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해상 풍력시장에 뛰어든 유럽 기업들

2022-03-15 11:09:37 게재

독일·노르웨이 등 적극적

아시아가 세계 주요 시장

아시아 풍력발전시장에 유럽 기업들이 적극 뛰어들고 있다. 세계적인 탈탄소 에너지정책의 흐름을 타고 아시아 각국이 재생에너지 분야에 투자를 확대하고 있는 상황에서 유럽의 관련 기업이 경험과 기술력에서 경쟁력이 있기 때문이다.

독일의 WPD는 최근 "대만의 반도체 기업에 아시아 최대의 재생가능 에너지를 공급하는 계약을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WPD는 대만에서 원자력발전 1기와 맞먹는 100만킬로와트 이상의 전력을 공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력을 공급받는 기업은 발표하지 않았지만 대만 언론은 세계적인 반도체 기업인 TSMC가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전했다.

WPD는 이미 대만에서 25곳의 풍력발전소를 운영하고 있는데 이번 합의는 절반은 육상, 나머지는 해상에서 풍력발전을 통해 공급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사는 일본에서도 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일본의 재생에너지 신흥기업인 '재팬리뉴어블에너지'와 공동으로 나가사키현 앞바다에 해상 풍력발전에 참여할 계획을 밝혔다. WPD 아시아태평양지역 담당인 한스 불룸버그씨는 니혼게이자이신문과 인터뷰에서 "장기적인 시야에서 상당한 정도의 계획에 참여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WPD는 고객인 기업과 직접 전력을 거래하는 '코퍼레이트 PPA'에 강점을 가지고 있고 다수의 글로벌 기업을 고객으로 두고 있다. 한스 불룸버그씨는 "일본에서 코퍼레이트 PPA는 아직 성숙하지 않았지만 잠재적 가능성은 충분하다"면서 "일본 정부가 시행하는 공모에 입찰하는 것과 병행해 기업 고객을 위한 비즈니스 기회도 모색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시아 풍력발전 시장을 주목하는 곳은 WPD에 그치지 않는다. 노르웨이 에너지기업인 에퀴노르도 일본 홋카이도 앞바다에서 해상 풍력발전을 검토하고 있는 등 일본 국내 복수의 지역에서 재생에너지 공급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 11월에는 우리나라 동서발전과 해상 풍력발전을 추진하기로 합의했다. 이에 앞서 2019년에는 울산시가 추진하는 부유식 해상풍력 발전단지 조성사업에도 이 업체가 참여하는 것으로 업무협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이 회사는 바다에 풍차를 띄우는 방식인 부유식 기술에 앞서가고 있고, 이미 영국과 노르웨이 등지의 바다에서 대형 해상 풍력발전소를 운영하고 있다. 이 회사 관계자는 "수심이 깊은 일본의 주변 해역은 입지에 적당하기 때문에 유럽에서의 경험을 살려 나갈 것"이라고 했다.

제주 해상 풍력발전단지 전경. 연합뉴스


세계풍력협회(GWEC)에 따르면, 2025년 세계 풍력발전의 신규도입량은 2020년에 비해 21% 늘어난 1억1200만킬로와트 규모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 가운데 아시아지역은 약 60%에 육박하는 수준을 유치할 것으로 예상된다. 동아시아지역 뿐만 아니라 동남아시아와 인도 등도 유망한 시장으로 분류된다.

스페인 전력회사인 이베르도롤라는 2021년 독일 기업의 베트남 풍력발전 사업을 인수한 데 이어, 올해 1월에는 필리핀 시장 진출을 발표했다. 이 회사는 아시아지역 사업에 대해 "수십억달러의 투자 계획을 갖고 있고, 수백만킬로와트의 개발계획이 있다"고 밝혔다.

유럽 기업들의 시장 진출로 발전 비용은 줄어들 것이라는 관측이다. 일본 정부가 지난해 12월 선정결과를 발표한 해상 풍력발전 사업자 공모에는 2020년 네덜란드 재생에너지기업인 에네코를 인수해 노하우를 가진 미쓰비시상사 컨소시엄이 1킬로와트당 11~16엔대로 입찰에 참여했다. 이는 다른 기업들이 20엔 전후를 상정한 것에 비해 크게 낮은 비용으로 그 만큼 경쟁력을 자신하기 때문이라는 평가다.

이베르도롤라측은 "최근 2~3년 해상 풍력발전의 비용은 크게 떨어지고 있고, 앞으로도 더 낮아질 것"며 "상호 경쟁은 일본의 해상 풍력발전산업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유럽 기업들이 앞서가고 있는 가운데 일본을 비롯한 아시아지역 기업도 풍력발전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며 "향후 유럽세에 대항해 코스트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지가 주목된다"고 분석했다.

백만호 기자 hopebai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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