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시론
블록체인과 한반도 평화
블록체인 기술이 세상을 바꾸고 있다. 중앙화된 조직 없이도 데이터를 안전하게 분산저장할 수 있는 이 기술은 사회전반의 탈중앙화(decentralized) 현상을 낳고 있다. 2009년 1월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 비트코인의 등장은 중앙은행이 독점하던 화폐발행의 탈중앙화를 이끌었다. 비트코인을 제안한 사토시 나카모토는 "중앙은행의 법정통화 가치는 논쟁의 여지가 없도록 신뢰를 받아야 하지만, 화폐의 역사는 그런 신뢰를 완전히 저버린 사례로 가득하다"고 지적했다.
비트코인은 이제 우리나라를 비롯한 많은 국가에서 디지털 자산으로 인정받고 있다. 현재 비트코인은 920조원이 넘는 시가총액을 자랑한다. 거래 중인 전세계 암호화폐도 9200여종에 달한다. 또한 암호화폐 확산은 중앙은행의 디지털화폐(CBDC, Central Bank Digital Currency) 발행도 촉진했다. 중국은 베이징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디지털 위안화'(e-CNY) 상용화를 시작했다.
블록체인이 이끄는 탈중앙화, 빠르게 확산
2015년 7월 비탈릭 부테린이 만든 이더리움의 등장은 은행을 넘어 사회의 전 영역으로 탈중앙화 흐름을 가속화했다. 블록체인에 화폐거래뿐 아니라 스마트계약(smart contract)을 기록함으로써 프로토콜 경제의 장을 열었다. 프로토콜 경제란 중앙화된 조직 없이 경제 참여자 모두가 합의한 규칙에 따라 투명성을 확보하고 이익을 공유하는 새로운 형태의 경제모델이다. 이용자가 늘어날수록 플랫폼기업만 돈을 버는 플랫폼 경제의 대안으로 떠올랐다. 프로토콜 경제는 금융 유통 서비스 보안 예술 등으로 빠르게 확산되며 많은 성공모델을 만들고 있다.
이스라엘에서 탄생한 라주즈(La zooz)는 블록체인판 우버다. 중앙관리기관 없이 앱을 통해 차량제공자와 이용자를 연결시키고 '주즈'란 암호화폐로 대금을 지급한다. 중계수수료 없이 참여자 모두가 이익을 공유하는 시스템이다. 유튜브 페이스북(메타) 등 중앙화된 플랫폼기업에 맞서 디튜브 스팀잇이란 프로토콜기업이 활동 중이다.
블록체인 기반의 탈중앙화 금융서비스인 디파이(De Fi)는 빠르게 성장하는 분야 중 하나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최근 연구보고서에서 2021년 말 글로벌 디파이 예치금이 2600억달러(약 310조원)에 달한다고 분석했다. 2020년 말 210억달러에 비해 1년새 12배 늘었다. 나온지 2~3년이라는 짧은 시간을 고려하면 놀라운 성장속도다.
대체불가토큰(NFT) 시장도 놀랍게 확산되고 있다. 블록체인을 활용한 디지털 소유권증명서인 NFT는 현실 경제의 디지털 전환을 촉진하는 핵심수단으로 등장했다. 그림 음악 등 예술품과 게임 아이템, 각종 디지털 콘텐츠, 디지털 부동산 등에 이르기까지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샌드박스 디센트럴랜드 등 유명 메타버스 플랫폼의 가상 부동산은 수십억원에 거래된다. 특히 NFT 등장은 '게임하면서 돈은 번다'는 '피투이'(P2E, Play to Earn)란 신조어를 낳으며 많은 이들을 가상세계인 메타버스로 이끈다.
최근에는 탈중앙화된 자율조직인 다오(DAO, Decentralized Autonomous Organization)가 빠르게 늘어나며 기존 회사를 대체하고 있다. 협동조합과 유사하지만 중앙화된 조직이 없고, 미리 합의된 알고리즘에 의해 토큰(암호화폐)을 중심으로 운영된다는 점이 차이다. 블록체인 기술은 이처럼 중앙은행이나 거대기업에 무력하게 당하던 약자들이 스스로 단결해 맞설 수 있는 강력한 수단을 제공했다.
블록체인에 '한반도 평화' 스마트계약을 올린다면
블록체인에 한반도 평화를 위한 스마트계약을 올리는 상상을 해본다. 금강산관광이나 개성공단, 혹은 다른 평화프로젝트를 블록체인 위에 올릴 수는 없을까? 참여자가 늘어날수록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스마트계약을 만들 수 있다면 중앙화된 권력에 의한 인위적 중단 가능성을 크게 줄일 수 있지 않을까? 나아가 토큰에 내장된 투표기능을 통해 손쉽게 한반도 평화를 바라는 국민들과 전세계인의 뜻을 모을 수 있다면 평화를 성큼 다가오게 할 수 있지 않을까?
블록체인 기술의 등장으로 비로소 필요악인 국가권력을 대신해 자율적인 국가운영이 가능해졌다는 성급한 전망을 내놓는 이들도 있다. "국가가 없다고 상상해 봐요. 어렵지 않아요. 무언가를 위해 죽이거나 죽지 않는, 그리고 종교도 없는 모든 사람들을 상상해 봐요. 평화롭게 살아가는 삶을." 존 레넌의 노래 '이매진'의 가사를 블록체인 기술이 실현해 줄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