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유럽 도서관│인터뷰 - 윤송현 작가

"도서관이 북유럽 복지국가 만들었다"

2022-04-21 11:22:00 게재

마을 중심·쇼핑몰에 있는 도서관들 … 리터러시(literacy, 문해력) 키우는 터전

■북유럽의 경우, 대형 쇼핑몰에 도서관이 있다고 들었다.

마을 한가운데 도서관이 있다. 도서관이 마을 외곽에 있더라도 도시계획을 다시 해서 주거지가 새로 만들어지면 도서관을 새 주거지의 중심으로 옮긴다. 작은 지역의 경우 복합문화공간을 만들고 그 공간에 도서관이 가장 비중 있게 들어간다.
사진 이의종

대도시의 경우 대형 쇼핑몰을 건립할 때 도서관을 처음부터 같이 입주시킨다. 대형 쇼핑몰 설계 단계에서부터 도서관이 들어갈 자리에 대해 협의를 하고 계획한다.

일반적으로 대형 쇼핑몰은 역과 같이 있는 등 교통의 중심지에 있다. 이용자들이 오가기 편리해 접근성을 높일 수 있다. 대형 쇼핑몰 입장에서도 도서관에 온 주민들이 쇼핑몰 내 마트나 치과 등에 들를 수 있어 서로에게 이익이다.

우리나라는 도서관 위치를 말할 때 '걸어서 10분'을 강조한다. 그런데 거리보다 중요한 것은 일상생활 속 동선에 도서관이 있는 거다. 쇼핑하러 가서, 출근하는 길에 도서관이 위치하는 게 중요하다. 가까워도 일상생활 속 동선 내 도서관이 있지 않으면 일부러 가야 하기 때문에 좋은 위치가 아니다.

■북유럽 도서관들의 네트워크 서비스에 대해 설명해달라.

북유럽 도서관들은 모든 사람들이 차별 없이 필요한 정보에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을 매우 강조한다. 법에 명시돼 있을 뿐 아니라 사서들도 이 생각이 확고하다. 때문에 지역적 차별이 있어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도서관을 지을 수 없는 곳에는 자동차 이동도서관은 물론, 보트 이동도서관까지 운영한다. 정보 사각지대가 생기지 않게 하려는 노력이다.

지역적 차별을 줄이기 위해 북유럽 국가들은 모든 도서관을 네트워크로 연결했다. 물리적 접근성은 한계가 있지만 이를 서비스로 극복한다. 북유럽 국가에 주소지를 갖고 있는 사람은 누구나 도서관 카드를 만들고 모든 도서관을 똑같이 이용할 수 있다. 공공도서관은 물론, 대학도서관, 연구소 도서관도 이용할 수 있다. 책만 빌릴 수 있는 게 아니라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공간을 이용하고 각종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핀란드의 경우 자치단체를 넘어 생활권을 같이 하는 지역을 네트워크로 연결해 서비스를 공유한다. 우리나라로 치면 안양 시흥 의왕처럼 붙어있는 지역의 경우, 서로 연결해 하나의 도서관 홈페이지를 만든다. 시민들은 어느 도서관이든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

장애인들의 경우, 우리나라는 보통 장애인실을 마련해두고 장비를 지원하는 데 중점을 두지만 북유럽은 비장애인들의 공간을 장애인이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도록 공간을 구성한다. 예컨대 우리나라 도서관의 경우, 도서관의 서가 사이가 좁아 휠체어를 탄 장애인들이 둘러보기 어려운 곳이 많지만 북유럽 도서관들은 서가 사이가 넓어 장애인들이 충분히 둘러볼 수 있다. 아이가 있는 엄마들이 유모차를 밀면서 서가 사이에서 책을 자유롭게 고를 수 있다.

■북유럽은 국민들의 리터러시(literacy, 문해력)가 높은 것으로 잘 알려져 있는데 왜 그럴까.

역사적으로 보면 종교개혁의 영향으로 책 읽는 문화가 보편화된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읽을 수 있는 책이 성경 등 얼마 없었지만 책을 읽고자 하는 노력이 있었고 학교가 없는 상태에서 책 읽기는 부모가 자녀에게 가르쳐 줘야 하는 책임이었다.

또 목사가 방문하지 않더라도 성경을 읽기 위해 동네 사람들이 알고 있는 내용을 서로 가르쳐주는 문화가 생겨났다. 1800년대 후반~1900년대 초반 민중교육을 중시했던 덴마크 지도자 그룬투비는 교수자가 없이 서로 대화하면서 학습하는 방식의 대화를 통한 교육을 중시했다.

유럽의 경우 1차 세계대전 전후로 보통선거가 시작된다. 시민들을 징집을 해 전쟁에 나가게 하는 과정에서 귀족들이 어쩔 수 없이 보통선거를 받아들였다. 성인들에 대한 계몽의 필요성에 공감하면서 스웨덴의 경우 1912년 민중교육지원법을 제정해 일정한 조건을 갖춘 성인학습조직에 지원을 했다. 당시 성인교육단체들이 많이 생겼다.

또 북유럽 국가들이 문해력이 높은 이유는 1960년대 교육 개혁에 있다. 스웨덴은 9학년까지 통합 교육 과정의 목표를 영재를 길러내는 게 아니라 건강한 사회구성원이 되도록 하는 데 둔다. 평가는 하지만 학생, 부모와 대화하는 자료로 사용하며 등위를 매겨 기록을 남기지 않는다.

학생들은 보통 탐구형 수업을 한다. 문제가 주어졌을 때 관련 정보를 얻기 위해 도서관에 방문해 관련 책을 찾아가면서 자기 발표문을 만든다. 그런 경험에 익숙하다 보니 성인이 된 이후에도 꾸준히 책을 읽는다. 의문이 생겼을 때 도서관에 가면 답이 있다는 것이 생활화돼 있다.

■북유럽 도서관은 어떻게 복지국가의 토대로 역할을 했나.

도서관이 사회에서 해야 하는 역할은 단순히 책을 서비스해 알권리를 제공한다는 차원을 넘어선다. 도서관은 책을 통해 서로의 다양성을 이해하고 존중하며 포용하는 문화를 만들어낸다. 이런 점에서 도서관은 민주주의의 기반이다.

민주주의가 잘 갖춰진 사회라야 복지제도가 비로소 제대로 작동할 수 있다. 복지란 서로에 대한 이해와 신뢰가 전제돼야 하기 때문이다. 복지국가들은 기본적으로 '고부담 고복지'다. 복지가 잘 돼 있는 만큼 세금이 많지만 시민들은 국가를 신뢰하기 때문에 거부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세금을 낸다.

이런 정부에 대한 신뢰와 이해, 존중의 바탕에는 독서를 통해 획득한 리터러시가 있다.

'책을 읽는다'는 것은 지적인 훈련으로, 책을 통해 우리 사회가 어떻게 작동하는지에 대한 폭넓은 이해를 가능하게 한다는 의미다. 시민들이 높은 리터러시를 갖출 수 있는 기반에는 잘 조성된 도서관 체계가 있다.

송현경 기자 funnyso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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