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금융사 가상자산 사업 진출 '활발'

2022-05-03 10:47:08 게재

기관·고액자산가 중심으로 수요 증가

국내도 역량 구축·사업전략 마련 필요

최근 대형 글로벌 금융회사를 중심으로 가상자산 관련 사업이 활발해지며 이를 둘러싼 경쟁이 더욱 심화될 전망이다. 국내에서도 가상자산시장이 금융투자업의 중요한 사업영역으로 자리 잡을 것이라며 국내 금융투자사들의 가상자산 역량 구축과 빠른 사업전략 마련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고객 유치·유지 위해 서비스 불가피 = 3일 금융투자업계와 자본시장연구원에 따르면 최근에는 대형 글로벌 금융회사의 가상자산 사업 진출이 눈에 띈다. 글로벌 금융회사들은 가상자산에 대한 이해도와 전문성을 높이기 위한 전담 조직 구축과 리서치 기능 강화와 함께 가상자산 전문 인력 및 기술 확보를 위한 관련 핀테크 기업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이와 더불어 기관투자자와 고액자산가를 중심으로 가상자산 관련 트레이딩 및 자산관리 서비스 제공에도 나서고 있다. 글로벌 금융회사의 진출로 인해 향후 가상자산 시장을 둘러싼 경쟁은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골드만삭스, 모건스탠리, JP모건 등의 글로벌 금융회사가 가상자산에 대해 다소 유보적인 입장을 취해왔던 이유는 가상자산의 불명확한 법적 지위와 높은 가격변동성 때문이었다. 하지만 가상자산에 대한 고객의 수요가 늘어나면서 상황은 변했다. 최순영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기관투자자 및 고액자산가를 중심으로 가상자산을 투자 포트폴리오에 포함시키고자 하는 요구가 늘어나면서 고객 유치와 유지 차원에서 가상자산 관련 서비스 제공이 불가피해졌다"며 "가상자산의 기반이 되는 블록체인 기술이 금융업 전반에 걸쳐 그 활용 가능성이 높게 평가된 점도 영향이 크다"고 분석했다.

◆금융사 2억달러 이상 투자 = 가상자산 및 블록체인 시장 조사 기관 블록데이터(Blockdata)에 따르면 골드만삭스, 모건스탠리 및 JP모건은 각각 2억달러 이상을 가상자산·블록체인 전문 핀테크 기업에 투자한 것으로 추정된다. 최 선임연구위원은 "글로벌 금융회사의 가상자산 및 블록체인 핀테크 기업에 대한 투자는 재무적 측면과 더불어 해당 분야에 대한 기술 및 사업 역량을 확보하려는 목적이 있다"고 설명했다.

글로벌 금융사들은 가상자산 사업 역량 구축에 힘쓰고 있다. JP모건이 제일 먼저 가상자산 관련 기술 투자와 가상자산 관련 사업을 확대하고 자체적 가상자산인 JPM 코인을 발행했다. 지난 2020년 10월 디지털자산 전담 사업부 오닉스(Onyx)를 신설한 JP모건은 스테이블코인(stable coin)인 JPM 코인의 발행 및 관리와 더불어 블록체인 관련 제품 및 서비스의 연구개발을 위해 100명 이상의 인력을 배치했다. 스테이블코인은 가격 변동성을 줄이기 위해 법정화폐 가치에 연동하도록 설계된 가상화폐다.

골드만삭스는 작년 3월 미국 대형은행 최초로 기관투자자 고객을 대상으로 가상자산 트레이딩 부서를 설립했다. 모건스탠리 또한 9월 가상자산 전담 연구조직을 신설하였으며, 해당 조직은 우선적으로 가상자산이 전통적 자산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할 계획이다.

◆가상자산, 자산관리 사업에 접목 = 가상자산에 투자하거나 포트폴리오를 헤지(hedge)하고자 하는 수요가 증가하면서 이를 자산관리 사업에 접목하는 움직임도 확대되고 있다. 다만 현재 글로벌 금융회사가 제공하는 가상자산 투자는 기관투자자 및 초부유층 고객으로 대상이 제한되어 있다. 이는 가상자산 투자에 수반되는 고위험과 더불어 높은 최소 투자한도에 따른 것이다.

글로벌 금융회사 중에서는 모건스탠리가 처음으로 자산관리 사업에 가상자산 투자상품을 제공하기 시작했다. 모건스탠리는 개인투자자의 경우 최소 2백만달러, 기관투자자의 경우 최소 5백만달러의 자산을 6개월 이상 모건스탠리에 예치하고 있는 경우에 한해 가상자산 펀드에 투자를 허용한다. 나아가, 고객이 보유 자산기준을 충족하더라도 가상자산 펀드 투자는 총 자산의 2.5% 미만으로 제한하고 있다.

현재 모건스탠리는 자산관리 고객에게 3개의 가상자산 펀드를 제공하고 있는데 이중 갤럭시 비트코인 펀드(Galaxy Bitcoin Fund)와 FS 인베스트먼트와 뉴욕 디지털 인베스트먼트 그룹이 공동 출시한 FS NYDIG 셀렉트 펀드(FS NYDIG Select Fund)는 최소 2만5000달러, 갤럭시 인스티튜셔널 비트코인 펀드(Galaxy Institutional Bitcoin Fund)는 최소 500만달러의 투자가 필요하다.

JP모건의 경우 작년부터 모든 자산관리 고객에 대해 가상자산 펀드 투자 중개 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다만 자사 투자자문업자가 가상자산 투자를 권유할 수 없으며, 고객이 먼저 투자를 요청하는 경우에만 상품을 판매할 수 있다. 또한, JP모건은 고액자산가 대상 자체 비트코인 패시브 펀드도 출시하였다.

골드만삭스는 2021년 7월에 탈중앙화금융 디파이(DeFi) 및 블록체인에 투자하는 상장지수펀드)ETF)를 출시하기 위해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승인 신청서를 제출했다. 올해 3월에는 고액자산가를 대상으로 이더리움 펀드를 소개하고 수수료를 수취한다는 상품 승인 신청서를 제출했다. 대상 펀드는 골드만삭스의 제휴사인 갤럭시 디지털이 운영하는 갤럭시 인스티튜셔널 이더리움 펀드로 최소 투자금액이 25만달러다. 골드만삭스는 가상자산 펀드 투자를 위한 최소 자산금액 등에 대한 기준을 아직 발표하지 않았지만, 골드만삭스의 자산관리 사업은 통상 250만달러 이상의 고액자산가 및 기관투자자를 주요 고객층으로 두고 있다.
김영숙 기자 kys@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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