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숄츠 독일총리의 '우크라이나 분쟁' 딜레마

2022-02-22 12:06:14 게재
김택환 언론인, 경기대 교수

'다시 러시아의 길로 갈 것인가, 유럽과 하나가 될 것인가.' 지난해 우크라이나 국민 여론조사에서 응답자 80% 이상이 러시아로부터 완전독립을, 과반 이상이 나토(NATO) 가입을 희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강대국 패권전쟁으로 우크라이나가 유럽의 화약고가 됐다. 가스 에너지 패권과 나토 확산을 막기 위해 러시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13만명 군대를 우크라이나 주변에 배치하면서다. 미국 조 바이든 대통령은 연일 '전쟁이 임박했다'고 여론전을 펼친다. 물리적 군대만 동원하는 전쟁만 아니지 이미 '하이브리드 전쟁' 중이다. 심리전과 사이버전에다가 우크라이나 정부군과 반군 민병대 전투가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우크라이나 분쟁을 둘러싸고 독일 외교가 딜레마에 빠졌다. 메르켈 외교노선을 이어가는 것이 한계에 도달했고 새 길을 찾지 못하기 때문이다. 한때 '메르켈하다'(merkeln)와 '메르켈스럽다'(merkelsch)라는 신조어가 유행한 적이 있다. 우크라이나 사태 등 여러 외교현안 대응에 메르켈 특유의 신중한 조심스러운 태도와 동시에 미러, 미중 사이에서 독일경제 실리 추구를 우선시하는 줄타기 외교를 말한다.

양날의 칼 잡은 독일의 어정쩡한 행보

새 총리 숄츠 역시 전임자의 외교안보 노선을 이어가고 있다. 미들파워 국가의 한계로 중재자 역할에 충실하면서 경제실리를 찾자는 것이다. 그는 이번 푸틴을 만나기 전 메르켈의 자문을 받았다. 독일 외교 프로세스는 외교장관이 먼저 당사국 파트너를 만나 의견을 타진하고,이어 총리가 중재자로 나선다.

우크라이나 분쟁을 둘러싸고 독일은 양날의 칼을 잡고 있다. 러시아로부터 가스수입이다. 이는 미국 등 서방으로부터 비판을 받지만 러시아와 외교 레버리지로 활용할 수 있다. 푸틴은 사민당 출신 게르하르트 슈뢰더 전 총리를 가스프롬 이사로 선임하는 등 공을 들인다.

슈뢰더가 총리 때 숄츠가 당 사무총장이었다. 슈뢰더는 우파 정치인들로부터 '의원회관의 집무실을 철거하라'는 비난까지 듣는다. 독일 외교장관 베어복이 러시아 군사행동을 비판하자 슈뢰더가 자국 외교장관을 비판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과거 단합된 행동과는 다른 자중지란의 모습이다.

슈피겔지 등 독일 일부 언론들이 나토의 '스타투스 쿠오'(status quo), 즉 현상유지를 지지하는 기사를 내보낸다. 독일 통일 당시 미국 베이커 국무장관이 고르바초프 전 대통령에게 구두로 "동쪽으로 나토 확산을 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바이든 푸틴 마크롱 등 모두 현상변경을 원한다, 현상유지를 원하는 독일 외교의 딜레마다. 반면에 우크라이나는 약소국의 한계로 '주권을 지킬 것인가, 강대국의 희생양인가' 기로에 서 있다.

우크라이나 분쟁이 전쟁 초입으로 급변했는데도 과거와 유사한 숄츠 총리의 행보를 두고 '투명인간'이라는 비판까지 나온다. 미국 영국 프랑스 등 나토 중심 국가들이 우크라이나에게 무기를 지원할 때 독일은 헬멧만 지원한 것을 두고 미국 뉴욕타임스가 조롱한 내용이다. 미국 하버드대 스테판 발트 교수(국제정치학)는 '포린폴리시' 기고를 통해 "독일은 이제 한쪽 선택을 강요당한다"면서 "과거 외교방식이 더 이상 통하지 않게 되었다"고 지적한다.

우크라이나 분쟁 원인은 미국·서방 중심의 나토 확장과 '유라시아 제국' 부활을 노리는 푸틴 야망과 충돌에서 기인한다. 90년대 소련과 동구권 사회주의 위성국가들이 몰락한 이후 폴란드 헝가리 등 14개 동구권 나라들이 안전과 경제부흥을 위해 나토에 가입했다. 소련 제국의 일원이었던 우크라이나가 나토에 가입하려는 의지를 꺾기 위해 푸틴은 전쟁 준비에 들어간 것이다.

푸틴이 미국·나토에 3가지, 즉 △나토 확장금지 △러시아 주변국에서 미군철수 △서방의 우크라이나 포기 등을 요구한다. 미국과 나토 국가들은 이를 수용할 리도 할 수도 없다.

자원을 둘러싼 지정학적 분쟁 치열

우크라이나 분쟁이 장기화될 전망을 보이면서 석유 가스 등 에너지비용이 급등하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 패티 바이론 이사는 "오늘은 러시아 가스, 내일은 중국산 리튬"이라면서 자원전쟁을 예고한다. 배터리 자원 리튬을 두고 지정학 분쟁이 온다는 것이다.

국민대통합에 기반한 외교가 힘을 받는다. '분열하면 지고 뭉치면 이긴다'가 대선승리뿐 아니라 국제 외교에도 적용된다. 다음 정부가 새겨야 할 교훈이다.

김택환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