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청문회로 소환된 '20년전 외환은행 불법매각 논란'
'론스타=산업자본' 재부상 … ISD 중재(론스타 제기한 5조원대 투자자-국가 소송) 내막도 밝혀지나
한덕수 고문 재직 중 김앤장, 론스타 자문
이창용·추경호, 정부측 핵심인사로 관여
ISD 소송 증인 참여·발언 등 관심 집중
"론스타는 산업자본입니까, 아닙니까."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후보자, 한덕수 총리후보자, 추경호 경제부총리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나올 가능성이 높은 질문이다. 이는 외환위기 직후 부실금융기관으로 지목된 외환은행을 헐값에 매각했다는 논란과 우리나라 정부를 상대로 론스타가 제기한 소송의 정당성을 확인할 수 있는 핵심 질문이기 때문이다. 론스타가 산업자본이었다면 외환은행 인수도 어려웠을 뿐만 아니라 론스타가 우리나라를 상대로 제기한 투자자-국가 소송(ISD) 역시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론스타는 지난 2012년에 한국정부가 고의적으로 외환은행 매각을 지연시키고 양도차익 세금을 부과한 게 불합리하다고 국제투자분쟁해결기구(ICSID)에 조정을 요청했다. 손해 보상 요구액은 49억7900만달러로 한화로 5조원이 넘는다.
인사청문회에서 외환은행 매각과 관련한 또다른 관심 사안은 ISD 소송이다. 한 후보자가 증인으로 참여했는지 여부와 비밀에 부쳐졌던 소송 내용이 어디까지 공개될 것이냐가 핵심이다. 5조원대에 달하는 소송에서 우리나라 정부가 패소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우세한 가운데 20년 전에 진행된 외환은행 부실매각 의혹이 윤석열정부 인사청문회를 통해 재조명될 전망이다.
13일 더불어민주당에 따르면 한덕수 총리후보자 청문특위 더불어민주당 간사인 강병원 의원은 "미국계 헤지펀드 론스타의 외환은행 매수, 매각 관련 자료를 요구한다"며 "한 후보자가 2015년 당시 정부-론스타 국제소송에 증인으로 출석해 증언한 바 있다. 당시 한 후보자의 세부 증언 내용을 파악하기 위해 증언 내역과 재판기록에 관한 자료를 요구했다"고 했다. 그는 "한 후보자가 과거 론스타가 외환은행 인수, 매각할 당시 구체적으로 어떤 역할을 수행했는지 규명하겠다"고 했다.
◆론스타를 산업자본으로 인정한 정부 = 한 후보자는 론스타가 외환은행 인수를 추진하는 시점에 김앤장의 고문으로 일했다. 김앤장은 론스타의 법률 대리인이었다. 당시 '조선호텔 10인 비밀대책 회의'에서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 작업이 진행됐다. 외환은행 매각을 주도한 변양호 금융정책국장이 금감위 금감원 외환은행 론스타 관계자들을 불러 모은 회의다.
투기자본감시센터는 한 후보자가 김앤장 고문으로 재직하면서 1억5000만원의 보수를 받았다고 했고 경실련 등은 "한 후보자가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와 어떤 형태로든 관련되었을지도 모른다는 합리적 의심이 가능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자신이 김앤장에서 담당했던 역할이 무엇인지, 보수와 어떻게 연결되는지, 론스타를 위해 어떤 역할을 수행했는지를 소명해야 한다"고 했다. 한 후보자는 "정부의 정책 집행자로 론스타 문제에 관여하기는 했지만 김앤장이라는 사적인 직장에서 관여한 바는 전혀 없다"며 "인사청문회에서 질문이 나오면 충분히 설명하겠다"고 했다.
이명박 대통령후보의 인수위에서 경제 1분과 위원(2007년 12월~2008년 2월)을 맡고 곧바로 금융위 부위원장직(2008년 3월~2009년 11월)을 수행한 이창용 후보자는 2008년 9월 9일에 접수된 론스타의 보고서를 묵살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경실련 등은 "론스타는 일본에 골프장과 호텔체인 등 해외계열사를 가지고 있으며 이들을 포함할 경우 자신이 산업자본에 해당한다는 보고서를 제출했다"며 "은행법에 따라 론스타는 비금융주력자(산업자본)이고 외환은행의 한도초과 보유주주가 될 수 없다. 론스타는 4%를 초과한 주식에 대해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고 궁극적으로 해당주식을 매각해야 한다"고 했다. "인수 시점에서도 애초에 비금융주력자였다면 외환은행 인수 자체가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금융위는 론스타에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고 대주주 적격성 심사조차 2010년말까지 전혀 실시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경실련 등은 이 후보자에게 "론스타가 산업자본임을 시인한 내용을 보고받은 적이 있는지, 론스타 보고와 관련해 내부 협의가 있었는지, 론스타 해외계열사 일제조사 결과의 은폐결정에 관여했는지 등을 소명해야 한다"고 했다. 추경호 후보자는 2003년 당시 재경부 은행제도과장으로 "론스타가 산업자본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강변으로 매각을 도왔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경실련은 당시 공문을 제시하며 "개정 은행법의 비금융주력자 규정을 무시하고 구 은행법에 근거한 유권해석을 억지로 확장해 '예외 승인'을 추진한 정황이 드러나 있다"고 했다.
◆ISD에서는 무슨 일이 = 우리나라 정부와 론스타간의 ISD소송 진행상황도 관심에 올랐다. 한 후보자가 증인 명단에 들어있었다는 자료들이 나왔다. 하지만 모든 재판과 증인은 비공개로 진행됐다.
경실련 등은 "론스타 ISD 절차에서 한 후보자가 증인으로 채택됐는지, 증인으로 채택하려는 시도가 있었는지, 중재 법정에 출석하거나 서면으로 증언했다면 그 내용은 무엇인지, 증언 하지 않았다면 그 이유는 무엇인지, 그 행위가 우리나라에 유리한 것인지 론스타에 유리한 것인지 등을 소명해야 한다"고 했다.
추 후보자는 론스타의 ISD 제기때 대응TF를 총괄했다. 하지만 론스타를 비금융주력자로 보지 않는 시각이 변하지 않으면서 소송을 우리나라 정부에 불리하게 끌고 갔다는 평가를 받았다. 경실련은 "외국 투자자가 투자자-국가 중재 절차를 신청하기 위해서는 해당 체약국의 국내법을 위반한 사실이 없어야 한다"며 "만일 론스타가 산업자본으로 은행법이 금지하는 은행 인수를 추진했다면 이것은 한국의 국내법을 위반한 행위로 중재절차의 신청 자체가 불가능해 질 수 있다"고 했다.
추 후보자는 "청문회때 말씀드리겠다"며 "2003년에 일어난 일이고 2005~2006년에 집중적으로 문제가 제기됐던 부분인데 대법원서도 정리된 부분"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