가 반드시 수술 위험도에 대한 설명을 해야 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A씨의 항소를 기각했다.

대법원은 주의의무 위반에 대해서는 원심과 같이 인정하지 않았다. 하지만 설명의무 위반에 대해서는 원심과 다르게 판단했다.

대법원은 의사의 설명의무에 대해 "의료행위가 행해질 때까지 적절한 시간적 여유를 두고 이행돼야 한다"며 "환자가 의료행위에 응할 것인지를 합리적으로 결정할 수 있기 위해서는 그 의료행위의 필요성과 위험성 등을 숙고, 상의, 결정할 시간적 여유가 주어져야 하기 때문이다"고 전제했다. 이어 "의사가 환자에게 충분한 시간을 주지 않고 의료행위에 관한 설명을 한 다음 곧바로(40분 뒤) 의료행위로 나아간다면 이는 의료행위에 응할 것인지 선택할 기회를 침해한 것으로서 설명의무가 이행됐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이때 적절한 시간을 두고 설명의무를 이행했는 지는 의료행위의 내용과 방법, 위험성과 긴급성의 정도, 의료행위 전 환자의 상태 등 여러 가지 사정을 종합해 개별적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대법원은 설명했다.

대법원은 "원심은 피고 병원 의사들의 설명과 이 사건 수술 사이에 적절한 시간적 여유가 있었는지, A씨가 숙고를 거쳐 이 사건 수술을 결정했는지 심리해 설명의무가 이행됐는지를 판단했어야 한다"며 원심에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고 판단, 사건을 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
김선일 기자 si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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