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쇼크' 글로벌 금융시장 강타

2022-02-23 11:24:41 게재

미 월가 공포지수(VIX) 30선 육박

서방의 대 러시아 경제제재 불가피

원자재 폭등·인플레이션 상승 부담

일촉즉발 위기로 치닫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긴장이 고조되면서 전 세계 증시가 일제히 하락했다. 국제유가는 급등세를 보이며 100달러에 육박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러시아에 대한 서방국가들의 광범위한 경제제재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했다. 만약 러시아와의 전면적 교역 중단 등의 극단적 카드를 선택한다면 에너지가격 급등은 불가피하고 이로 인한 인플레이션 압력이 심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23일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전일(현지시각) 뉴욕 3대 증시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위기가 고조되면서 1%대 하락세로 장을 마쳤다. 다우지수와 나스닥지수는 4거래일 연속 하락했고, S&P500지수는 3거래일 연속 떨어졌다. S&P500지수는 고점 대비 10.66% 하락하며 다시 기술적 조정 영역에 진입했다. 나스닥지수는 고점 대비 17% 이상 떨어졌다. 월가의 공포지수라 불리는 시카고옵션거래소(CBOE) 변동성 지수(VIX)는 전일대비 1.06p(3.82%) 오른 28.81을 기록했다. 장중 6% 이상 치솟아 30선에 육박했다.

눈물의 피란길 오른 우크라 동부지역 노인│22일(현지시간) 모스크바 서쪽 아프렐레프카 역에 도착한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의 한 노인이 기차에서 버스로 갈아타며 눈물을 훔치고 있다. 돈바스 지역의 친 러시아 반군 조직인 도네츠크인민공화국(DPR)과 루간스크인민공화국(LPR)은 최근 우크라이나 정부군의 공격설을 퍼뜨리며 대피령을 내려 이곳 주민 약 4만명이 러시아로 피신했다. 아프렐레프카 타스=연합뉴스


이날 국제유가는 배럴당 100달러에 육박하는 수준까지 올랐다. 뉴욕상업거래소에서 3월물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전 거래일 보다 1.28달러(1.4%) 오른 배럴당 92.35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4월물 WTI 가격은 전일대비 1.70달러(1.9%) 상승한 배럴당 91.91달러에 거래를 마감했다. WTI 가격은 장중 한때 최고 5% 이상 오른 배럴당 96.00달러에 거래됐다. 런던 ICE 거래소에서 4월물 브렌트유 가격은 장중 6% 이상 오른 배럴당 99.44달러까지 오르기도 했다. 2014년 9월 이후 최고치다.

러시아에 대한 서방국들의 경제제재가 시작됐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시작됐다고 규정하고 러시아 은행과 국채, 개인에 대한 제재를 발표했다. 독일은 러시아와 자국을 잇는 해저 천연가스관 '노르트 스트림-2'에 대한 승인 절차를 중단했다. 유럽연합(EU)도 개인과 은행, 돈바스 지역과의 무역 금지, EU 금융시장에서의 자금조달 제한 등과 같은 제재를 발표했으며, 영국도 러시아 은행 5곳과 개인 3명을 제재하기로 했다.

증시 전문가들은 위험회피 심리가 당분간 고조될 수 있으며, 지정학적 긴장으로 유가 등이 올라 인플레이션 상승 위험이 높아지는 것은 또 다른 위험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지산 키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국지적인 마찰음이 당분간 지속되면서 금융시장 내 불확실성도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특히, 우크라이나 사태가 예상보다 심각해지고 장기화될 경우 원자재 가격 상승과 인플레이션 부담이 높아지면서 국내외 경제 및 기업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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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면택 워싱턴 특파원 김영숙 기자 kys@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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