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사태에도 코스피 1%대 상승 출발

2022-02-25 11:22:11 게재

통화긴축강도 완화에 증시 상승 베팅 … 높아진 인플레 우려·연준 행보 '주목'

러시아의 우크라이나에 대한 전면적 공격이 단행되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이 출렁거렸다. 하지만 미국 시장이 의외로 빠른 시간 내 안정을 되찾으면서 국내 증시도 1%대 상승세로 장을 출발했다. 시장 참여자들은 우크라이나 사태로 미국의 통화긴축 강도가 다소 완화될 것이라는 기대감에 오히려 증시 상승에 베팅하는 모습이다.

코스피 상승, 환율 상승│코스피가 전날보다 1%대 상승 출발한 25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딜러들이 대화하고 있다. 원/달러 환율은 상승 출발. 연합뉴스 서명곤 기자


다만 시장전문가들은 우크라이나 리스크에 대한 경계감이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번 사태가 조기에 해결되기 어려운 만큼 우크라이나 내 국지적인 마찰음은 불가피하고, 미국의 러시아 금융기관의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 결제시스템 퇴출 제재안은 아직 남겨둔 상태로 주시해야할 리스크가 잠재해 있다. 또 우크라이나 리스크로 인한 미국 등 주요 선진국의 경기 및 물가 흐름의 충격도 확인해볼 필요가 있다. 국제유가 및 곡물 가격 등 원자재 가격의 상승이 인플레이션 우려를 더욱 자극할 수 있는 만큼 3월 FOMC(연방공개시장위원회)의 행보에 대한 관심도 높아질 것으로 예상한다.

◆코스닥 2% 넘게 상승 = 25일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에서 코스피지수는 반등세로 장을 출발했다. 이날 오전 10시 현재 코스피는 전날보다 39.15p(1.48%) 오른 267.95에서 거래되고 있다. 같은 시간 코스닥지수는 870.94로 전일대비 2.68% 상승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여파로 전날 2.60% 급락해 2700선을 내줬던 코스피는 간밤 미국 뉴욕증시 반등 영향으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전일(현지시간) 이날 새벽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군사작전 승인과 함께 우크라이나 동부와 남부, 북부 3면에서 일제히 공격을 개시했다. 우크라이나 내 다수의 군사시설이 파괴되고 우크라이나인 220여명이 사상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외신들이 전했다. 이에 미국은 반도체 등 하이테크 제품의 러시아 수출을 통제하고 러시아의 4개 주요 은행을 제재하는 등의 포괄적 제재 방안을 발표했다. 다만 가장 강력한 제재 수단으로 거론돼 온 국제은행간통신협회 결제망 퇴출은 제재에서 빠졌다. 이후 시장은 반등세를 보이기 시작했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미국 증시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유럽 및 아시아 증시 폭락 충격으로 장 초반 급락세를 보였으나 이후 미국의 러시아 제재 수위가 높지 않았으며 추가 전면전, 무력 충돌이 없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위험 선호 심리를 회복시키면서 급반등에 성공했다"고 분석했다.

우크라이나 사태 때문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긴축 속도가 느려질 수 있다는 점도 투자자들의 위험선호 심리 회복에 일조한 것으로 보인다. 시장에선 연준이 다음 달 기준금리를 50bp(1bp=0.01%p) 올릴 수도 있다고 봤지만, 최근에는 25bp 인상에 그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다만 원달러 환율이 급등하는 등 전반적인 투자심리가 좋지 않은 상황이다. 25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상승 출발했다. 이날 오전 9시 7분 현재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은 전날 종가보다 2.3원 오른 달러당 1204.7원에서 거래되고 있다. 전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면 침공으로 공포심리가 퍼지며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이어지고 있는 모습이다.

◆파월 의회보고 및 연준위원 발언 주목 =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간의 충돌이 이어지는 가운데 다음 주에는 파월 연준의장의 의회보고를 비롯해 많은 연준위원들의 찰스 에반스 시카고 연은 총재(3/2), 제임스 불러드 세인트루이스 연은 총재(3/2), 제롬 파월 연준 의장(3/3), 존 윌리엄스 뉴욕 연은 총재(3/4)의 연설이 예정되어 있다. 금융시장참가자들은 연준의 긴축 강도가 완화될 가능성을 일부에서는 고려하는 모습이다. 하지만,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높은 가운데 국제유가가 급등하는 등 물가 상승 압력이 더욱 높아질 수 있다는 점에서 연준의 긴축 강도가 쉽게 완화되기는 어렵다는 의견도 나온다. 금융시장은 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한 세계 경제 성장 둔화와 스태그플레이션 우려 등에 주목하는 상황이다. 유가는 상승하고 주가와 국채금리는 동시에 하락해 연준의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

김유미 키움증권 연구원은 "오히려 자산시장의 가격 하락을 어느 정도 용인하면서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연준의 매파적인 스탠스를 더욱 강하게 취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파월 연준의장이 의회보고를 통해 우크라이나 사태를 지켜보겠다는 입장과 더불어 인플레이션 상황이 추가로 악화될 수 있는 만큼 이에 계속해서 대응하겠다는 종전 입장도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그는 또 "다음 주에는 다수의 연준위원 발언이 예정되어 있는데 물가 상승과 대응이 상이한 만큼 우크라이나 사태와 물가에 대한 입장 차이가 두드러질 것으로 보인다"며 "이러한 발언들은 연준의 통화정책 방향을 둘러싼 불확실성을 더욱 높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주요 경제지표 결과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김 연구원은 "미국의 2월 ISM 제조업지수와 서비스업 지수는 우크라이나 사태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은 상황임에 따라 1월보다는 소폭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며 "2월 비농가 신규 고용은 40만명 정도 증가하며 여전히 양호하고 실업률도 3.9%로 소폭 하락하면서 연준의 통화 긴축에 명분을 제공해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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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숙 기자 kys@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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