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춘 "직업 정치인 안 하겠다"

2022-03-22 11:37:28 게재

'생계형 정치인'과의 결별

"가슴 뛰지 않는다" 은퇴

싱크탱크 등 역할 예고

김영춘 전 해양수산부 장관은 "선거를 앞두고 있는데 가슴이 뛰지 않았다"고 했다. "하고 싶은 말이 생각나지 않는다"고도 했다. 그게 86세대 대표주자인 '김영춘의 정치인생'에 마침표를 찍는 첫 단추였다.

김영춘 전 장관 정계은퇴│김영춘 전 장관은 지난 21일 정계은퇴를 선언하면서 지난해 부산시장 보궐선거 출마에 대해 "징검다리 역할을 할 수 밖에 없었다"고 했다. 사진은 지난해 4월 7일 선거이후 입장표명 장면. 사진 김영춘 전 장관 페이스북


김 전 장관은 21일 내일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과거에 선거에 나가려고 하면 할 말이 많았고 그것 때문에 가슴이 뛰었다"면서 "내가 가슴이 안 뛰는 데 어떻게 표를 달라고 하겠냐"고 했다. 그는 스스로 "어떤 자리를 목표로 정치를 하고 선거에 나서본 적은 없다"며 "나라를 위해 의미와 가치가 있다고 생각할 때 그 일에 도전해왔을 뿐"이라고 했다. "서울에서의 정치생활을 청산하고 부산으로 돌아온 것도 그런 도전의 차원이었다"며 "선거의 유불리는 고려요소가 아니었다"고도 했다.

"전두환 군부독재 시절, 20대의 나이부터 시작해 오랫동안 정치계"에 몸 담아온 김 전 의원의 가슴을 뛰지 않게 만들고 유권자들에게 던질 화두가 생각나지 않게 한 것은 무엇일까.

20대 대선은 시대의 변화를 발견할 수 있는 계기였다. 그는 "시대가 변하고 있다"며 "(먹고 사는 문제 해결과 일상의 행복) 그걸 더 잘해줄 수 있는 후보에게 투표하거나 그렇지 못한 집권당에게 응징투표를 하는 시대가 되었다"고 했다. 그러고는 "스스로에게 자문자답"했고 그 결론이 '현실정치와의 이별'이었다.

막스베버가 '직업으로서의 정치'에서 언급한 '열정과 균형감각' 중 '열정'이 식은 그에겐 '직업 정치인'을 고민할 수밖에 없었다. 김 전 장관은 "(20대) 대선 기간 내내 정치 일선에서 계속 활동해야 하는가에 대해 근본적인 번민의 시간을 가졌다"며 "선거만 있으면 출마하는 직업적 정치인의 길을 더이상 걷고 싶지는 않다"고 했다. 그러고는 '직업으로의 정치인'으로의 전환에 단호한 결별을 선언했다. '직업 정치인'은 돈벌이 정치인, 생계형 정치인을 의미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정치'가 '일'과 '업무'로 치부되는 상황을 거부한 것이다.

김 전 장관은 고려대 총학생회장 출신으로 1987년 김영삼 전 대통령의 비서로 정계에 입문, 정치인으로서의 삶만 35년째다. 1962년에 부산에서 태어난 그는 1981년 고려대 영문학과로 입학한 전형적인 '86세대'다. 그의 정계은퇴는 갑작스러울 뿐만 아니라 또다른 86세대의 대표주자인 송영길 전 대표, 우상호 의원이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것과 달리 '정계 은퇴'라며 돌아갈 배를 부숴버렸다.

정계은퇴를 번복하는 사례가 역사적으로 적지 않았지만 김 전 장관의 정계은퇴 선언만으로도 상당한 파장이 예상된다. 86세대들에겐 강한 압박요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를 예상한 그는 자신의 정계은퇴가 '86세대의 퇴장'을 종용하는 카드로 작용할 것을 우려했다. 그는 "세대의 문제가 아니라 너무 오래 정치를 해온 개인의 문제로 바라봐 달라"며 "86세대 중에도 초재선이 많다"고 했다.

김 전 장관이 정치를 완전히 떠날 것 같지는 않다. 그는 "아직 에너지가 남아있을 때 세상에 되돌려드리는 작업을 하고 싶다"며 "국민의 행복 증진과 나라의 좋은 발전을 위해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기여할 수 있는 일을 찾아 나서려 한다"고 했다. "놀랍도록 빨리 변화하는 새로운 시대의 흐름을 공부하면서 젊은 후배들에게 도움이 되는 역할도 찾아보겠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국가의 발전과 좋은 생각을 나눌 수 있는 싱크탱크를 할 수도 있다"고 했다.

한편 35년 정치인생에 대해 그는 "2011년에 부산으로 귀향해서 일당 독점의 정치풍토 개혁과 추락하는 부산의 부활에 목표를 두고 노력해왔다"며 "부산의 변화가 전국의 변화를 견인한다고 믿었다. 그 목표는 절반쯤 성공을 거둔 것 같다"고 자평했다. 이어 △부울경 메가시티 건설 △가덕도신공항 건설 △북항재개발 1, 2단계 사업계획과 부산신항 추가확장계획 확정 △한국해양진흥공사 설립 등을 성과로 내놓기도 했다.

[관련기사]
'86세대' 김영춘 정계 은퇴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
박준규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