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가 돋보기 졸보기│이커머스시장에 버티컬커머스플랫폼 뜬다

전문성 앞세워 틈새 장악 … 유통공룡과 생존경쟁

2022-04-12 11:08:38 게재

마켓컬리 오늘의집 정육각 오늘회 등 … 회원 해마다 늘어 종합몰 위협, 모바일 중심 유통 애플리케이션 1000만 다운로드

전자상거래에서 전문몰로 불리는 버티컬커머스플랫폼(Vertical Commerce Platform·전문몰)이 대세로 뜨고 있다. 전문몰은 쿠팡 G마켓 11번가 등 종합몰과 달리 패션 식품 인테리어 등 특정분야 제품만 파는 이커머스 업체다.

◆전문몰 30% 이상 성장 = 지난해 11월 와이즈앱이 한국인 만 10세 이상 스마트폰 사용자를 대상으로 가장 많이 사용한 쇼핑 앱을 조사했을 때도 전문몰이 인기를 얻었다. 조사 결과 쿠팡 11번가 G마켓 다음으로 패션 전문몰 에이블리(528만명)와 인테리어 오늘의집(474만명)이 각각 4위와 5위를 차지했다. 특히 20대 순위 상위 8개 중 6개가 지그재그 에이블리 무신사 브랜디 올리브영 아이디어스 등 전문몰이었다.


전문몰은 지난해 3분기 거래액이 17조5123억원을 기록했는데, 전년 동기대비 34.9% 늘어난 수치다. 네이버와 쿠팡 등 종합몰 성장률은 12.3%로 절반 수준이다.

12일 전자상거래 업계에 따르면 전문몰은 특정 제품을 중심으로 영양력을 넓혀 가며 해당 상품분야 독보적인 1위를 유지하는 것이 특징이다. 소비자 취향이 세분화되는 경향을 파악하고 틈새시장을 노린 것이다.

전문몰은 네이버 쿠팡 11번가 티몬 등 전통강자로 여겨지는 대형업체 사이에서 자신만의 색깔을 유지하면서 두드러진 결과를 보이고 있다.

대표적인 전문몰이 마켓컬리다.

마켓컬리는 장보기를 안착시킨 전문몰이다. 일반적인 이커머스 업체들과 다르게 중계수수료를 포기하고 직접매입·직접판매 방식을 고수하고 있다. 마켓컬리는 산지에서 식탁까지 도달하는 시간을 최소화해 새벽배송 시장을 열었다.

마켓컬리를 운영하는 컬리는 지난해 매출액이 전년보다 64% 증가한 1조5614억원을 기록했다. 마켓컬리 누적 가입자수는 1000만명을 돌파했으며 신규 고객 재구매율은 75%로 동종업계 3배 수준이다. 앱 활동 지표 분석기관인 모바일인덱스가 2월 발표한 마켓컬리 1월 활동이용자는 307만명으로 지난해 동기대비 36% 늘었다.

◆MZ세대 중심으로 인기 = 오늘의집은 인테리어와 집꾸미기 상품을 판매하는 전문몰이다.

오늘의집 사용자수는 1000만명이 넘으면서 기업가치 2조원 이상을 평가받고 있다. 2014년 설립된 오늘의집은 인테리어 관련 상품 판매와 시공 서비스 등을 제공했다.

설립 초기에는 SNS형태로 시작했다가 최근에는 가구·인테리어 소품 판매, 인테리어 시공 중개서비스로 사업 영역을 확장했다.

MZ세대는 자신의 취향을 살린 '집 꾸미기'가 필수 트렌드다. 10평 남짓 원룸에 살더라도 내 취향에 맞는 가구로 채워진 나만의 공간을 만드는 일이 중요한 일상이다.

오늘의집은 매년 3배 규모로 꾸준히 성장을 거듭해오며 지난해 10월 누적 거래액 1조원을 달성했다. 인테리어플랫폼 최초 1000만 다운로드 앱에 등극했다.

2016년 설립한 축산물 전문몰 정육각은 축산물 유통구조를 혁신한 스타트업으로 꼽힌다. 정육각은 자체 공장에서 직접 상품화해 배송하는 식으로 유통 단계를 대폭 축소시켰다. 특히 소비자 주문이 들어오는 즉시 상품을 만들어 당일배송하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최근에는 대상그룹 초록마을을 900억원에 인수하며 이름을 알렸다.

정육각은 초록마을 인수로 온라인 중심 유통망을 오프라인으로 확대할 것으로 보인다. 또 축·수산물을 넘어 과채류·가공식품 등으로 취급 품목을 확장할 수 있게 됐다.

◆신선식품 유통망 혁신 = 신선식품 새벽배송 전문몰 오아시스마켓은 올해 초 홈앤쇼핑으로부터 100억원 투자를 유치하며 1조200억원 유니콘기업으로 가치를 인정받았다.

2011년 우리소비자생활협동조합 출신 김영준 대표가 설립한 오아시스마켓은 현재 수도권과 충청권 일부지역에 새벽배송을 하고 있다.

이 회사는 새벽배송 업체 가운데 유일한 흑자기업으로 알려져 있다.

오아시스마켓은 새벽배송으로 판매하지 못한 재고를 오프라인 매장에서 재판매해 폐기율을 낮췄다. 50여개가 넘는 오프라인 매장에서 할인 판매하기 때문에 재고가 발생하지 않는다.

수산물 전문몰 오늘회는 지난해 3분기 누적 매출이 300억원을 달성했다. 오늘회는 신선식품에 특화한 자체배송을 장점으로 내세운다. 1일 3회 당일배송도 진행 중이다. 오늘회 플랫폼을 운영하는 오늘식탁은 최근 '배송 예측 AI 시스템'을 개발해 운영하고 있다.

이 시스템은 오늘식탁에서 배송을 주문하는 고객들이 내가 받아볼 상품이 언제 도착할지 사전에 예측해 제공하는 것이다. 평균 예측 정확도가 87%에 이른다는 설명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전문몰은 한가지 분야 물건만을 취급하며 전문성을 확보했다"며 "단순히 물건을 파는 게 아니라 제품에 스토리를 입혀 판매해 인기를 끌고 있다"고 말했다.

정석용 기자 sy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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