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탄소회계 도입' 논의 본격화될까

2022-04-04 11:37:40 게재

금융자산 탄소배출량 측정·공표 쉽지 않아 … 금융위 연구용역 결과 이달 말 나와

전 세계적으로 ESG(환경·사회·지배구조)를 고려한 책임투자가 확산되면서 국내 금융시장에 '탄소회계' 도입 논의가 본격화될지 주목된다.

4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위원회가 한국자본시장연구원에 의뢰한 'ESG, 탄소중립 관련 투자 활성화 및 투자자 보호방안'의 연구결과 초안이 이달 말 나올 예정이다.

금융위는 연구보고서에 △기후위기 관련 금융안정성 관리·감독을 위한 리스크 측정방법 개발 △금융기관 포트폴리오에 대한 탄소회계(온실가스 배출량 측정, 공표) 도입방안 △ESG 워싱 방지 등 투자자 보호방안을 주문했다.

탄소회계는 금융기관이 자신의 대출, 투자 등 금융자산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측정해 공표하는 것을 말한다. 국내에서는 신한금융그룹이 처음으로 금융자산의 탄소배출량 관리를 위한 '금융배출량 측정 시스템'을 개발했다. 탄소회계금융협회(PCAF) 가이드라인을 기반으로 한 시스템이다.

◆투자기업 탄소배출량 측정 = 탄소회계금융협회는 2015년 네덜란드 금융기관들이 모여 만든 비정부 협의체로 이후 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 금융기관들이 잇따라 가입했다. 국내에서도 KB·신한·하나·우리 등 주요 금융사들이 잇따라 가입했다.

탄소회계금융협회는 2020년 11월 금융자산의 온실가스 배출량 측정을 위한 표준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금융자산은 △채권 △대출 △PF △부동산 △모기지 △자동차 대출 등 6개로 분류된다.

금융 배출량은 해당 금융자산의 총 투자액(지분투자 + 대출)을 분모로 하고, 분자에 금융기관의 투자액을 넣어 기여율을 도출한다. 여기에 투자받은(금융 지원받은) 사업·기업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곱해 산출한다. 산출방식은 단순하지만 투자를 받은 사업과 기업의 온실가스 배출량 산정이 쉽지 않다.

온실가스 배출량 산정을 위해 우선 고려할 사항은 온실가스의 종류와 범위다. 통상 직접배출원(SCOPE1)과 외부로부터 도입된 전력·열로부터의 간접배출원(SCOPE2)은 국내외 표준방법론에서 대부분 산정시 포함을 권고하고 있다.

금융자산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기타 간접배출원(SCOPE3)에 해당하기 때문에 기업의 통제관리가 쉽지 않은 영역이다.

프로젝트파이낸싱은 기업의 온실가스 배출량이 아닌 프로젝트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산정해야 한다.

자동차 대출의 경우 다양한 종류의 자동차에서 사용하는 연료(Scope1) 소비량이 배출량 산정에 관련이 있고, 전기차는 전력소비량(Scope2)과 관련이 있다.

◆지속가능성 공시와 연결 = 금융기관은 내부의 탄소중립의 경우 노력과 실천을 통해 어느 정도 달성할 수 있지만, 자산의 탄소중립 실천은 투자기업들에게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달성도 쉽지 않고 파장도 크다.

금융위 관계자는 "탄소회계와 관련해서는 현재 논의 중인 지속가능성 공시에 관련 내용들이 담길 수 있기 때문에 논의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며 "해외 주요 국가들의 진행 상황 등을 담은 연구용역 결과에 따라서도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ISSB(국제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는 지난달 31일 지속가능성 공시를 위한 최초의 기준서인 'IFRS(국제회계기준) S1 일반 공시원칙'과 'IFRS S2 기후관련 공시' 등을 초안 형태로 발표했다.

금융위는 이와함께 현재 '탄소중립을 위한 금융지원 추진방안' 연구를 한국금융연구원에 의뢰했으며 'ESG 관련 자본시장 인프라 조성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하반기에 업계 의견을 수렴해 내년도 업무계획에 반영할 예정이다. ESG 관련 기업 공시와 투자자 보호, 자본시장 제도의 정비방안 등이 내년에 구체화될 전망이다.
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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